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무시한 각종 유사간판 난무가 불법의 원천
일부 노래방, ‘유흥주점 저리 가라’ 윤락도 불사

밤만 되면 대한민국은 노래천국이다. 주택가에 있는 노래연습장과 노래방에서부터 네온사인이 찬란한 상업지역으로 나서면 노래궁, 노래빠, 노래타운 등 ‘노래'가 들어가는 간판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최근에는 의미가 모호한 ‘노래밤’이라는 간판까지 등장했다.

음주가무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에 영상이 있는 기계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업소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가라오케(空+오케스트라)가 부산지역으로 상륙하면서 노래연습장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전까지는 1~2인 정도의 밴드가 연주하는 속칭 ‘오브리(Obbligato의 변형:악보에 없는 즉흥 연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는 특권층의 룸살롱 문화가 있었지만 영상 기계반주가 대세를 장악한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술도 팔고 접대부도 고용하는 곳이 유흥주점(1종), 술만 팔 수 있는 곳이 단란주점(2종), 노래만 부를 수 있는 곳이 노래연습장이다. 그런데 이 경계는 일찌감치 무너졌다. 대부분 단란주점에서도 접대부를 고용하고 있고, 비알콜 음료만 허용되던 노래연습장에도 캔맥주가 상륙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1종과 2종, 노래연습장의 경계가 무너진 것은 명칭의 혼란에서 비롯됐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이 업종을 간판에 표시하지 않고 노래연습장들도 연습장이라는 명칭 대신 ‘노래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연습장들이 굳이 노래방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려면 간판에 노래연습장이라는 업종을 병기한 뒤 ‘○○노래방’이라고 이름을 지어야 한다.

새로운 경향이 등장한 것은 IMF 경제난 이후. 1종이나 2종 업소들이 오히려 노래방(노래연습장)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각종 접대문화가 급격히 쇠퇴하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문을 닫는 유흥주점들이 속출하자 나름대로 ‘박리다매’를 노리고 저가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또 유인책으로 유흥주점이라는 명칭을 과감히 버리고 노래궁, 노래빠, 노래클럽, 노래밤 등 유사간판을 내걸기 시작했으며, 유흥주점이라는 업종만 표기한 채 아예 ‘○○노래방’이라는 간판을 내거는 1종 업소까지 등장했다.

이들 업소의 무기는 합법적으로 술을 팔고 도우미를 둘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객실 안에서 이뤄지는 퇴폐행위의 수준은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일쑤다. 양주를 마시고 약간의 웃돈을 얹어주면 완전 나체 수준으로 벌이는 각종 퇴폐행위가 펼쳐진다. 노래궁을 노래방으로 오인하고 들어갔던 손님들과 종종 술값 시비가 벌어지고 한다. 문제는 일부 유흥주점의 ‘유사 노래방화’가 노래방 퇴폐 등 각종 퇴폐 향락문화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청주지역 주택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지난해부터 하복대 등 유흥가에 윤락까지 알선하는 노래방이 생겨났는데, 룸살롱을 능가하는 시설에 양주까지 파는 것을 보면 아예 처음부터 불·탈법을 작정하고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세 노래방 업주들이 노래궁이나 대형 불법 노래방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술취한 손님들이 불법 업소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 C씨는 “일부 손님들이 양주를 달라고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도우미를 바꿔달라고 요구해 웃돈을 얹어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C씨는 또 “대형 불법 노래방에 대한 고발이 거의 없는 것은 불법을 바라는 손님의 요구를 충족해 주기 때문”이라며 “어쩌다 캔맥주를 팔고 도우미를 불러주는 영세 노래방들이 술취한 손님들의 우발적인 신고에 의해 번번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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