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일각에서 도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
중앙당이 공탁금 내고, 지방선거 사령탑 맡을 가능성

이원종지사와 홍재형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일대 격돌이 유력시되는 충청북도지사 선거에 김정기(61) 전 서원대 총장이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이른바 ‘500 공직자 시대’를 선포하고 ‘당선 여부에 개의치 않고 광역단체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지사 출마에 따른 공탁금까지 중앙당에서 책임지기로 해, 지방에서는 당을 대표할 만한 ‘간판’을 찾는데 몰두하면 그만이다.

민주노동당이 도지사 후보를 반드시 내기로 한 것은 지난 총선에서 국회 3당의 자리에 올라선데다, 지역을 포괄하는 선거운동을 위해서도 상징적 의미에서 도지사 후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관계자 A씨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총선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3당의 위치를 굳힌 만큼 유권자들에게 모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며 “도지사 선거 출마자를 구심점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고민은 그만한 역할을 담당할 대표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절차와 과정이다. 도지사 후보의 경우 확실한 당성은 물론 적당한 연륜도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도시산업선교회 정진동(73)목사가 민중진영을 대표해 1992년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뿐 민중진영이나 노동계를 대표해 출마한 후보는 없었다.

더구나 정진동목사는 고령에 건강문제까지 겹쳐 출마를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김정기 전 총장이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의 도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김정기 전 총장은 우선 대전고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원대 직선 총장을 비롯해 역사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어디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 경력의 소유자다.

여기에다 비록 민주노동당원은 아니지만 2004년 4월 도내 대학교수 23명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에 대한 정책지원과 지지를 공식 선언했고, 2005년 초부터 민노당 충북도당 후원회장을 맡는 등 물심양면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당성을 의심받을 여지도 없다.

2005년 1월, 5개월여에 걸친 파업 끝에 노동자 자주회사로 거듭난 우진교통 조합원들이 퇴직금 대신 보유한 주식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외부 인사에게 양도하면서 그 대상자로 김 전 총장을 택한 것만 보더라도 김총장에 대한 노동계의 신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민주노동당 도당이 노동·시민단체와 연계해 도지사 후보 추천위를 구성한 뒤 김 전 총장을 지사 후보로 추대하는 절차만 남아있다는 것이 도당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입당한지 3개월이 지나야만 당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공직선거 출마자의 경우 6개월 이상의 당원 활동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있어 ‘김정기 카드’를 내놓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은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한편 내년 충북지사 선거에는 한나라당 당적인 이원종지사가 3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홍재형의원과 정우택 전 의원, 안재헌 전 여성부차관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원종지사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홍재형의원이 직접 해결사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원종지사와 홍재형의원이 맞대결이 이뤄질 경우 정우택, 안재헌씨 등은 무리수를 두기 보다 차기를 노리거나 홍재형의원이 떠난 빈자리를 염두에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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