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14개 면 회장·총무 28명으로 구성
통합 반대 이끄는 주도세력은 3~4명으로 알려져

청원군은 지난 1일 청주·청원 통합을 전적으로 홍보하는 청원군신문 호외를 발행했다. 여기에는 통합 합의문 전문과 한대수 시장·오효진 군수가 합의문에 서명한 소식, 통합을 위한 사안별 합의 결과, 통합에 따른 궁금증 일문일답, 통합 여론조사 결과, ‘통합시 돼도 각종 부담금 차이 없다’ 등이 실려 있다. 특히 충북도가 통합 일정이 촉박하다며 난색을 표해 온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반박문까지 실었다.
오군수는 지난 7월 28일 통합 합의문에 서명한 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려움이 많았으나 한 고비 넘어섰다. 청주시가 양보 많이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이 합의문에는 청주시의 이익을 위한 항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와 합의에 이르기까지 의원 동수 등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있었으나 서명함으로써 해당 지자체는 일단 한 숨 돌렸다. 오군수도 기회 있을 때마다 통합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오군수는 군의회 의원, 농민단체, 이장단협의회 등 통합 반대 집단에 대한 설득작업에 너무 게을리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청원군을 구성하는 주요 집단들이 하나같이 반대하는데 왜 손을 놓고 있느냐는 게 통합찬성론자들의 이야기다. 먼저 군의회는 지난 5월 31일 오군수가 조건부 통합안을 전격 제시한 뒤로 몇 명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줄곧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의원들과 상의 한 마디 없이 군수가 독단적으로 통합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서운함 내지 배신감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몇 몇 의원들의 입에서도 이같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 날 오군수가 조건부 통합안을 청주시에 제시한다는 것을 의원들이 파악한 시점은 당일 오전이었다. 변장섭 의장조차도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보니 오군수가 혼자서 통합을 주도한다는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아직까지도 이런 불만들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결국 군의회 통합여부특별대책위는 지난 9일 임시회를 열고 총 13명의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 찬성 2명 반대 11명으로 결론을 내렸다. 찬성한 2명은 한종설(옥산), 김광철(오창)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통합찬성’ 의견을 낸데 반해 군의회는 ‘통합반대’를 결의하고 이를 도의회에 올리기로 한 것. 군의원들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는 물론 비판할 점이 많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지역의 모 인사는 “주민들의 대표라는 군의원들이 주민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싫다. 이미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주민들이 찬성을 했는데도 의원들은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로 일관하고 있는데, 통합하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며 “의원들이라면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은가를 따져 행동해야 한다. 이해관계에 얽히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모습은 의원들이 할 일이 아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 중 청원·청주통합여부특별대책위원장인 C의원은 청원군수 출마를 위해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 무산을 주도한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지난 8일 C의원에게 이에 대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군수의 일처리 방식에 문제제기
최근 오군수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장단협의회의 반대다. 이들은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오효진 군수는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군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군의회 의견을 듣지 않았으며 산하조직과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찬성쪽으로 유도한 후 통합에 합의했다. 그러므로 오군수와 한대수 시장은 주민여론에 근거하지 않은 통합 합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군수는 군 청사를 청원군으로 옮기겠다고 군민에게 약속하고 지키지 않고, 청원시를 만든다고 하다가 지금은 청주·청원 통합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군수는 수시로 말바꾸기를 하면서 통합을 추진, 12만 군민에게 사죄하고 통합 합의문 각서를 즉각 파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군의회, 농민단체, 단체장들과 연대해 청원군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성명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이 지적한 것도 통합 자체의 문제보다는 오군수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 모씨도 “물론 이장들 중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군수가 청원시를 추진하다 갑자기 통합으로 돌아서면서 이장들을 허수아비로 만든 것에 더 분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군수는 이장단협의회가 지난 6월 군청에서 회의를 한 뒤 통합 반대 쪽으로 가닥을 잡자 한 번 만나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후로는 이장들과 공식적인 자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집회 당일에는 오군수가 공공기관 이전 문제로 서울 출장을 갔고 다음 날 이들을 만나자고 했으나 오히려 이장단과 농민단체에서 거부했다는 것. 오군수는 농민단체 관계자와도 대화를 하지 않았고 의회와는 공식적인 접촉만 해왔다. 따라서 오군수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불만이 누적돼 이제는 적극적으로 통합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지역에서는 오군수를 비롯한 청원군에서 통합 원칙을 정한 뒤 수시로 주민 홍보와 설득작업에 나섰다면 이렇게 조직적인 반대는 없었을 것이라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청원군이장단협의회는 14개 면 530명 이장들의 협의체로 각 면에서 회장, 총무 각각 한 명씩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협의회장은 이성균(옥산)씨 이고 부회장은 홍종권(미원), 총무는 서현기(현도)씨가 맡고 있다. 지난 90년 조직된 이장단협의회는 그동안 군정 홍보 등의 업무를 하고 매월 두 차례씩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오효진 군수가 조건부 통합안을 제시하면서 통합논의가 급진전되자 이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지난 7월 7일 농민단체와 함께 통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후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이장단협의회는 지난 1일 충북도의회가 통합 여론수렴 ‘유보’ 결정을 하자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충북도와 도의회에서 통합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주민투표 실시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보이자 이들은 통합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섰다.

가경동 하나병원 근처에 사무실까지 마련하고 지난 8일 개소식을 가진 이장단협의회는 같은 날 청원군청과 도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 타고 온 40여명의 이장과 주민들은 성명서만 발표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들은 더욱이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가 도청 정문에서 ‘충북도·도의회 규탄 및 주민투표사수 결의대회’를 여는 오후 2시 같은 시간에 사무실 개소식을 하는 등 ‘김빼기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통합 반대를 주도하는 세력들은 협의회 내에서도 3~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항간에서는 이장단협의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말들이 상당히 많다. 군수 출마 후보자인 K씨와 C씨, 군의회 의장 출신인 사업가 K씨 등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고 가경동에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으로 보아 돈이 있는 사람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들도 있다. 모씨는 “언론 보도 상으로는 530명 이장들이 모두 반대하는 것처럼 알려졌으나 일부에 불과하다. 이장협의회 회의할 때 보면 20명 안팎 정도가 모인다. 통합을 하면서 이 정도 반대는 예상했던 것이고, 주민투표까지만 가면 통합은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장과 이장에 대해 정부에서는 매월 기본수당 20만원, 회의참석 수당 2회 2만원씩 4만원을 지급하고 연 상여금 200%를 주고 있다. 과거에는 수당이 10만원 밖에 안 됐으나 김두관 행자부장관 시절 인상됐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군정등의 홍보이고 그동안 군의 입장에 반대하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지역유지 내지는 여론주도층으로 불리는 이장들은 대개 50~60대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군 토박이들에게는 영향력을 행사하나, 외지에서 유입된 아파트주민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이들은 앞으로 군수퇴진운동 등 통합반대를 위한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합이 대세인 것을 감안하면 주민투표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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