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 두둑한 배짱 장타 VS 이미나, 내성적인 성격에 노력형
부모들의 뒷바라지‘메이저 퀸’ 만들어

청주 상당고가 골프 여왕을 둘씩이나 배출했다. 신데렐라에서 일약 여왕으로 등극한 주인공은 김주연(24·KTF)과 이미나(24)다. 이 가운데 김주연은 지난달 2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을 제패해 그린 여왕의 칭호를 얻었다. 3주 뒤인 지난 18일에는 동창생 이미나가 LPGA 투어 BMO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한 것이다.

메이저 퀸을 둘씩이나 배출한 상당고 최철환 교장은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김주연과 이미나 선수의 잇따른 낭보에 현수막 내걸기가 바쁘다. 언론사에서 연일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책상위에는 두선수의 기사를 모아둔 스크랩철이 항상 놓여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골프부 출신 선수들의 신상명세를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개교 7년이란 짧은 역사에 10명의 선수를 배출한 상당고는 이제 골프 명문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두선수외에도 졸업생중에는 대형사고(?)를 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김주연과 이미나 선수의 잇단 낭보에 가족만큼이나 기뻐하고 있는 이가 옥천고 이봉훈 교감이다. 이 교감은 1998년 상당고 재직시절 골프부를 창단하고 2년동안 김주연과 이미나 선수의 지도교사 겸 감독을 맡았던 장본인으로 두선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해외전지 훈련으로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김주연과 이미나 선수의 졸업장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는 이 교감은 “LPGA에서 우승한 뒤에 졸업장을 찾아가라”고 한 약속을 제자들이 지켜 이제는 졸업장을 돌려 줄때가 됐다며 기뻐했다.
▲ 김주연 선수 사진=뉴시스 골프부가 창단할 당시 서울 서문여고에 다니던 김주연이 고향인 청주 상당고로 전학을 희망했다. 군산 중앙여고에 다니던 이미나 선수와 함께 가겠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렇게 해서 두선수가 함께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교감은 “주연이 아버지와 미나 아버지는 고향이 같은 친구사이였다. 그래서 평소 친분도 남달랐다. 미나가 상당고로 오게 된 것은 결국 주연이 아버지가 데려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두 선수가 함께 운동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같은 학교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운동을 하게 된 두선수였지만 국내 대회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김주연 선수다. 큰 키와 유연한 허리에서 나오는 장타로 참가하는 대회마다 1등을 독차지 했지만 이미나 선수는 3,4,5등에 머물며 늘 김주연 선수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김주연이 초등학교 5학년때 골프를 시작한 반면 이미나는 다소 늦은 중학교때 운동을 시작해 이때만해도 기량에서 둘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두선수 모두 하루 8시간씩 운동에 매달리는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주연과 이미나는 성격부터가 서로 달랐다. 김주연은 성격이 대범하고 야단을 쳐도 절대 기죽지 않는 외형적인 성격을 가졌다. 이런 성격 때문에 연장홀에 들어가면 절대 지는 법이 없었다. 반면 이미나는 내성적인 성격에 체력을 바탕으로 한 노력형 선수다. 두선수는 평소 다정한 친구사이지만 대회에 참가해서는 달랐다. 같은 대회에 참가해도 숙소를 같이 쓰는 경우는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 때문이다. 단체전과 개인전이 지만 개인전이 우선이라 두선수는 선의의 경쟁자였던 셈이다. 이 교감은 “주연이는 고교때 일반 프로랑 맞먹는 기량을 갖고 있었다. 프로대회에 나가서 우승도 몇차례 했다. 단점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완벽했고 대담한 선수였다. 하지만 미나는 주연이 보다 늦게 시작해 기술이 좀 부족했지만 절대 나서거나 내세우는 법 없이 묵묵히 소처럼 연습에만 몰두했다”고 회고 했다. 이런 두 선수의 뒤에는 아버지 김용진(50)씨와 이명우(50)씨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골프를 배워 자식들을 직접 조련하고 경기때는 캐디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우씨는 감독역할까지 하면서 24시간을 이미나 선수와 보낼 정도였다. 김주연 선수는 고교시절 박세리 선수처럼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김용진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씨에게 자주 조언을 구했고 그가 조언하는 대로 김 선수를 훈련시키기도 했다는 것.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어야 한다. 좋은 코치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한달에 250~300만원의 레슨비가 든다. 여기에다 한달에 보통 2~3개 대회에 참가해야 하고 연습 라운딩비도 모두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렇게 한 선수가 1년에 쓰는 비용이 대략 4800~50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김주연과 이미나 선수의 부모도 자식들 뒷바라지에 보통 열정이 아니었다. 시합때 돈이 부족하면 자식들은 클럽하우스에서 밥을 먹게 하고 자신들은 밖에 나와 자장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빵과 우유로 대신 하면서 홀을 따라 다닐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 교감은 “공립학교 예산은 뻔해 두선수에게 출전비 한번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했다. 한번은 시합이 끝나고 두 선수 아버지와 소주를 먹다가 자식들 뒷바라지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돈 돈 돈 하면서 술을 마신적도 있다”고 웃기도 했다. ▲ 이미나 선수 사진 뉴시스
이미나 선수의 아버지 이명우씨는 IMF때 사업에 실패한 탓도 있지만 자식을 훌륭한 선수로 키우기 위해 차까지 팔아 뒷바라지 했다. 이 선수가 작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미국 무대에 나섰을 때는 한달에 2000만원을 생활비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코닝클래식 대회에서 이미나 선수가 준우승을 차지할 때는 아버지 이명우씨는 돈 8000만원을 구하기 위해 귀국하는 바람에 결국 딸의 준우승 경기는 지켜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교감은 “자식을 골프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가족 전부가 뒷바라지에 매달려야 한다. 부모가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 두 선수가 오늘이 있기까지는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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