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무당적 의원 9명 가운데 7명, “입당하겠다”
정당 지지도, 지역구 여론 따라 이합집산 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허용과 중선거구제, 의원유급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선거법 개정안이 6월30일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청주시의회 의원들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은 충청리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구당 제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을 정치권에 줄세우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거나 “돈선거, 입후보자 양산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 당적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은 물론, 당적이 없는 의원 9명 가운데 7명도 내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보다는 당을 선택해 공천을 받겠다고 밝혀 이미 현실론 쪽으로 기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당에 줄서기는 싫지만 당선에 뜻을 둔 이상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지 이미 눈치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현행처럼 동네 대표를 뽑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선거구제로 치러지게 되면서 공천 경쟁은 물론, 본선에서도 금배지를 달기 위한 현역 의원 사이의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적이 없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법 개정에 따른 청주시의원들의 속내를 들여다 봤다.

   
▲ 청주시의회 본회의 광경.
청주시의회 정원 ‘어쨌든 준다’
청주시의회 의원들이 개정된 지방선거법에 반발하는 것은 정당공천도 문제지만 중선구제가 실시되면 의원 정수가 준다는 것도 큰 이유다. 아직 중선거구제에 따른 선거구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도의원 선거구(상당1·2, 흥덕 1·2·3·4)를 기준으로 10만명 이상은 4명, 10만명 이하는 3명을 선발할 경우 지역구에서 21명을 뽑게 되고 여기에 비례 대표 2명을 더 하면 모두 23명이 돼 현재 28명 보다 5명이 줄게 된다.

현역 의원끼리 겨루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다. 선거구별로 한 당에서 3~4명을 공천하게 되니 당내 공천도 경쟁을 치러야 하고 본선에서도 겨뤄야 하니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당내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사람은 해당 선거구에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어 애매하게 ‘줄서기’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선거구제 실시에 따른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인구가 적은 동에 적을 둔 출마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물을 보고 고른다 하더라도 동네 발전을 위해서라도 자기 동 사람을 찍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유성훈(용암2)의원은 이에 대해 “인구 수가 많은 동이 의회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결국 소외된 지역은 더욱 낙후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기영의장, 국회의원 수도 줄여라
전국시·군·구의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기영(사직2)청주시의장은 개정된 지방선거법 어느 구석에도 ‘고운 구석이 없다’며 전국의 기초의회들과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이 주민들의 생활민원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초의회를 손에 넣으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의원 유급화를 빌미로 의원 수를 줄이려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의장은 또 “기초의원만 중선구로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원부터 정원을 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의원은 특히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기초의원 수는 오히려 늘어나야 할 요소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의장은 의장 당선 시점까지도 한나라당 당적을 가졌으나 2개월여 전에 도당에 우편으로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탈당 사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유 의장은 최근 한나라당 당적을 지닌 P도의원에게 재입당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출마가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역구민들과 상의하겠다
무당적 의원들의 입당은 대부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 줄을 서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어차피 줄을 설 바에야 앞줄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경태(사창)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면 해당 선거구에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독소조항으로 문제가 있다”면서도 “지역주민들과 상의해 조만간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고교 선배인 윤의권후보를 돕기 위해 한나라당 조직인 ‘2030’에 가입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무당적이며, 지역여론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병각(사직)의원은 “정당공천은 시장·군수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초의원 공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무소속은 어렵다”며 ‘연구중’이라는 말로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밝혔다. 서 의원은 한때 한나라당 당적을 가졌다가 탈당계를 낸 상태다.

김홍식(오근장)의원도 “불리한 점 있다면 가입을 검토하겠으며, 모든 과정을 주민들과 상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부분 무당적 의원들이 여론을 검토해 당을 고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신웅, 박종구의원 차라리 불출마
황재봉(성화·개신·죽림)의원은 “상황을 봐서 하겠다. 그러나 줄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는 경우다. 그러나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꼭 하겠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경우다.

황 의원은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도당에 확인한 결과 당비 납부나 정당활동을 하지 않아 제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우(복대1)의원도 “제도는 문제가 있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입당 시기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부 무당적 다선 의원들은 ‘차라리 안 나가고 만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4선인 박종구(영운)의원은 “지금 같아서는 출마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퇴보의 기미를 보이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지금 같아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면 3선의 서신웅(복대2)의원은 “나이 들어서 똘마니 역할이나 할 일이 있겠냐”며 정당공천제 하에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무소속 후보를 찍어달라고 선전하겠다”며 정치권에 대해 “신물이 난다. 용납할 수 없다” 등 격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시의원들의 반응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도당 관계자들은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두 당에는 입당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발길이 잇따르고 있어 기초의원 입지자들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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