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분기역 확정으로 매물 쏙 들어가 거래 끊긴 상태
투자자들 토지 보상 방식에 확신 없어 투자 망설여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이 확정된지 8일째인 지난 7일. 오송분기역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도로 곳곳에 내걸리고 외지 차량이 줄지어 있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외면사무소 앞 육교와 인도변 담벼락 몇군데에 내 걸린 현수막이 고작이었고 외지 차량도 거의 찾아 볼수 없었다.

오송분기역 확정으로 청주·청원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오송은 조용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자 강외면사무소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곳이 절반도 넘었다.

   
▲ 강외면 사무소 앞 육교에 내걸린 오송분기역 확정 환영 현수막. / 육성준 기자

분기역 발표 이전에는 1주일에 1~2명의 손님이 고작이었지만 오송분기역이 확정되면서 2~3일간은 시세를 묻는 외지인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많이 찾았다. 청주와 청원 지역에서 투자목적으로 찾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오송을 찾는 외지인들은 서울이나 경기도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예전에 땅을 사 놓았던 사람들로 시세가 궁금해 찾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땅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투자자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매입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다지 부동산 관계자는 “오송은 연기·공주보다 1년이나 빨리 토기거래허가구역과 투지지역으로 묶였다. 법으로 묶어 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묶어 놓았다. 그래서 거래 맥이 끊긴지 오래다”고 말했다.

오송지역의 땅값은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 2003년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땅값은 분기역 확정 이후 평당 10~20만원이 더 올랐지만 그나마 매물이 쏙 들어가 매매가 끊긴 상태다.
ㅎ부동산 관계자는 “가뜩이나 가격이 오른데다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도 오송분기역 확정으로 값을 더 올려 매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땅에다 투자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나중에 보상까지 염두에 두고 오는 사람들인데 오른 땅값에 누가 땅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오송지역의 땅값은 평당 농지가 30~50만원, 대지가 200만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3년전 농지가 15만원, 대지가 70~80만원에 거래되던 때에 비하면 2년동안 2~3배이상은 뛴 가격이다.
도로변 가격은 이보다 곱절은 더 비싸다. 청주-조치원간 4차선 도로변 농지는 평당 10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오송-옥산간 2차선 도로변도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토지닷컴 관계자는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바로 인접한 도로변 농지는 180만원을 준다고 해도 매물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오송분기역 확정 이전에 매물로 나왔던 땅도 대부분 쏙 들어갔다. 간혹 매물로 나오는 땅은 외지인들이 3년전 투자목적으로 사 놓았던 땅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 토지의 절반가량은 벌써 외지인들 손에 넘어갔다는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ㅇ부동산 관계자는 “3년전에 평당 15만원에 사서 50만원에 팔면 35만원의 시세차익은 얻지만 양도소득세 때문에 눈치만 보는 외지인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혹 편법으로 매매가를 낮게 써주면 땅을 팔겠다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하지만 토지수용시 보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 때문에 매수자의 거절로 실제 이런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행정수도 발표때만 해도 지금처럼 거래가 없지는 않았다. 그때도 땅값이 30%나 껑충 뛰었지만 그래도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오송지역에 처음 부동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4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의 기획부동산에서 내려와 땅값을 한껏 올려 놓았던 적이 있다. 이때부터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오송에만 현재 25곳이나 된다.
ㄴ부동산 관계자는 “당시 평당 8~10만원 하던 땅을 기획부동산이 들어와 30만원까지 올려 놓았다. 그때 기획부동산 말만 듣고 땅을 사뒀다가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에다 오송분기역이란 호재가 생기자 지적도 한 장만 들고 자기 땅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송지역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땅값이 많이 올랐고 각종 규제로 묶여있기는 하지만 수용될 토지에 대한 보상방식에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지로 보상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만약 돈으로 보상받게 된다면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오송지역에서 개발이 예정된 곳은 정중리와 봉산리 일대 150만평이 오송신도시로 개발된다. 농림부와 협의가 끝나면 추가로 절대농지 200만평 가량이 더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다 오송분기역 역세권으로 20만평의 땅이 수용된다.

ㄱ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바람이 처음 불때 서울 투자자들은 궁평리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지역 땅만 찾았다. 그렇지만 궁평리도 역세권에 포함되면서 그리 큰 이익은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가 한산한 것 만큼이나 주민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청주·청원 주민들이 오송분기역 확정에 들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원주민들은 그리 반기는 눈치도 아니다. 이미 많은 토지가 외지인들 손에 넘어갔고 수용될 토지에 대한 보상금액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들은 최근 땅값이 다시 들썩이자 일단 매물을 거둬 들이고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민 김모(56)씨는 “일찍 땅을 사둔 외지인들은 돈을 벌겠지만 원래 땅을 갖고 있던 오송사람들은 그리 큰 돈을 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어디로 몰렸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확정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오송지역은 각종 규제로 묶여 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자 투자자들이 몰린 곳이 충주와 음성, 괴산지역이다. 기업도시가 들어서는 주덕읍 가금면 이류면에 접해 있는 충주시 신니면, 음성 소이면과 대소면, 괴산 불정면, 목도면 등은 올 초부터 투자열풍이 불었다.

주덕읍은 20여개의 중개업소가 들어설 정도로 투자 수요가 많았다. 충주시 신니면은 4차선 도로옆 관리지역이 30~35만원, 2차선 도로 옆은 20~25만원 수준으로 기업도시 후보지 발표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음성 소이면은 도로변 전답이 평당 20~30만원으로 인근 신니면과 비슷한 시세를 보였고, 괴산 불정면의 관리지역 전답도 연 초 보다 평당 10여만원이 올랐다. 또 최근에는 증평지역까지 투자 바람이 옮겨 붙어 땅값이 들썩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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