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일)에는 북측인 조선이 자랑하는 국제친선전관람을 관람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선물들을 전시한 인상 깊은 곳이었다. 평양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인민문화궁전으로 향하여 오후 7시 20분부터 시작된 환송만찬에 참석했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격조 있는 행사였다. 그런데 다소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었으므로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 주석단의 바로 맞은편에 충북의 작가를 배치함으로써 모든 참가자들은 그간 충북 작가회의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남측과 북측은 자리 문제를 두고 숙의를 했는데 벽초 연구가인 강영주 교수와 함께 도종환, 김창규, 김승환 등 세 사람의 충북 작가들을 맨 앞 열의 정중앙에 위치시킴으로써 충북작가회의의 진정성과 진실을 남북이 모두 인정하는 형식을 갖추어준 것이다. 신뢰와 진정, 성실과 겸손이야말로 위대한 힘이었으니 앞으로도 언제나 그래야 할 것.
여덟 명이 앉은 그 테이블에는 벽초의 손자이자 ‘황진이’의 작가인 홍석중, 일본의 저명한 한국문학연구자 김학렬 등이 있었는데, 2번 테이블인 이곳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홍석중 선생은 호탕하고 명민했으며 열린 자세와 마음으로 남쪽의 작가들과 대화를 풀어나갔고 각 언론사 역시 홍석중에 대한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곧 2번 테이블은 전체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정일 장군님께서 민족작가대회가 잘 진행되는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라고 전하는 홍석중 씨는 충북의 작가들이 보여준 진정성에 대해서 감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순영 작가가 삼일에 걸쳐 만든 사진첩을 드는 순간 그의 눈에는 설핏 눈물도 서렸다. 충북, 청주, 괴산을 되뇌이는 그의 눈에서 이미 통일은 시작되고 있었다.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홍석중 작가를 청주에 초청하여 홍명희 문학제를 개최하고자 기울인 노력, 홍명희 선생의 생가를 보전하기 위하여 바친 정성, 벽초 문학비가 당한 수난(受難), <벽초 홍명희 학술회의>의 전망 등 우리 과거와 미래가 명주처럼 비단처럼 펼쳐지고 있는 인민문화궁전의 연회실. 홍석중, 강영주, 김학렬이 가세한 충북작가단은 어느덧 전체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지난 시절 홍명희 문학제와 분단극복 통일지향의 의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으니 이 또한 감격스런 일이 아닌가! 2번 테이블 여덟 명이 합창하는 <우리 민족 끼리>는 남측의 북쪽에 대한 예의이자 서로에 대한 이해였고 <6/15공동선언 실천>은 북측의 남측에 대한 예의이자 이해의 자세였다. 그야말로 통일시대 통일문학의 횃불을 충북작가들이 올린 셈이어서 기뻤다. 1996년 제1회 벽초 홍명희 문학제 때 벽초 홍명희라는 이름을 빼지 않으면 결코 무사하지 못하리라고 행사 당일까지 옥죄던 살얼음도 이젠 녹았다. 벽초 문학지를 망치로 깨부숴버리겠다고 하던 적대감도 상당히 눅어졌다. 감사한 일이다. 그 동안 진보적 예술가들은 민주주의, 민중, 민족, 반제, 반패권, 반외세, 자유, 표현미학 등을 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수구보수주의자들의 광기(狂氣)서린 공격을 받아야 했던 것인즉, 어찌 감격이 없을손가! 그날 밤 우리는 평양에서 울고 웃었다. 희망과 환희와 비장의 복합적인 감정이 우리를 내리 누르던 그 밤에. < BR>
다시 지난 6일을 돌이켜 본다. 인민문화궁전에 울려 퍼진 <6.15 공동선언 만세!> <민족작가대회 만세!> <조국통일 만세!>의 열기가 귓가에 쟁쟁한데, 나는 이 역사의 강열도 앞에서 냉정의 얼음으로 열기를 식히고 있다. 그렇다, 이 감격스런 장면은 역사의 시간이다. 그 현실의 모순을 잠재우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민족, 해방, 통일, 반자본, 반제, 반패권 - 이런 것들인가! 민족도 하나, 언어도 하나, 강토(疆土)도 하나인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할 일은 없을 것 아닌가? 다짐한다. 냉정하자. 침착하자. 감정은 논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한갓 허상에 불과하리니, 우리 냉정하고 침착해야 한다. 나는 내면의 깊은 심연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는 냉정과 냉혹이라는 현실을 품속에서 꺼냈다.
나는 이번 민족작가대회에 참가하면서 새삼 역사의 운명을 느꼈다.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역사의 덧이었지만 그러면서도 강하게 끄는 또 다른 힘은 민족이라는 운명이었다. 한 개인이 그렇듯 민족도 운명이 끄는 마차를 타고서 저 우주를 가는 것이다. 그렇다. 이 운명의 길을 따라 우리는 간다, 희망의 미래 조국통일로. 우리는 저 하늘 창천의 붕정만리(鵬程萬里)의 길을 간다, 민족예술의 희망을 안고서.
총칼과 탱크로 무장한 병력을 앞세워 남침하여 수백만 동족의 목숨을 앗아간 6.25전쟁을 도발한죄와 해방이후 지금까지 대를이어 총칼로 다스리는 독재정치로 수백만 북한주민을 굶어죽인죄는 수천년이 지나도 지워질수 없는 영원한 반민족적인 행위로 민족의 이름으로 그들을 처단하여야 할것이다. 또한 남쪽에 거주하면서 그들에게 아부하면서 민족의 이름을 팔아먹는자들 또한 그들과 같은 중죄로 다스려야 할것이다.
50년 전쟁 때, 수많은 양민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양민학살은 그 잘난 미국군들에 의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영동 노근리 잘 아시죠?
남한에서 양민학살이 이루어진 곳은 약 40여 곳입니다. 그중 영동노근리만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요. 나머지 지역도 진상조사를 한다면 그 충격을 엄청날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남한보다 더 많이 진행됐습니다.
모든 것 차치하고 이 모든 비극은 남북 분단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통일은 단순히 감상적으로 민족적 결합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분단으로 인해 군사비용으로 들이는 돈을 경제살리는 데에, 실업자 취직시키는 데에,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하는 데에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직도 점심을 못싸와서 굶는 학생들이 수두룩 하며, 삶의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 청년실업자들...
우리 세대 너무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자식들에게는 좀 보다 나은 사회 물려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