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놓고 요즘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벌이는 푸닥거리가 점입가경이다. 국민경선을 통해 결정된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제잘난 무당들에 의해 ‘죽임’을 강요받고 있다. 말 그대로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노무현이, 단순히 지지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로서의 자격시비에 휘말린다면 민주당은 궁극적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민주당은 그 사기극의 주체이고 국민들은 이를 방조한 공범이다.
헌정사상 일대 혁명적 쾌거라던 대선후보 경선의 의미마저 지금은 이리차이고 저리차이는 흉한 몰골이 됐다.
한국 정치를 이념이나 사상, 논리로 이해하려는 것은 어리석다. 때만되면 이데올로기의 변형과 착종(錯綜)이 난무했고 이것이 오히려 정치의 주류로 치장됐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선거 때마다 특히 더했다. 느닷없이 당이 깨지는가 하면 또 새로운 당이 나타나고, 이념적으로 도저히 같이할 수 없는 당과 사람들이 뒷거래를 통해 한솥밥을 먹었다.
올 대선도 예외가 아닐 듯하다. . 여당조차 기껏 대통령후보를 뽑아 놓고 여전히 후보 타령이다.
반노(反盧)나 비노(非盧) 세력들의 주장대로 ‘노풍’이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송두리째 농락당할 수는 없다. 국민들(민주당원)은 정당한 투표를 거쳐 노무현을 집권 여당의 대통령후보로 선택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 들여 그에게 후보 자격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 잘못은 없다. 당시 선거인단의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은 존중돼야 하고 이런 미숙한(?) 합의에 대한 심판은 또 국민들의 몫이다.
이건 반드시 지켜져야할 기본 원칙이며 약속이다. 이마저 무시된다면 정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자기들 꼴리는대로(!) 당을 깨고 후보를 바꿔치기하겠다고 난리들이다. 이런 못돼 먹은 오만함에 저주를 보내고 싶다.
사실 노무현은 억울한 면이 많다. 대통령후보로서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DJ의 족쇄에 묶여 곧잘 여론의 치도곤을 당한다. 시사 평론가 유시민씨는 이점에 대해 아주 흥미있는 진단을 내린다. “노무현이 DJ를 비판하면 왔다갔다 말바꾸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비판하지 않으면 김대중의 양자로, 그렇다고 입을 다물면 소신없는 쪼다로 매도된다.”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처신도 없을 것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이 노무현을 죽일 목적으로 덮어 씌운 프레임(틀) 때문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실제로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은 이 틀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노무현=DJ라는 등식을 대선때까지 가져가려는 대권 환자, 패거리들이 설치는 한 노무현은 여전히 여론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현재 여권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복도 많다.
우선 정몽준과 박근혜가 그렇다. 그들이 아버지를 잘 만나 비교적 손쉬운 정치역정을 걸어 온 것을 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선진 외국에서도 정치는 자연스럽게 대물림된다. 다만 정치력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정몽준은 분명 정치인(국회의원)이지만 그동안 정치적 현안 때마다 모습을 드러낸 적은 별로 없다.
엄밀히 말해 그는 정치인이면서도 정계의 야인같은 존재였다. 차라리 구태정치에 물들지 않은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겠지만 축구행사 한번 잘했다고 해서 일약 대통령후보로 부상됨은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벤트에 의존한 포퓰리즘은 정치가 마지막까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만큼 부작용이 따른다. 박근혜 역시 이런 점에서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미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 한껏 주가를 올리다가 지금 소강기를 겪음으로써 현실 정치의 벽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차라리 낫다. 혼란스런 와중에 덩달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인제 이한동 등에겐 굳이 아까운 지면을 할애할 생각이 없다. 역겹게 생명을 연장하는 정치의 패잔병이나 권력의 하이에나들에겐 돌을 던져도 시원치 않다.
노무현은 집권 여당의 대통령후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다시 논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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