제천 서울병원, 주민민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 맞서
주민, “증축은 피해 가중, 외곽 이전 추진” 주장
제천 서울병원이 장례식장 증축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법적소송을 제기하는등 마찰을 빚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서울병원은 기존 장례식장의 야간소음, 불법주차로 인한 주민들의 집단민원으로 증축공사 추진이 여의치않자 민원을 제기한 주민 55명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며 막대한 부동산까지 소유한 서울병원이 장례식장 지하화와 외곽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대해 병원측은 “소음발생등 민원해소 차원에서 증축하려는 것인데 오히려 일부 주민들의 선동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북부권 최대 의료시설인 서울병원의 장례식장 증축을 둘러싼 시비의 진상을 알아본다.
지난 84년 설립된 제천시 서부동 제천서울병원은 지역 최대의 종합병원으로 의료법인 자산의료재단(이사장 김경식)이 운영해왔다. 제천·단양 뿐만아니라 강원도 영월지역 환자들까지 몰려들어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95년 인접한 제천보건소 부지(10980평방미터)와 2층 건물(871평방미터)을 매입해 주차장을 확대하고 장례식장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장례식장은 도심속의 2차선 간선도로변에 위치해 인접한 주택가와 상가 주민들의 민원대상으로 떠올랐다.

도심속 장례식장 상시민원 발생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장례식장 주변에 담장이 없다보니 상주들이 대낮에 상복을 입고 돌아 다니는 모습이 다 보인다. 조문객들이 술이 취해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도로변 불법주차와 인도상에 즐비하게 세워놓은 화환이 통행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곡소리가 인근 상가·주택에까지 들리고 아침 발인 때는 장례차량에 운구하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띈다. 도심 한복판의 장례식장은 외곽이전하는 것이 순리아닌가? 오히려 증축하겠다는 발상은 주민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병원은 지난 4월 장례식장 증축을 위해 골목길(도로부지)을 사이에 둔 서쪽 주택가 지역으로 건축신고(84평방미터)를 냈다. 30평 미만 증축공사는 신고로 가능했지만 뒤늦게 증축계획을 전해들은 인근 주민들은 93명의 서명을 받아 5월말 제천시에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쪽으로 증축할 경우 주택가와 더 근접해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은 완강했다. 결국 공사착공은 보류됐고 제천시는 기존 병원구역 내인 동쪽으로 증축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서쪽 증축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동쪽 증축안에 동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합의 뒤 날아든 가처분 통보서
하지만 7월들어 주민들에게 병원측이 법원에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 사본이 전달됐다. 병원측의 신청취지를 간추려 보면 합의대로 동쪽으로 증축하려면 최소한 150평방미터이상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당초 서쪽으로 건축신고한 면적(84평방미터)에 한해 동의한다고 제한했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허가권자의 판단사항인 증축면적까지 (주민들이) 간섭을 하는 것에 대하여 이를 수용할 수 없으므로 최초의 증축계획이었던 서쪽 증축을 시행하고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결국 주민·제천시와 합의한 동쪽 증축안을 번복하고 서쪽 증축을 강행할 뜻을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제천시에는 동쪽 증축면적을 150평방미터로 허가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처분 신청내용은 서쪽 증축 강행이지만, 허가기관에는 증축면적 확대를 요구하는 양수겹장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주민대책위원장 이두희씨는 “주민들과 약속을 뒤집고 느닷없이 법적소송을 제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주민들에게 손해배상등의 압력을 가하면서 은연중에 동쪽으로 50평이상 증축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동네사람들이 플래카드 한 장 걸고 한번 집회를 한 것 뿐인데 무슨 공사방해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동쪽증축 합의안도 자기네들이 문서를 만들어서 제천시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 필수시설 외곽이전은 곤란
이에대해 병원측은 “동쪽으로 증축할 경우 건물동선이나 활용도로 볼 때 84평방미터로 제한하면 본래 목적대로 설계가 불가능하다. 당초 증축면적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합의한 바가 없기 때문에 시에 150평방미터 증축을 요청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니 할 수없이 서쪽 증축안을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동의하면 당장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근 주민 A씨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일부 시공무원의 편파적인 태도에 실망한 주민이 많다. ‘적법하게 신청된 건축신고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계속 반대하다가는 병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며 은근히 겁을 주면서 ‘동쪽 증축안’을 제시하니까, 할 수없이 받아들여진 분위기였다. 심지어 그 공무원은 시유지인 골목길(도로부지)을 ‘주차장을 접한 곳은 병원에, 다른 곳은 주민에게 분할매각할 경우 증축에 반대하지 않겠느냐’며 떠보기도 했다. 기가막혀서 ‘당신 지금 병원 해결사 노릇하려고 왔느냐’며 따졌다. 3년전에도 시유지 골목길을 서울병원에 불하해 주기위해 주민들에게 도로부지 용도폐지 동의를 받다가 항의를 받고 백지화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 장례식장 무리한 증축은 문제
이에대해 시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일반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장례식장 설치가 불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서울병원 장례식장은 종합병원의 부속건축물 필수용도(영안실)로 운영해온 것이다.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영안실을 장례식장으로 전환시키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도시계획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생겼다. 따라서 서울병원 장례식장을 확장하는 문제는 시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병원측이 요구하는 150평방미터 증축안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역인사들은 “서울병원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단양까지 진출하는등 급성장한 대형병원이다. 시내 도심권에 수백평의 금싸라기 땅을 계속 매입하는등 부동산 재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민원대상인 장례식장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지 않고 법적소송을 통해 주민마찰을 확대시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임시방편의 대응보다는 항구적인 민원해소책으로 장례식장 지하화와 외곽이전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병원측은 “당초 장례식장 증축계획을 하며 지하화도 검토했으나 의약분업이후 병원 재정수지가 악화돼 향후 3년정도 여유를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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