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제고고학 학술회의서 충북대 이융조 교수 주장
기존 세계 최고였던 중국 볍씨보다 훨씬 앞서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발견된 볍씨가 세계 최고(最古) 임을 인정받았다. 충북대 이융조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중국 하남성에서 열린 ‘하남성 문물고고연구소 창립50주년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소로리 볍씨가 세계 최고임을 주장했다. 이교수와 우종윤 충북대박물관 학예관은 “토탄층에서 나온 볍씨는 1만3천년전∼1만5천년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벼의 연대측정 결과 미국의 지오크론연구소와 서울대 AMS연구실이 일치한다”고 밝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중화사상에 젖어 쌀문화권의 중심도 중국에 있다는 학설이 일반적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만5백년전 것인 중국 강서성 선인동 동굴과 1만1천년전 것인 호남성 옥섬암 동굴 출토 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쌀 연구를 국가적 차원에서 매달리는데다 쌀의 기원이 자국에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 앞에서 이런 주장을 펴며 그동안의 학설을 뒤집었으니 그 충격 또한 컸을 것이라는게 이교수 말이다.
그리고 이 교수는 구석기 문화층에서 나온 석기가 벼이삭을 자르고 탈곡하는데 사용됐고, 토탄층에서 채취된 딱정벌레는 애벌레 시절 벼과식물의 줄기에 서식하는 것으로 볍씨 출토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홈이 파진 연모에서 발견된 섬유질은 정확히 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섬유질을 자른 것이라며 이것이 벼인지 아닌지를 검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화벼라는 용어를 쓴 것도 이번 국제회의에서 이루어낸 성과다. 순화벼는 재배벼의 초기 단계로 야생벼에서 재배벼로 가는 과정에 속한다. 연대 원주박물관 신숙정 학예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야생종의 동식물이 사람에게 먹히고 대신 종자가 퍼뜨려지는 관계속에서 점차 사람에게 길들여져가는데 이 동안에 유전자·형질상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과정을 순화라고 부른다”고 정의했다.
한편 국제회의에서 소로리 볍씨에 관해 발표한 것은 지난 99년 필리핀 라스바뇨스의 벼유전자국제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은 학술회의 기간에 앞서 ‘중국문물보’ 라는 신문에 소로리 볍씨에 관한 기사를 한 면 전체 게재하는 등 커다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충북의 볍씨 한 톨이 세계 고고학계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적 관심 불러 일으킨 옥산 소로리볍씨
특별기고 / 이융조 충북대 교수

중국 하남성문물고고연구소 개소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회의(2002. 7. 28∼8. 1 하남성 정주시)에는 국가문물국 장문빈 국장,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유영주 소장, 왕위 부소장, 안지민 교수를 비롯해 각 성의 문물고고연구소 소장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폴켄하우저 교수, 와싱턴대 지양 교수, 영국 런던대 왕도 교수, 일본 국립나라문화재 연구 소장·부장·실장, 경도대 교수 등 외국학자들과 필자, 우종윤 연구관이 한국을 대표해 참석하였다.
우리는 필자가 관장으로 있을 때에 우리학교 박물관이 하남성연구소와 이미 학술교류(1998년)를 맺었기에 이번에 참가하게 됐다. 하남성인민대회장에서 수백명이 참가한 개회식은 실로 중국의 힘을 보게 되었으며, 이어서 오후에는 중국의 중원문화를 발굴 조사하는 하남성연구소의 연구결과와 또한 황하유역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 날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필자와 우종윤 연구관은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유적에서 발굴한 결과인 ‘구석기시대의 소로리 볍씨와 토탄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Ⅰ차(1997∼98년)와 Ⅱ차(2001년) 조사로 볍씨가 약 60톨이 찾아졌으며 이 볍씨들을 분석(서울대 허문회 교수)한 결과 소로리 Ⅰ-1·2형(고대벼), 소로리 Ⅱ-1·2형(유사벼)등 모두 4종류로 구분되며 이들의 계측치·평균치(허문회·이철원 교수)를 소개하였다.
여기에 소로리 볍씨 자료에 대한 전자현미경 자료(서울대 허문회 교수), 유전자분석(영남대 서학수 교수) 등 모든 관계자료와 분석자료를 논문과 32쪽 되는 발표내용을 슬라이드와 함께 제시하였다. 더욱 여기에서 박태식 박사(경북농작물시험장)의 연구로 소로리 볍씨의 소지경은 야생벼 것과는 다르고, 인위적인 외부요인에 의하여 소지경이 모두 잘리어진 것으로 관찰되어서 재배벼(cultivated rice) 이전 단계인 순화벼(domesticated rice)이며, 이들 벼는 소로리 A지구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된 홈날 연모에 나타난 섬유질 성분검출(러시아 N. 코노넨코 박사)과 연관 있을 것으로 발표하였다.

세계학자들이 관심갖기 시작
이러한 볍시가 출토된 소로리 유적이 위치한 곳은 이미 일본의 꽃가루 분석의 1인자인 야스다 박사의 분석에도 중국학자들이 발굴한 강서성 선인동, 호남성 목섬암의 유적들이 분포한 기후대에 같이 포함되어 있음을 설명하였다. 또한 소로리 B·C지구의 3만6천5백년 이전의 연대가 밝혀진 토탄층에 대한 정밀 분석도 앞으로 실시해야 되며, 이들 유적에 대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들의 깊은 관심을 촉구하였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로리 볍씨에 관한 연구는 그 시작에 불과하여 세계학자들이 공동의 관심을 갖기 바라며, 이런 내용을 다시 세계쌀유전 국제학술회의(북경, 9월 16일∼19일)에 발표할 것을 알렸다. 이 회의가 개최되기 앞서 우수령 관장(하모도박물관)과 배안평 부소장(호남성연구소) 등이 이미 ‘중국문물보’에 소로리 유적과 볍씨에 대해 크게 소개해서 널리 알려져 있기에 우리 발표를 중국학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필자의 발표 전 후에 필자와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세계의 정설에 대한 새로운 사실에 대해 학문적인 큰 갈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중국 벼농사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안지민·장거중 교수 등도 필자의 견해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공동연구의 방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일본 벼 유전자분석의 제 1인자인 사토교수가 우리 학교를 방문해 소로리 볍씨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이제 소로리 볍씨에 대한 관심은 국제적으로 확산되었기에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함께 그 학문적 위상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주관하는 국제회의에서 발표해 진정 소로리 볍씨가 차지하는 위치를 바로 정립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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