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양수 계약 체결하고도 발행인 변경등록

법인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충청일보가 6월23일 출향인사가 대표로 있는 G7소프트주식회사(회장 이규택·54)와 제호 및 시설에 대한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청일보 전 임원진이 주축이 된 (주)충청인터미디어가 ‘충청일보’라는 제호로 발행인 변경 등록신청을 마쳐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G7소프트 측에서는 “이미 계약금이 건너갔고 잔금 지급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청산인 측이 인수 장비와 시설에 대한 실사약속을 번번이 어겼다”며, “7월 마지막주 중에 기자회견을 갖고 이중계약에 따른 책임 추궁과 계약내용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주)충청인터미디어는 “신문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7월28일부터는 제호의 양도양수에 의한 발행인 변경이 불가능해져 충청일보라는 제호를 살리기 위해 7월13일 서둘러 발행인 변경 등록신청을 마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인 청산에 따른 청산사무 집행을 맡은 청산인(황 모 변호사) 측이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중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고, 청산인과 충청인터미디어, G7소프트 사이에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제호, 장비 등 일체 매각 불구, 실사 무산
6월23일 충청일보 파산인이 G7소프트와 체결한 계약서를 확인해 보면 ‘충청일보’라는 제호 뿐만 아니라 윤전기, 출력기 등 일체 사무용품을 비롯해 영업비밀, 거래선, 상표등록, 인터넷 도메인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양도양수하는 조건이 구체적으로 명기돼 있다.

또 계약금 3억원을 지급함으로서 1주일 동안 양수인인 G7소프트가 양도양수되는 재산에 대한 실사를 할 수 있으며, ‘이 재산은 법률상, 사실상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그러나 실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약속에 따라 2차례에 걸쳐 실사인원을 투입했지만 나타나지도 않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G7소프트 이규택회장은 이에 대해 “실사인원을 10명이나 투입해 일부러 내려갔는데,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다”며 “별도로 사옥 임대계약을 맺기로 했지만 섣불리 계약서를 쓸 수도 없고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실사가 번번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계약서에 명기된 양수양도 재산 가운데 일부에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청일보 노동조합 관계자인 A씨는 이와 관련해 “윤전기의 일부 부품이 망실됐다는 설도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충청일보’라는 상표출원도 ‘현저한 지리적 명칭(충청)에는 상표권을 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무산됐다. 또 충청일보 소유의 인터넷 도메인과 웹사이트도 지난해 11월 관리비를 내지 않아 개인에게 넘어간 상황이어서 정확한 실사가 이뤄지면 계약내용 곳곳에 하자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내놓을 수 있는 청산인이 아무런 확인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산인 황 모 변호사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전화인터뷰를 시도하자 한마디 답변도 없이 전화를 끊어 공식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충청일보 제호의 새주인은 ‘충청인터미디어’
실사를 둘러싸고 청산인 측과 양수인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이미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한다. 충청일보 전 임원진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주소지까지 그대로 살린 신규법인 언론사가 설립돼 ‘충청일보’라는 제호로 발행인 변경등록 신청을 마친 것이다.

법인등기부 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7월13일자로 설립된 (주)충청인터미디어사의 자본금은 5000만원이며 대표이사는 충청일보 임재업 전 편집국장이 맡고, 이사진에 조충 전 전무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주소지도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304번지’로 충청일보 사옥 그대로다.

태풍의 눈은 7월25일 충청인터미디어가 ‘충청일보’라는 제호로 발행인 변경등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G7소프트가 15억원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인수한 충청일보 관련 재산의 핵심이고, 충청일보 노조가 ‘되찾아오겠다’며 벼르고 있는 ‘충청일보’라는 제호가 생각지도 않았던 상대의 수중으로 하루아침에 넘어간 셈이다.

새충청일보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충청일보 노조와는 위장폐업 시비, 충청일보 제호 인수자와는 충분히 이중계약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내용이다.

이에 대해 G7소프트 이규택회장은 “나는 청산인과 계약했고 청산인하고만 얘기할 뿐이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논의 창구를 계약 상대자인 청산인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충청일보라는 제호의 새주인이 된 충청인터미디어는 발행인 변경등록에 대해 “충청일보라는 제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에 따르면 ‘7월28일부터는 제호 양도양수에 의한 발행인 변경등록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G7소프트 측에 잔금(12억원) 지급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단 발행인 변경등록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충청인터미디어 임재업 대표이사는 “계약서 상의 잔금 지급일인 9월22일까지 기다리다가는 충청일보라는 제호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이뤄진 일이며, 계약이 있었던 만큼 금전적 거래도 분명히 있었다”고 정당한 거래행위였음을 강조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도 발행인 변경등록 신청과 관련해 충청일보 노조 관계자 B씨에게 “청산인 명의의 계약서가 들어왔다”며 충청인터미디어를 일방으로 하는 계약의 실체를 확인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청산인인 황 변호사는 노조 관계자 B씨에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확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신문발행 추진 법적 공방 불 보 듯
이같은 혼란의 와중에서도 G7소프트는 신문발행을 위한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7월 마지막 주에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지만 ‘계약사항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수준’일 뿐, 이중계약 논란에 따른 계약 파기 선언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규택회장은 “잔금을 빨리 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9월22일을 잔금 지급일로 정한 것은 자금 스케쥴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신문 발행을 위한 인적 준비작업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충청인터미디어 역시 분명한 계약행위에 의해 ‘충청일보’라는 제호의 발행법인이 됐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신문제작에 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임재업 대표이사는 “그 친구(G7소프트)가 하든 내가 하든 충청일보는 나오는 것이고, 모든 것은 전주(錢主) 간의 문제로 직접 할 수도 있고 거래할 수도 있다”는 말로 진로를 설명했다. 결국 흥정이 여의치 않으면 직접 신문제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돼, 상황에 따라 ‘58년 역사의 충청일보 제호’를 둘러싼 다툼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이재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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