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수 회장 18년 그늘에서 못 벗어나
변화와는 무관한 ‘무풍지대’로 남아…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호텔에서는 ‘2002년도 충북협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원종 충북지사를 비롯한 지역 기관장과 임광수 충북협회 회장,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협회 사업 승인과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새로 임명된 충북출신 각료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이 있었다.
여느 정기총회와 다름없는 진행이었다. 사단법인 충북협회는 재경 충북도민들의 친목도모와 충북 지방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친목단체다. 재경 충북향우회, 충북도민회 쯤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순한 친목단체로서의 의미보다 재경충북도민들의 역량결집 및 서울과 충북의 가교 역할을 해나갈 구심체로서 그 상징성과 의미는 상당하다. 이런 충북협회가 조직의 정체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번 정기총회를 전후하여 커지고 있다.
충북협회에 대한 비판과 변화 요구는 오래 전부터 내재되어왔다. 다만 조직적으로 밖으로 표출되지 못했을 뿐이다. 고향사람들이 모이는 친목단체이다 보니 선배, 어른들의 하는 일에 깊게 나서는 것은 괜스레 불경스러운 것 같은데다 좋은 것이 좋다는 지역적 정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충북인으로서 목소리를 결집시키고 보다 지역적 발전과 지원을 꾀할 도민회로서 역할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충북 양로원’이라는 비판

충북협회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6월 창경원에서 개최된 충북관계재경인사 모임에서 협회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계기가 되어 1948년 8년 임의단체로 내무부에 등록됨으로써 설립됐다. 반세기가 넘는 연륜을 지닌 것이다.
그런데 지난 85년 제 7대회장에 취임한 임광수회장(임광토건회장)이 18년째 연임함으로써 조직적 정체의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임회장 개인의 장기 집권(?)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그에 따른 조직의 생리적 노화가 누적된다는데 있다.
“충북협회에 관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으로 한발 물러난 60대 이상이다. 협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양로원에 빗대 충북협회를 ‘충북 양로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원로들이 모임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고 연륜과 경험으로 조직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거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면 조직의 활력을 기할 수 없다.” 한 재경 충북인사가 쏟아 놓는 충북협회에 대한 비판이다.
몇 번 충북협회에 참석했다가 협회 운영을 보고 실망하여 이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재경인사 A씨는 “재경인사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고향 발전을 위한 대내외적 지원과 과시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정기총회라고 하는 것이 몇몇 국회의원, 장차관들에게 감사패나 만들어 전달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뷔페 음식을 웅크리고 앉아 먹고 뿔뿔이 흩어진다. 내가 알기로는 총회 직전 점심시간에 별도로 VIP 1백여명을 불러 점심식사를 하고 오는 것으로 안다. 잘 나가는 사람들 사교의 장일 뿐이다. 청주지역 기관장들도 ‘사교’차원에서 참석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A씨는 “임광수 회장은 종신제 회장이냐”며 임회장의 장기 연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는 일이 뭔가?

충북협회는 1950년 초 충북협회 회관의 전신인 ‘충북공무원 호텔’을 개관했다. 그러나 54년 1.4후퇴 후 건물이 소실되어 58년 ‘회관재건추진위원회(위원장 이해용)가 조직되어 당시 화폐로 528만원(재경인사 426만원, 재청인사 102만원)을 모금하여 연건평 135평의 3층짜리 회관을 준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충북협회는 이 회관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임원 및 이사들의 회비 또는 출연금으로 협회를 운영한다. 회장은 연회비로 500만원, 시·군 향우회장은 50만원, 이사는 20만원씩을 낸다. 그리고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 참석자에게는 1만원씩을 받는다. 이렇게 조성된 예산으로 사무국(직원 3명) 경상 경비 지출과 협회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충북협회의 대표적인 행사 및 사업이 신년교례회와 정기총회 등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3, 4백명이 세종호텔에 모여 임원 그들만의 잔치로 끝내는 것이 전부인 충북협회가 어떻게 재경 충북도민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체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인 것이다.
임광수회장은 지난 1월10일 충청일보의 충북협회장 신년인터뷰에서 “지난해에는 우리 고향쌀 이용운동을 두차례 펼친 것을 비롯해 추석맞이 우리 농산물 직거래 장터 행사 및 ‘e-고향’사업 충북서비스 개통 등 고향 농민들을 지원하는 행사가 예년에 비해 활발했다. 또 서울에서 개최된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성공다짐대회와 직지 유네스코 등재 축하연에 임원진 등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충북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협회는 해마다 신년교례회와 정기총회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분기별로 충북협회보를 발간, 배포하여 회원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충북협회는 지난 86년 장학회를 설립하여 1억5700만원의 기금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충북협회는 회원이 1600여명으로 일개 시·군의 향우회 회원만도 못하다. 그만큼 출향 충북도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충북협회 사무국 관계자는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에 참석하여 1만원을 내는 사람 모두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데 1600명으로 이들에게 행사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충북협회 한 임원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하지만 한 번 나왔던 사람들도 주류들과의 연령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멋 적게 있다가 가고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이들을 끌어들일 소모임 구성 및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위원회, 경제인회 등을 예시했다. 다른 시·도민회의 경우는 원로들이 OB회로 돌아서고 활동적이고 사회 중추적인 후진들에게 고향 발전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터주고 있다는 사실도 귀띔했다.
사실 충북협회의 조직 활력화 문제는 수차례 논의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을 분화시켜 몇 개의 산하단체를 구성함으로써 참여와 활력을 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얘기에 그쳤을 뿐 추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경인사 C씨는 “충북협회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임광수회장을 비롯한 그 그룹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분위기가 쫙 깔려 있어 끼리끼리 모이면 많은 얘기를 해도 전체적인 의견으로 집약시키지 못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인적 쇄신이 해결책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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