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성(黨性)없는 자치단체장, 내년 선거 “어찌할꼬?”

도내 정당들의 볼멘 소리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자당 소속의 자치단체장들을 탓하는 것이다. 대부분 당에 대한 기여도, 이른바 당성(黨性)을 문제삼는 불평이다. 선거 때 기껏 당선시켜 줬더니 되고 나선 나몰라라 한다는 게 주류다. 한나라당 이원종지사도 한 때 이 문제로 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얼마전 당비를 완납하면서 정상(?)을 되찾았다.

대개 자치단체장들은 직책과 일의 성격상 정치색에서 멀어지려 하지만 정당들의 입장은 다르다. 자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존재하고 또 그가 정당의 이념을 충실히 따른다면 지역에서 여론을 주도해야 할 당으로선 그 이상의 호조건도 없다. 특히 선거때는 이들 자치단체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 없이 커진다. 자당 소속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선거전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유명호군수는 이미 한나라당이 포기
실제로 자치단체장들의 당성은 선거가 임박할 수록 논란의 대상이 된다.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당적을 보면 한나라당은 한대수청주시장, 한창희충주시장, 엄태영제천시장, 손문주영동군수, 유명호증평군수 등 5명으로 가장 많고, 자민련이 오효진청원군수, 김문배괴산군수, 박수광음성군수 등으로 뒤를 잇는다. 열린우리당엔 유일하게 유봉렬옥천군수가 소속됐지만 3선 제한에 걸려 내년 출마가 불가능하다. 나머지는 현재 무소속으로 이중 일부는 이미 특정 정당에 선을 대놓은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현 자치단체장들의 입장에 따라선 문제의 당성 때문에 어정쩡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명호증평군수다. 한나라당 소속인 그는 이미 정당으로부터 사실상 제척된 상태다. 그동안 여러번의 재촉에도 불구, 당비를 안 내는 것은 물론 어떠한 당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당으로선 이미 포기한거나 다름없다. 때문에 열린우리당 등 다른 당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을 몰고 다니지만 아직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

“온다고 해도 받아들일 이유없다”
유군수 못지 않게 현재 당적은 갖고 있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들이다. 17대 총선 실패후 당이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데다 미래마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대평 신당으로 자민련의 앞날에 여러 변수가 점쳐지지만 그나마 충북에선 ‘신경 뚝’이다. 적어도 충북에서만큼은 자민련이나 신당 역시 오십보 백보의 불확실성을 벗어나지 못해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운신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지역정가에선 오래전부터 이들 자민련 자치단체장들이 집단 탈당, 이른바 엑소더스를 통해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며 다른 당으로 옮길 가능성을 점쳐왔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미 다른 정당이 이들에 대해 경쟁력 등 상품성(?)을 놓고 차별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정인에 대해선 “온다고 해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내년 시장 군수 선거와 관련해 현재 정당들이 내심 준비하고 있는 카드는 전략공천, 즉 공천을 전제한 영입이다. 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정당들도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예외규정을 두어 전략공천의 문호를 열어 둘 조짐이다.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헌 당규에 전체의 30%내에서 전략공천할 수 있다고 명시해 도내 12개 시·군중 4곳은 당내 경선없이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 각 정당들이 전략공천 대상으로 꼽는 인물중엔 타당 소속의 현직 자치단체장은 물론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전·현직 공무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전·현직 공무원들의 경우 청주 한범덕, 괴산 김진식 노명식 박중호씨와, 음성 김학헌씨, 제천 권기수씨 등이 자주 입에 오른다. 옥천에선 한용택씨(농협중앙회 지부장)가 각당 관계자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는다.

유주열 이근규씨 사면 가능성
비록 아직 자치단체장까지는 욕심부리지 못하지만 군소정당으로 추락한 민주당도 지방의회 후보자를 전략 공천해 반드시 당선자를 많이 내겠다는 방침이다. 당의 근본적 회생은 어차피 중앙당의 몫이지만 그래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시·군의원을 내야 그나마 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기영 민주당도당책임자는 “우리로서야 아직 욕심을 낼 상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받는 마당에 당선자를 못낸다면 지역에서 조직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러 사람을 출마시켜 운을 바라기보다는 경쟁력있는 인물을 영입해 꼭 당선시키는 전략이 필요할 것같다. 그야말로 정예화된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본질에서 벗어나지만 오는 8·15특사에서 사면될 도내 정치인들이 내년 시장 군수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도내에선 2002년 음성군수선거에 나섰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주열씨(전 충북도의회 의장)와 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좌절한 이근규씨(전 민주당 제천단양위원장)가 사면 대상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8·15 특사와는 상관없지만 17대 총선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윤의권씨(청주 상당지구당위원장)의 재판결과도 주목된다. 현재 2심에 계류중인데 오는 24일 결심공판을 거쳐 9월 중순쯤 선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그동안 재판과정을 통해 대부분 혐의가 벗겨졌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들 역시 상황에 따라선 지방선거 출마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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