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노동위원회 조정안 거부한채 노조와해 공작에 나서’
병원, ‘노조전임·무노동무임금 수용못해, 환자이탈 늘어’
음성정신병원에 이어 도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천정신병원(이사장 오만식)이 노사분규로 인해 30일째(8월 10일 현재) 장기파업 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4월 설립된 노동조합(지부장 김경식)은 청주지방노동위원회가 중재조정 중단결정을 내림에 따라 지난 7월 ?일부터 합법적 파업에 돌입한 것. 노조측은 “병원측의 회유·압력으로 조합원 수가 3개월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노조 존립을 인정하지않고 와해공작을 벌이는 관리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병원측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로 강성성향을 드러내자 자발적으로 사직·탈퇴한 것이다. 청주노동위원회가 노조쪽에 편향된 조정안을 제시해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장기파업 사태에 이은 제천정신병원의 노사분규 진행과정을 알아본다.
제천정신병원은 75년 정신요양소로 설립됐으나 지난 9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법인 창민의료재단으로 인가받아 정신병원으로 전환됐다. 590개 병상을 갖춘 대규모 정신병원으로 노사분규 전에는 460여명의 정신질환 및 알콜중독 환자들이 입원했었다. 병원 의료진으로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정신병원 진료특성상 간호조무사 역할을 맡은 남자 보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제천정신병원은 보호사들의 2교대 근무와 간호사들의 근로시간 초과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마침내 지난 4월 11일 노동조합이 설립됐고 가입대상 75명중 53명이 가입하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간호과는 25명 전원이 가입했고 일부 관리직 직원도 노조에 참여했다. 상급단체로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에 가입해 병원측은 초비상이 걸렸다.
노조가 설립신고를 마치자 이튿날부터 병원관리자들은 조합원들의 면담을 통해 탈퇴를 권유했고 승진인사, 급여인상을 내세워 회유하기 시작했다. 우선 간호과를 제외한 다른 부서 계장들을 과장으로, 행정부장을 행정실장으로 승진인사했다. 또한 의료보호 환자(무연고 환자) 43명을 음성정신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에대해 노조측은 “간호과에 대해서는 승진대상 수간호사에게 ‘노조탈퇴하면 진급보장하겠다’며 회유했다. 결국 계장 대우 수간호사가 1개월간 버티다 조합을 탈퇴하자 지난 5월 23일 계장으로 승진발령을 냈다. 또한 승진서열에 이르지 못한 노조탈퇴 간호사들을 수간호사로 승진시켰다. 또한 노조설립후 지시불이행, 근무태만, 허위보고 작성등의 이유로 조합원 7명을 무더기로 징계회부시켰다. 사실상 병원측이 노조와해 공작을 벌이고 파업을 유도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를 전원 탈퇴한 식당과 관리과 소속 직원들에게는 월 5만원 임금인상이라는 ‘당근’이 주어졌다. 지난 4월 단체교섭 결과를 보고하는 점심시간 노조집회 때는 병원관리자와 비조합원 직원들이 집회를 막는 과정에서 김지부장이 턱과 허리를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또한 병원관리자들이 조합원 면담을 통해 노조탈퇴를 종용한 사례를 들어 부당노동행위로 충주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했다. 이에대해 병원측은 “관리자들이 노조탈퇴를 권유한 사실이 없고 노조가 강성을 띠면서 내부반발로 노조를 떠난 것이다. 조합원수도 5월 6일자로 노조에서 통보받은 자료에 따르면 37명에 불과했다. 관리과 직원의 임금인상은 노조설립 이전부터 계획됐던 것이기 때문에 실시했고 승진인사도 간호과는 과장승진 대상이 없어서 유보했을 뿐이다. 노조지부장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비노조 직원들이 병원소음 때문에 노조집회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에 밀고당기는 상황이었을 뿐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측은 단체교섭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 6월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지노위측의 최종적인 조정안 가운데 노조 전임자 인정여부가 핵심쟁점이 됐다. 조정안 가운데 ‘조합대표자 1인에 한하여 최대한 조합활동을 보장한다’는 항목에 대해 병원측은 ‘사실상 전임제’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병원관계자는 “조합원수가 30명도 안되고 전체 근로자가 90명 미만인 병원에서 노조상근자를 두는 것은 무리인데, 조합대표자에게 최대한 활동을 보장하라고 규정한 것은 사실상 상근을 허용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측은 “당초 상근을 요구했다가 지노위 중재안대로 노조관련 행사 3일전에 회사측에 사전통보해 공가로 인정받아 활동하는 선으로 양보한 것인데 병원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중재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7월 12일부터 합법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근로시간 초과등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를 묶어 노동사무소에 고발키로 했다. 우선 보호사의 경우 근로계약상 근로시간은 주 56시간이지만 실제는 72시간으로 16시간을 초과근무했다. 또한 직원 휴게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다 노조결성후 하루 30분 휴게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연·월차 휴가를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고 미사용시 수당지급도 하지 않았으며 여성 생리휴가는 무조건 수당으로 일괄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노조측은 병원 외부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 파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천시내 일원에서 가두집회를 통해 시민여론 확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측은 “지노위의 조정안까지 거부하며 노조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노조와해책을 동원하고 있다. 먼저 병원 관리자들이 인식전환을 하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만 파업철회의 명분이 설 것 아니겠는가”고 하소연이다. 반면 병원측은 “140개에 달하는 단체교섭 요구사항중에 상당부분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전임 문제와 무노동무임금이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파업후에는 노조가 일괄타결안을 요구하며 노사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 권혁상 기자

파업병원 환자관리 문제없나?
야간 3개병동에 간호사 1명, 파업불구 직원 여름휴가 신청받아
제천정신병원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은 “350명의 입원환자를 간호사 5명, 보호사 9명이 맞교대로 돌보고 있다. 야간에는 3개 병동에 간호사 1명이 근무해 투약업무를 보호사가 대신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향정신성의약품 같은 민감한 약을 제대로 먹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의료사고라도 생기지 않을 지 걱정이다. 또 치료목적이 다른 알콜환자와 정신분열환자를 파업후 같은 병동으로 통합해 환자들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인력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부서별 직원 여름휴가 계획서를 내도록 공문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활치료 명목으로 환자들에게 병원내 허드렛일을 시키는 부당한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치료목적의 작업활동은 한시적으로 단시간에 이뤄져야 하는데, 본관 건물 증축공사 때 환자 10여명을 하루 10시간씩 장기간 막노동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작년 2월에는 눈을 치우던 알콜환자가 감독자도 없이 창고로 들어가 제초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식당 잡일이나 정화조 청조, 채소밭 관리등도 환자들이 도맡아 하다가 식당은 올초 식기세척기를 들여오면서 환자인력을 쓰지 않고 있다. 치료비를 자부담하는 입원환자들에게 바깥바람을 쐬주고, 담배 몇 개비 건네주면서 부당하게 노동력을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병원측은 “보호사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이 있기 때문에 투약에는 별문제가 없다. 여름휴가는 간호인력이 아닌 관리부서 인력에 한해 실시하려는 것이다. 노사분규로 환자가 100여명 줄었기 때문에 관리직원은 오히려 업무부담이 덜어졌다. 환자들의 외부작업은 철저하게 치료·재활프로그램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농약 자살사건은 수사기관에서 철저한 부검과 조사를 거쳐 병원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종결처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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