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와 주제가 있는 놀이, 충북의 팜스테이
산속 깊숙한 시골 마을에서 빨간 고추를 따다가 바라보는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포근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어 그렇다. 이른 아침, 계곡이나 실개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세수는 그 자체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 딸들이 더욱 살갑고 대견스럽게 보일 것이다. 이때 들이마시는 공기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나.
팜스테이(Farm stay)는 기존의 단순한 농가 민박과는 달리 시골 농가에 숙박하며 한 가족이 농촌체험을 통해 동질감을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다 그 지역에서 개최되는 마을 축제까지 함께 한다면 올 여름 휴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현재 팜스테이 운영은 농협이 가장 모범적이다. 전국에 산재하는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팜스테이를 가꾸어 가며 이를 책자로도 발간, 좋은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농협 중앙회가 펴낸 ‘2005년 농촌 체험관광 내고향 쉼터로’를 지침으로 충북의 팜스테이를 여름 특집으로 싣는다.
마을 회관과 공연장, 주차장, 화장실, 캠프장, 정자, 바베큐시설 등이 잘 갖춰져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현재 6개 농가가 참여해 14개 방이 이용 가능하다. 천년 고찰 공림사가 바로 마을 인근에 있어 사담리 팜스테이를 더욱 빛나게 한다. 아침 산책로로도 적합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찰 뒷편으로 등산까지 가능하다.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때 지어진 사찰로, 당시 건물은 불타 없어지고 대부분 중축이나 복원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절 주변을 가득 메운 200년생 느티나무들이 천년고찰의 운치를 더 해 준다. 차로 10여분 거리인 평단리엔 풀무원의 창시자 ‘원경선’이 마지막 혼을 다해 가꾸는 마을 공동체 ‘평화원’이 자리잡고 있어 이곳을 직접 찾아 유기농의 진수를 경험하는 것도 사담리 팜스테이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올해 92세인 원경선은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힘없고 가진 것없는 이웃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용안내는 청천 농협 지도계(043_832~4095)나 마을대표 이금복씨(833~1257)로 문의하면 된다.
단양 한드미 마을
소백산 정기 받은 청정환경의 보고
단양 한드미 마을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마을로, 얼마전 노무현대통령 내외가 이곳에 불시 찾아 와 농촌체험활동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더욱 알려지게 됐다. 맑고 깨끗한 생태환경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영문 이름도 eco-village school handemy 이다. 한드미 마을의 새밭계곡에는 청정수역에서만 볼 수 있는 산천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환경이 잘 보존돼 있으며, 소백산의 정기를 받은 맑은 공기는 밤하늘 끝없이 빛나는 별들의 모습만큼이나 명징하다.
마을회관, 공중 화장실, 공동취사장, 캠프장 등이 잘 조성돼 있다. 이 마을의 별미는 역시 콩탕이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콩을 맷돌에 갈아 국물을 내고 각종 야채를 넣어 탕으로 만든 음식인데, 이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다. 콩 알갱이가 입속에서 씹히는 맛이 구수하기 그지 없는데 여기에 야생의 돌배로 담근 술을 반주로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리산에서 나오는 각종 산나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도 이곳 만수리 팜스테이의 진수다.
이 마을엔 일명 ‘선씨 가옥’이라는 99칸 고택이 있어 여행미를 더해 준다. 자녀들에게 말로만 듣던 대궐같은 99칸 고택을 구경시켜 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길게 토담을 쳐 담장을 만들고 안채와 사랑채를 세운 전통 기와집이다.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 선 방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현재 10농가가 팜스테이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용가능한 방은 모두 29개다. 이용안내: 보은농협 지도계(043-544~8133) 마을대표 박춘실(543~9302)
보은 구병리 마을
우복동 전설이 녹아든 송로주 한잔
구병리를 모르면 보은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천혜의 오지 구병리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도로를 따라가다가 길이 막히는 곳에 구병리가 있다. 보은에서도 알아주는 오지였지만 3~4년부터 시작된 변신이 지금의 팜스테이를 가능케 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각종 지원에 힘입어 정보화 시범마을로 탈바꿈하면서 외지인들에게도 아주 친숙해진 것이다. 마을 초입의 우거진 노송과 비탈에 제멋대로 핀 야생화가 우선 시선을 끈다.
이곳 구병리는 최근 전란, 질병, 기근 등 3재가 없다는 우복동(牛腹洞)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다. 한국의 무릉도원 이른바 전국 10승지지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곳은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그만큼 산세와 경치가 아름답다. 말 그대로 소의 뱃속처럼 생긴 지형 때문에 각종 전란과 6·25 때도 아무런 피해가 없게 되자 전국에서 피란민들이 몰려 온 것이 지금 마을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7, 80년대의 산업화에 밀려 사람들이 떠나고 마을엔 정적만이 감돌다가 최근에 다시 웰빙바람을 타고 최고의 명소가 됐다. 충북 알프스로 명명된 구병산 자락에 위치하기 때문에 마을 그 자체가 구경거리다. 시간을 내 구병산에 오르면 탁트인 시야로 부러울 게 없다. 마을이 워낙 고지대여서 구병산의 중간 쯤에서 등산하는 묘미도 색다르다.
포도주 먹고 양산팔경에 취한다
학산 모리마을은 포도가 유명하다. 때문에 포도농장 견학, 포도따기, 포도주 만들기, 포도주시식하기 등 포도주와 관련된 체험거리가 사시사철 준비돼 있다. 이런 체험은 여름 휴가철이 특히 제격이다. 임산부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형상을 한 마을앞 갈기산은 등산코스로 인기가 높다. 주변에 양산팔경과 영국사 금강 뜸부기굴 촛대바위 호랑이바위 등 볼거리도 많다. 특히 천년고찰 영국사는 지난번 산불 재앙에도 피해를 입지 않아 이곳을 찾는 감회가 남다르다. 이용안내: 학산농협 지도계(043-743~6400) 마을대표 이원희(743~8796)
옥천 지수마을
둥실봉에 실린 향수와 흑염소의 조화
이곳은 옥천에서도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강줄기가 만들어 낸 자연의 조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치 한반도 지도모양을 했다고 해서 언론에도 종종 보도된다. 한반도 모양의 둥실봉에 올라 이곳에서 태어난 정지용의 시 ‘향수’를 되새기면 신의 섭리인가, 자연의 조화인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는데 바로 흑염소 울음이다. 흑염소 요리는 이곳 지수마을의 대표적 먹거리다.
이용안내: 안남농협 지도계(043-732~7008) 마을대표 홍기엽(731~8201)
세상의 모든 약초 다 모였네
마을 앞에 그림같은 청풍호반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한눈에 반한다. 산야초란 말 그대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을 의미하는데, 이곳은 다른 마을에 비해 약초가 많은 것으로 예부터 유명하다. 때문에 약초와 관련된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솔잎차, 대추차, 당귀차 끓여 마시기와 사상체질 산책로탐방, 천연염색, 산야초체험관 관람 등도 가능하다. 특히 이곳 연고인 사상의학의 창사자 이제마를 만나는 것은 아주 각별한 체험거리다. 이제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체질 판별표나 각종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체질을 알아보는 시간도 즐겁다. 이용안내: 남제천농협(043-648~5411) 마을대표 이정관(651~2821)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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