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절차문제 제기, 도의회 지연작전 주민여론 외면

지난 1일 충북도의회가 청주, 청원 통합 의견수렴을 보류시킨 것은 대세를 거스르고 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사건'이었다. 비청주권 도의원들은 하나같이 청주, 청원이 통합하면 인구와 재정력이 한 군데로 집중되고 광역시로 빠져 나갈 것이라며 통합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통합 반대를 떳떳이 말하지 않고 '보류'라는 시간끌기를 선택했다. 이는 곧 청주시와 청원군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 자체에 어깃장을 놓아 주민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술수를 부린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전, 3월 27일 통합시를 출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을 알고 지연작전을 썼다는 게 중론이다.

▲ 도의회 기획행정위에서 통합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대수 청주시장과 오효진 청원군수는 7월 28일 통합 합의문을 작성하고 주민투표 요구서를 충북도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도에서는 도의회에 임시 회의 소집을 요구했고 도의회는 1일 회의를 소집한 것. 회의는 처음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이기동 의원(음성1)과 정상혁 의원(보은2)은 지방자치법상 회의를 소집하려면 집회일 7일 전에 해야 한다는 규정을 거론하며 3일 만에 회의를 연 것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현재 청주, 청원에서 통합 논의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9월 14일 주민투표를 하자는 것에 합의했기 때문에 양 시, 군에서는 이를 '긴급'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긴급일 때는 이러한 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도의회 의견수렴 절차는 법적인 사항이 아니다. 청주시에서 행자부에 질의한 결과 행자부는 "도의회 의견을 듣는 것은 필수적 요건이 아니다. 다만 시, 군 통합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의 건의가 필요하고 건의시 도의회의 의견을 첨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청주, 청원에서도 이 절차가 법적인 사항이 아니지만 도에서도 도의회 의견수렴을 요구하고 있어 의견을 듣는 선에서 그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의원들은 이 날 마치 자신들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통합이 된다. 안된다'하며 입씨름을 계속했다. 일부 도의원들은 '통합 자료가 없다' '청주, 청원을 제외한 10개 시, 군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이미 통합한 다른 지역의 보조금 변화를 자료로 제출하라' '왜 주민투표를 9월 14일 하려고 하느냐'며 딴지를 걸었다. 청주, 청원 통합 이야기가 나온 것이 이미 10년전부터 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것들은 자신들이 직접 챙겨 볼 수도 있기 때문.또 유동찬 의원(옥천2)은 "주민투표법이 언제 만들어 졌느냐"며 핵심을 비켜가는 질문을 했고, 이필용 의원(음성2)은 "청주시와 청원군에서 언제 도의회에 와서 통합에 대해 설명한 적 있느냐. 이것은 의회 경시"라고 말해 방청객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그럼에도 이 날 청주권 도의원들은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밟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정복 의원은 "오늘 하루 회의를 소집해 놓고 보류하는 것은 우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회의 운영 자체가 잘못 된 것이다. 청주, 청원이라는 맏형이 잘 되면 다른 지역도 발전하는 것 아닌가.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청주, 청원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으니 도의회에서는 협조해 줘야 한다. 의견수렴 절차라는 곁가지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딴지를 걸려는 행위가 안타깝다"며 질타했다. ▲ 전체 의원들이 모여 본회의를 열었으나 통합 의견제시 유보를 결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장세 부의장도 도의회 의견수렴 절차가 법적인 사항이 아니라고 못박고 "오늘 우리가 의견 내는 것을 보류하면 주민투표가 지연되므로 바로 처리하자. 청주시와 청원군에서는 도의회 의견수렴이 안되면 8월 5일 직접 행자부로 올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의견을 종합하자"고 독려했다.

도의원들은 또 청원군의회에서 통합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군의회 통합여부특별대책위는 1일 도의회 임시회가 열리기 전 도의원들에게 "충북도에 송부한 주민투표 건의서 내용 중 군의회에서 의견 청취된 것은 우리의 공식 절차를 거친 게 아니다"라는 협조문을 보내 이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충북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이러한 문건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이 날 회의를 앞두고 집행부에서는 청주권 도의원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 의원들에게 사전로비를 했다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이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북도가 행자부 관계자들에게 통합 반대를 지속적으로 외쳤다고 말했다. 그래서 차제에 이원종 도지사의 퇴진운동까지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청주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도의회의 보류 결정으로 현재 다시 임시회를 소집하는 안과 도의회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직접 행자부에 제출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청주권 도의원과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2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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