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처음 시도, 여성주의 시각에서 작품 바라보자는 취지
“영화제·문학제 등과 한데 묶어 여성문화제로 키우자” 여론 비등

여성주의 시각에서 미술작품을 들여다보는 여성미술제가 올해 두 번째 열렸으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북여성포럼 주최로 선보인 이 미술제는 여성작가들이 여성문제를 조형적 미술언어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독특한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중앙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청주에서 전시를 통해 여성의 위치와 정체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긍정적이라는 여론이다. 올해는 특히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라는 ‘최근 잘나가는 전시기획자’ 중 한 사람이 기획을 맡아 작가섭외, 주제설정, 세미나 주관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미 소개된 작품?

그러나 행사를 추진하는 추진위원회가 없고, 지역작가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측면에서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모씨는 “올 여성미술제는 지난해보다 내용이 풍부하고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혼자 추진하기 보다는 여러사람들이 같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작가들도 예술감각과 여성의식 모두를 갖춰야 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작가들이 여성주의 시각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씨도 “추진위를 구성해 여성주간에 펼쳐지는 영화제, 그리고 다른 예술장르와 함께 여성문화제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된다면 여성문제를 각기 다른 측면에서 다뤄 흥미도 있고 깊이도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 시각을 가지고 있는 큐레이터와 추진위원들이 제대로 미술제를 만들어 낸다면 지역 여성들의 축제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의 유명 기획자에게 맡겨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며 “이번에 서울에서 온 작가들은 광주비엔날레나 다른 전시회때 이미 소개된 작품들을 가지고 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원금 어떻게 받을까” 최대 고민

또 총 8명의 작가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2명밖에 안되는 것에 대해 지역작가의 참여가 너무 저조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술제를 주관한 엄은숙 무심갤러리 관장은 “작년부터 의식있는 지역 여성작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여의치 않다. 나중에는 지역작가만으로 미술제를 여는게 좋지만 솔직히 작가섭외가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 “미술제, 영화제, 문학제 등을 한데 모아 여성문화제 형태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적극 찬성한다. 지역여성단체 관계자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내년까지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지원금을 따내기 어려운 것도 이 전시를 풍족하게 치르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청주시로부터 400만원, 올해는 충북여성포럼으로부터 700만원을 받았으나 액자비, 작품운반비, 팸플릿 제작비, 세미나 경비 등에 모두 들어갔다는 것. 그래서 작가들에게는 제작비 지원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지원금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가 가장 큰 골칫거리”라는 엄관장의 말을 빌어보아도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여성미술제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작가섭외부터 행사비 모금까지 관여하고, 내용상으로는 여성의 현실을 대변해 지역여성의 축제로 자리매김 한다면 여성미술제가 보다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는 게 뜻있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