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운영권 놓고 10년 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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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운영권 놓고 10년 송사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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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과 충주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선 장호원컨트리클럽(18홀) 얘기만 나오면 우선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든다. 그만큼 골치아픈 골프장이다. 최근의 운영상황을 묻는 취재에도 행정 담당자들은 “아이구..”를 연발했다. 이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권 분쟁이다. 송동일(48)과 송석린(52)이라는 두 사람 사이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골프장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성은 같지만 친인척 관계는 아니다. “자고 나면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헷갈리는’ 골프장의 내막을 알아 봤다.
지난 24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문제의 골프장과 관련된 2건의 판결을 내렸다. 한건은 ‘이사회결의 무효’이고 다른 한 건은 ‘대표이사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이다. 두건 모두 송석린씨가 원고로, 이날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승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소송결과를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지난해 9월 23일 열린 골프장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무효이고, 때문에 이때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동일씨도 직무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송동일씨의 대표이사자격을 정지시킨 재판부는 임태선변호사(65.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21~1 강남빌딩 704호)를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변호사는 지난 3월 골프장의 정회원들로 구성,발족된 골프장정상화를 위한 준비위원회(회장 장익)의 고문변호사다.


대표이사 직위 정지판결
골프장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전개될 양자간의 법적공방에 따라 가닥이 잡히겠지만 어쨌든 이번 1심판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골프장의 경영권과 관련해서 현재 양자간 벌어지는 소송건만도 10여건에 이르고, 지난 것까지 치면 수십건이나 된다. “아마도 소송서류가 트럭으로 몇 대분은 될 것”이라는 당사자들의 말이 이곳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잘 입증하고 있다.
둘간의 악연은 지난 9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이 골프장의 허가는 송동일씨(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 767~1)가 얻었다. 충북도청에 90년 10월 착공계를 내고 공사를 진행하던 송씨는 곧 자금난에 봉착하게 됐고, 이 때 송석린씨(충주시 앙성면 지당리 홀일원빌라 302호)의 ‘돈’이 골프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석린씨측의 주장은 이렇다. “당시 40여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줬는데 송동일씨가 약속된 날짜에 변제하지 않았다. 결국 돈 대신에 주식과 회원권을 양도담보로 잡아 골프장 경영에 관여하게 됐다. 처음엔 공동대표였는데 송동일이 어느날 나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중 오히려 송동일이 무고죄로 법정 구속돼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에 대한 송동일씨 측의 얘기를 듣기 위해 여러번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송석린씨가 약속한 돈을 제대로 안주고 경영권만을 빼앗으려 했다”고 밝혔다. 골프장의 경영권 분쟁이 이런 전후사정 때문에 비롯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장호원골프장은 지난 97년 부도처리됨으로써 채권 채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얽혔다.
양측간 법정분쟁중엔 대법원의 3심까지 간 사례도 여러건 있다. 이 때마다 골프장의 운영권자는 수시로 바뀌었다. 송동일씨가 맡다가 관련 재판에서 지면 송석린씨가 대표를 맡고, 또 어느 땐 공동대표로 경영하는가 싶으면 다시 소송에 휘말려 법정대리인이 맡는 식이다. 법원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선임한 것도 이번이 세번째다.


소송 서류만 트럭 몇대분
충주지원의 이번 판결은 2000년 9월 23일에 있었던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되어 있다. 이날 이사회에선 송석린씨를 대표이사 사장에, 송동일씨를 대표이사 회장에 각각 선임함으로써 두 사람이 골프장의 각자 대표이사로 나란히 회사의 법인등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간 잠시 화해가 모색되는가 싶었지만 채 한달도 안돼 분위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해 10월 21일 송동일씨의 요구로 열린 이사회에서 송석린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것이다. 송석린씨는 이 자리에 참석했다가 의견이 안 맞아 도중에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충주지원의 판결은 2000년 9월 23일의 이사회 결정이 무효이고 2000년 10월 21일의 송석린씨 해고결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7월 13일자로 장호원 골프장이 정식등록(허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며 충주경찰서에 고발조치했지만 지금까지 편법 라운딩이 계속되고 있다.


신문사 채무변제 골프회원권 ‘인정’ 어떻게 되나
장호원골프장의 경영권을 놓고 두 송씨가 지루한 법정 소송을 다투는 동안 정작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은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 등 채권자와 회원들이다. 특히 기껏 거액을 들여 회원권을 사고도 ‘아귀다툼’의 골프장을 바라봐야하는 회원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다른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장호원골프장도 1억원~3억원 내외의 정식회원권을 매입한 정회원과 골프장 이용권만 인정되는 소액(350만원~3000만원 내외)의 일반 회원이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회원은 대략 150명정도이고, 일반회원은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운영이 장기간 파행을 거듭하자 회원협의회(회장 권기법)가 구성돼 지난해 12월 27일 골프장측과 시범라운딩업무 위임계약을 맺고 그동안 운영주체를 맡아 왔다. 지난 3월 16일엔 주로 정회원들이 참여하는 골프장 정상화를 위한 준비위원회(약칭 정준회)가 결성돼 역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호원 골프장은 당초 서울에서 헬기로 회원들을 수송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골퍼들의 구미를 당겼다. 실제로 97년 잠실의 한강 선착장에서 헬기를 띄워 골프장까지 회원들을 나르는 시연을 두세차례 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경영권 분쟁과 부도, 그리고 계속되는 파행운영으로 빛이 바랬다.
장호원 골프장의 회원권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98년 3월 창간됐다가 99년 1월 문을 닫은 충북일보의 채무변제에 사용된 일반 회원권이다. 당시 송석린씨가 충북일보의 투자자로 잠시 영입돼 경영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경영사정이 어려워진 신문사의 각종 채무변제에 돈대신 회원권이 건네진 것이다. 문제는 이 회원권에 대한 인정여부. 송석린씨측은 골프장 법인의 대표자격으로 회원권을 발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밝히는 반면 현 골프장측은 97년 7월을 기점으로 송석린씨의 대표이사 자격이 상실되고 박인준변호사의 법정대리인 체제였기 때문에 그 이후에 송석린씨가 발행한 회원권은 무효라는 입장을 보여 앞으로 이 문제도 골치를 썩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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