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교감 유가족, 심리적압박 여부 수사의뢰

지난 6월 초 교육감 ‘과잉영접’ 사태로 빚어진 옥천여중 교감 자살사건이 1개월이 지나도록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고 김영웅 교감의 자살원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학교장과 인터넷 글을 올린 교사가 동시에 퇴진압력을 받고 있다. ‘과잉영접’의 책임자인 교장과 ‘과잉영접’을 외부로 알린 내부 고발자가 동시에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특히 지난 5일에는 충북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옥천여중의 ‘과잉영접’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청이 ‘과잉영접’ 글을 올린 해당 교사를 상대로 경위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대표들이 직접 개입하고 나선 셈이다. 특히 논쟁의 핵심인 ‘과잉영접’ 여부에 대해 교육청의 주장과 유사한 논리를 펼쳐 성명발표의 배경에 대한 억측이 나돌고 있다. 옥천여중 교감 자살사건의 개요와 현재 상황에 대해 정리해본다.

지난 5월 24일 고 김천호교육감은 전국소년체전 개막식에 참여하는 관악반을 격려하기 위해 옥천여중을 방문했다. 교육감은 불과 10여분간 머물면서 관악반에 격려금을 전달하고 교장실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돌아갔다. 하지만 이 학교 조만희 교사는 5월30일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교육감 대왕님 학교에 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제의 10여분 동안 벌어진 학교내 상황을 전달했다. 또한 사소한 이유로 연장자인 학교 교감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고발했다.

조교사의 글을 토대로 인터넷 <오마이뉴스>가 기사를 작성했고 도교육청은 발칵 뒤집혔다. 최연소 교장으로 승승장구해 온 옥천여중 정모 교장은 ‘과잉영접’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밤 12시까지 교장실에 머물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정교장이 생각한 수습책은 조교사가 해당 인터넷글을 스스로 삭제토록 하는 것이었다. 김성웅 교감과 부장교사 2명을 조교사의 집으로 보내 설득작업을 벌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모든 사실이 공개된 마당에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조교사가 난색을 표하며 오히려 김 교감을 설득했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정교장을 찾아가 똑같이 설득했다. 결국 대화는 평행선을 긋게 됐고 며칠 뒤(6월 3일) 김교감이 자신의 관련 부분에 대한 삭제를 다시 요청해 조교사는 부분삭제를 하게 됐다는 것.

김교감이 관련된 부분은 고 김천호 교육감 방문시 학교 화장실에 들렀을 때 수건이 없어서 자신의 손수건을 사용한 것을 두고 질책당한 내용이다. 인터넷 게시글에 따르면 정교장은 귀빈방문을 앞두고 미리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김교감을 질책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것.

교장실로 불려온 김교감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자 “교장실이 어딘데 감히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들어오느냐’며 면박을 주었다는 것이 조교사의 주장이다. 특히 김교감은 정년을 1년 앞둔 노교사로 교장보다 12살이나 연상이었기 때문에 심적갈등이 컸고 결국 이튿날 병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같은 심적갈등을 후배 교사들과 술자리에서 털어놓았고 이를 전해들은 조교사가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 교장으로부터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자 심적갈등을 이기지못한 김교감은 결국 6월 6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김교감의 자살소식이 보도되자 <옥천신문>과 전교조 충북지부 홈페이지에는 조교사와 전교조의 책임론을 내세운 글들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마치 2년전 계약직 여직원의 차접대 문제가 불거지자 교장이 자살한 예산 보성초교 사건과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초의 문제제기는 학교현장에 남아있는 비교육적, 반민주적 관행에 대한 성찰이었지만, 예기치않은 학교 관리자의 자살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죽음의 책임공방론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편 김교감의 유가족들은 빈소로 보낸 정교장의 조화와 조문을 거부했다. 또한 경찰에 김교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변상황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유가족들은 교육청과 교장의 심리적 압박이 결정적인 자살동기라고 보고 있다. 반면 교육청은 조교사가 익명으로 인터넷 글을 올린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오마이뉴스> 보도직후 전교조충북지부 오황균 지부장과 정교장의 면담이 이뤄져 학교내부에서 사태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교육장이 김교감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합의종결이 뒤틀렸고 <옥천신문> 보도가 잇따르자 정교장도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

전교조충북지부는 5일 학운위협의회의 ‘과잉영접 사실무근’ 성명발표가 있자 도교육청에 민관 합동의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소모적인 편가르기식 논쟁보다는 학교현장의 특성상 수사기관이 아닌 객관적인 조사단을 통해 사실조사를 벌이자는 것이다. 

옥천여중 사건을 심층취재했던 <오마이뉴스> 기사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김교감의 장례식이 있던 지난 6월 8일, 고인의 운구차가 옥천여중에 들어섰지만 학교는 쓸쓸하기만 했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계속하도록 했고, 밖을 내다보지 못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가져온 하얀 국화꽃은 일괄적으로 걷어서 김씨가 쓰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35년을 교직에 헌신한 한 교육자를 보내는 교육계의 마지막 모습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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