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난립, 그러나 결과는 이미 가시화

충북 교육감 보궐선거가 22일 후보등록을 기점으로 본격 달아 올랐다. 전임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출마자들의 선거준비 기간이 불과 한달정도에 불가한데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 역시 고작 10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투표가 예정된 8월 1일까지 일정 소화가 결코 녹록치 않을 조짐이다.

게다가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라 상당한 혼선도 예상된다. 충청리뷰는 교육계의 특수성을 감안, 정책선거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그동안 2회에 걸쳐 후보자 전체에 대한 정책진단을 펴 왔다. 선거가 촉박함에 따라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해 올바른 판단을 꾀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보는 권혁풍 전 충북도교육위원, 김윤기 청원부강초교장,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 류태기 전청주교육장, 박노성 청주 중앙초등학교장, 심의보 충청대교수, 이기용 괴산교육장, 이승업 보은교육장, 이재봉 충북대교수 등이다.(이상 이하 가나다순) 이중엔 이미 사실상 출마의지를 접거나 조만간 철회할 인사도 있다. 일부는 차기 교육위원 선거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감안, 정치적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교육감이 누가 되든 현재로선 과도기적 증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천호라는 지주(支柱)가 갑자기 사라진 상황이라 도내 교육계에 일부 아노미 현상마저 감지되는데다, 실제로 김 전교육감만큼 업무파악 능력과 조직장악력을 갖춘 후임자가 나타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선거엔 많은 변수가 따른다. 이들 변수 때문에 후보자의 입장에선 득표를 확신하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변수가 물 밑에서만 논의된다면 필히 부작용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의 관건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선거인단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돕기 위해 이를 기획취재했다.<편집자 주>

전임자 유지(遺志)의 적자 논란
김천호 전교육감 그늘이 아쉬운 후보자들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의 한가지 뚜렷한 특징은 전임 김천호교육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내 교육계 전반에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했던 데다 임기를 2년 반이나 남긴 상태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김 전교육감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때문에 그의 유지를 잇겠다는 게 이번 선거전에 나선 대부분 후보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설령 평소에 뜻을 달리했던 후보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예봉을 피하고 있다. 김 전교육감과 대립각을 세워봤자 지금의 분위기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몇몇 후보들은 아예 자신이 전임 교육감의 유지를 이어갈 적자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김 전교육감 미망인까지 찾아 가는 순발력(?)을 보였다.

최근 김천호 전 교육감 유지와 관련해 크게 주목받은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14일 첫 모임을 가진 추모사업회다. 이날 김 전교육감 제자들 14명이 모여 향후 발족할 추모사업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예상과는 달리 교육감 선거에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하는 자리가 됐다. 때가 때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교육계 현직의 제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일단 추모사업회 결성을 위한 대강의 추진위원회만을 구성한 후 교육감선거가 끝난후 구체적 활동에 돌입키로 했다. 추모사업회는 순수하게 스승을 기리고 그 분의 유지를 받들자는 차원에서 결성이 모색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고 앞으로도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김 전교육감 유족들도 우리의 뜻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우리가 나서면 선거전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만한 네크워크 즉 조직력을 갖췄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시선을 주는 후보가 있지만 엄정중립의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이들 제자가 주축이 된 비선조직은 김 전교육감의 절대적인 배경이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그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제자중 다수가 교육감선거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학교 운영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선거 때마다 큰 흐름을 이끌었다. 김 전교육감이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거국적 호평을 받기까지 이들에게 힘입은 바 크다. 때문에 후보들로선 자신이 김 전교육감의 유지를 이을 적자임을 내세우기 위해선 1차적으로 김 전교육감 유족이나 이들 제자 그룹에 손을 뻗칠 수밖에 없다. 당초엔 일부 후보만 가족과 접촉했다가 상대 후보의 불만을 사게 되자 제자그룹에 의해 ‘찾아 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만나되 특정후보 지지는 절대 안 한다’로 입장이 정리됐다. 선거기간이 짧은만큼 조직력에 의한 득표가 당선의 관건이 된다는 것을 후보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임 교육감의 지지 그룹이나 각종 체육, 직능단체에 쏠리는 후보자들의 눈길은 그만큼 애절하다.

김 전교육감 유지와 관련해 이승업 보은교육장의 경우 “당선 되더라도 전임자의 잔여임기만 채우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이교육장은 김천호 전 교육감의 두 번에 걸친 선거에서 핵심역할을 함으로써 전임자의 비선조직을 꿰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잔여임기만 채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선거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전임자 논란에 대해 한 교육계 인사는 부정적인 시각을 달았다. 그는 “일단 누가 교육감에 앉더라도 그의 재직중엔 모든 교육계 인사가 그와 긍정적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누가 적자냐 하는 논란은 사실 의미가 없다. 돌아 가신 김천호교육감도 김영세교육감 시절엔 측근으로 불렸지만 막상 선거 때 이모씨를 미는 바람에 갈라지지 않았나. 이런 변수보다는 누가 교육감으로서 적격이냐는 인물론이 선거전의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초등 중등 후보 단일화 여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이번 보궐선거전은 초등 수성, 중등 탈환의 의미가 강하다. 때문에 초등과 중등의 세대결 구도에서 어느 한쪽이 후보를 단일화한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권으로 분류되는 후보 대부분이 출마를 강행하는 분위기여서 1차투표에서 단일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후보가 드러나지 않자 2차 결선투표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현재 초등은 김윤기 부강초교장, 박노성 중앙초교장, 이승업 보은교육장, 중등은 권혁풍 전교육위원, 김재영 전청주고교장, 류태기 전청주교육장, 이기용 괴산교육장 등으로 대별된다.

공교롭게도 초등은 물론 중등에서도 상대에 견주어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는 대신 서로 고만고만한 경쟁력을 보여 어차피 1차 투표에선 다수의 후보가 경합을 벌일 공산이 크다. 1차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을만한 후보가 쉽게 점쳐지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이틀 후인 8월 3일에 열릴 2차 결선투표는 복잡한 양상을 띨 수 밖에 없다. 후보간 연대는 물론 향후 자리보장 등 ‘물밑 거러까지 시도될 개연성이 높다. 이미 교육계에선 특정 후보마다 섀도캐비닛(예비 내각)까지 준비했다는 억측들이 나돌고 있다. 이런 전후과정에서 혼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예상되는 2차 투표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누가 각각의 대표주자로 나서느냐는 것이다. 현재 여론을 종합하면 초등과 중등 각각 2명씩으로 좁혀지는데 이중에서 차기 교육감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초등과 중등의 대결구도가 빚어지더라도 현재로선 여러 변수 때문에 일방적 표쏠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초등이나 중등 어느 한 쪽의 두 후보가 결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초등과 중등을 통틀어 처음부터 3파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3파전의 인물이 다르지만 결선 투표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4명은 항상 똑같이 거론된다. 후보는 난립하지만 이미 될성부른 인물은 손에 꼽히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초·중등 역학구도에 대해 한 관계자는 “어느쪽이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비유했다.

투표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 즉 선거인단은 현재 총 4788명으로, 이중 초등이 2563명(53?5%), 중고교를 포함하는 중등이 2158명(45%)을 차지한다.(나머지 67명은 특수학교) 만약 초등과 중등의 세대결이 전개된다면 숫자상으로 초등이 약간 유리하다. 특히 청주 청원권 선거인단이 전체의 40%를 차지해 이곳 표의 향배가 결정적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TV 토론회와 결격 사유
‘흠’ 있으면 TV토론 통과의례부터 문제

역시 선거전 막판의 최대 변수는 TV 토론회다. 김천호 전교육감이 두 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당선된 배경엔 문제의 TV토론회가 자리잡고 있다. 본인의 언변이나 논리가 뛰어나면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상대후보가 TV토론에서 소위 ‘죽을 쑤게 되면’ 선거전은 절대 유리하다. 이미 이런 사례를 몇차례 목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TV 공개토론은 당락의 큰 잣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미디어 선거의 핵심은 어쨌든 언변과 논리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TV토론이 진행되면 될 수록 결국 손해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후보자별 결격사유다. 교육감 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후보 신변에 관한 조그만 결격사유도 자칫 필패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잖아도 몇몇 후보는 벌써 각종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발전기금 및 특정단체 기금유용, 학교납품비리, 부동산투기 의혹, 교육계 사업관련 신분이용 등이다. 이런 사안들은 사실여부를 떠나 선거가 임박할 수록 더욱 소문으로 번지는 추세다. 이에 발목이 잡혀 이미 거취고민이 심각한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문의 당사자들은 TV 공개토론회가 그야말로 ‘쥐약’이다. 10년 쌓은 공든탑도 상대후보의 단 한순간의 어깃장으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학교운영위원은 “후보가 난립한다지만 막상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아마 몇 사람은 이러저러한 결격사유로 제풀에 꺾일 것이다”고 내다 봤다.

각종 교육관련 단체 “나에게 좀 눈길을...”
각종 교육단체 귀한 몸

교육 관련 각종 단체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전교조를 비롯한 학원연합회, 각종 체육단체 등이 우선 주목된다. 여기에 속한 인사들 다수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학교운영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운신이 곧 표성향으로 나타나 게 된다. 학교운영위원회 자체의 내부 움직임도 예의 주시된다. 하지만 단체별 거국적 의견조율은 이번 선거의 성격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으로선 개별 혹은 국소적인 의기투합이 점쳐지는데 그렇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곧바로 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모 단체의 경우 최근 일각에서 김천호 전교육감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책임추궁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전폭적으로 미는 방안 등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포괄적 공감은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관련 단체는 학교 교육현장과 직접 연관되고, 여기 관계자들 역시 대거 운영위원에 포진하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때마다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태권도 조직은 초등학교에서 목소리가 높은데다 특정 현안 발생시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여 왔던 관계로 이번 선거에서도 몇 몇 후보들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체 투표수의 약 10%를 태권도인들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감 잘 뽑아야 사업도 된다?”
후보자들의 학교관계와 지역별 표 응집 가능성도 변수라면 변수다. 학맥관계는 특히 충북대 청주교대 청주사범학교 청주고 청주농고 등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같은 학교 출신의 후보 단일화와 특정학교 출신에 대한 전폭적 지지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이런 학맥에 의한 움직임은 1차투표보다는 2차 투표시의 합종연횡에서 대대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표성향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해당 현지에서 학교장 또는 교육장을 지냈거나 재임중인 인사일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남부 3군 특히 보은군쪽의 움직임이 시선을 끈다. 이에 대해 한 학교운영위원은 “보은은 짱돌(?)만 하나 떨어져도 똘똘 뭉친다”며 최근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 밖에 교육관련 사업을 하는 인사들도 선거전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이들은 특정 후보들한테 도움을 요청받은 상태다. 이중 일부는 선거전에 적극 나서 올인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앞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분명하게 엇갈린다. 그 사람이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되레 지지후보의 표를 깎아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도 있다.

학교운영위원중엔 시·도의원 등 현역 지방의원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예정인 인사들이 여럿이어서 이들과 교육감 후보간의 역학관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서로 주고 받기식의 선거지원이 약속될 경우 교육감 선거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의원 출마예정의 한 운영위원은 “내년 선거를 생각한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겠냐”며 자신의 선거구에 거주하는 특정 후보를 밀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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