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째 장기 파업… 구조조정 둘러싼 갈등 심화
“누구를 볼모 삼나” 농민조합원들 반발

도내 6개 축산업협동조합이 16일 현재 53일째 장기파업-직장폐쇄 사태로 고름범벅이 되고 있지만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내 11개 축협조합중 청주우유조합을 비롯, 진천, 음성, 괴산, 단양, 옥천·영동조합 등 절반이 넘는 6개 조합은 지난 6월24일 노조의 파업돌입이후 노사간에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채 지리한 대결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이들 6개 조합의 경영진은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지난 7월10일 금융기관 초유로 직장을 폐쇄하는 초강경책으로 맞서며 축협업무가 사실상 전면 마비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파업과 직장폐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 축협들은 단순 입출금 업무만 처리되고 있을 뿐 축협조합 본연의 기능인 농민 조합원에 대한 각종 서비스 및 지도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부실덩어리 조합들

이들 조합의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과 노조들은 파업 및 직장폐쇄의 표면적 이유로 서로가 임단협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 상대방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는 축협조합들이 앞으로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사 서로가 기세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업중인 도내 6개 축협조합은 거의 대부분 재무구조개선 및 합병요구를 받은 조합들로서, 부실을 메우기 위해 이들 조합이 필요로 하는 자금은 4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사태 원인=노조측은 파업돌입의 원인으로 조합장들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노조와해 움직임을 지적하고 있다.
전국에는 축협조합이 충북 11개를 비롯해 190여개에 달하고 있어, 사용자 대표인 조합장과 각 조합의 노조 대표들이 연석한 가운데 일괄 임단협을 타결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렵다. 이에따라 전국 축협노조측에서는 교섭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명분아래 시도별로 축협조합장 대표를 1인씩 선임, 노조본조와 교섭을 벌일 것을 요구했고 이에따라 임단협이 진행된 결과 노조측이 내놓은 123개 임단협안 중 89개항에 대해 지난 6월22일 합의를 이뤄냈다.
400억원 쏟아부어야 할 판

그런데 도내 6개 축협조합장들이 “조합마다 경영상황과 처지가 다른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89개항의 수용을 거부하는 바람에 파업사태로 치달았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조합장들의 이야기는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도내 모 축협 조합장은 “전국적인 일괄타결 방식으로 임단협을 진행하자는 것은 분명 노조측의 요구였고, 또 89개항에 걸친 합의라는 것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잠정합의’였다”며 “조합장들이 조합마다 다른 경영실태와 환경으로 인해 일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서 잠정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이틀만인 6월24일 전격 파업에 들어간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파업의 진짜 배경=노조측은 축협을 통합한 농협중앙회와 정부가 축협 말살 및 노조와해 공작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흡수당한 처지에서 그동안 피해의식을 키워온 축협노조 입장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부실축협에 대한 경영개선자금 지원을 무기로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MOU는 노조의 노비문서?

농협중앙회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농협 구조개선법에 따라 재경부 등 정부 관련부처로 구성된 경영개선자금 기금관리위원회는 부실축협조합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MOU)을 지난 6월말까지 노조 또는 직원(노조가 없는 조합)의 동의서명을 받아 접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영개선계획의 내용이 단체협약과 다를 경우에는 기존의 단체협약이 경영개선계획의 내용으로 변경된 것으로 본다’는 MOU 내용에 반발한 노조가 6월말 시한의 MOU를 기피하기 위해 서둘러 파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노조는 MOU를 노비문서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당장 경영개선자금을 지원받아야 할 처지의 조합장들이나 자금을 지원해야 할 농협중앙회로서는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막대한 돈을 무이자로 풀면서 경영개선 약속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농협은 축협이 아닌 제식구(?)인 남제천농협에 7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MOU 동의서명을 전직원으로부터 받은 선례가 있다.

일부 노조 파업철회 새국면

한편 6개 조합과 함께 초기에 동맹파업에 들어갔던 제천축협 노조의 경우 최근 파업을 풀고 직장에 복귀했으며 일부 조합에서는 단위조합별로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음성축협의 경우 파업사태가 장기화되자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농민 조합원들이 직원들의 조속한 복귀를 종용하는 등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 농민 조합원은 “부실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처참한 처지에서 조합의 존속과 조합원의 권익은 내팽개친채 자신들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을 보니 배신감마저 느껴진다”며 “전국 190여개 축협조합중 노조가 설립된 90여개 조합이 동맹파업에 돌입했다가 대부분이 파업을 철회하고 15개곳만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중에서 충북의 11개 조합중 절반이 넘는 6개 조합이 포함돼 있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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