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분기역 결정, 논공행상에서 밀린 한나라당의 볼멘 소리
내년 지방선거 영향 불가피, 여야 입씨름 당

호남고속철 분기역 입지가 오송으로 결정되면서 지역 정·관계가 공을 논하느라 소란스러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 한나라당이 배앓이를 하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이 오송분기역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국무총리나 건교부장관 등의 의중이 일찌감치 오송을 낙점하고 있었음을 강조하며 오송분기역 결정에 따른 정치적 반사이익을 한껏 누리는 반면,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논공행상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대표와 송광호도당위원장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은 한나라당 선대위 출범식 광경.

7월1일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의원들은 이른바 ‘정치적 입김’이 분기역 결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하며, 풍성한 덕담을 주고 받았다. ‘홍재형도당위원장의 지휘아래 국무총리는 김종률의원이, 건교부장관은 노영민의원이 마크맨 역할을 맡아 맨투맨작전을 펼쳤다’는 식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비례대표를 포함한 도내 지역구 의원 9명 가운데 서재관의원(제천·단양)을 제외한 8명이 참석하는 놀라운(?) 출석률을 보였다. 분기역 입지가 발표된 6월30일 홍재형위원장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가진데 따른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성원을 이룬 가운데 후속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6월30일은 국회 회기중인데다, 주요 표결에 따른 의원 총동원령이 내려져 부득이하게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단독 기자회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이 연일 샴페인을 터뜨리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배앓이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모 지역방송이 분기역 입지가 발표된 6월30일 긴급 편성한 토론회에 이원종지사와 노영민의원 등이 패널로 출연한 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소외되자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오송분기역을 당론으로 결정했고, 평가에 참여한 15개 시·도 가운데 9곳의 광역단체장이 한나라당 당적을 지녔기에 오송분기역 결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도내 정치권의 논공행상 다툼은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어서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를 지필 것으로 보인다.

당론 결정은 엄포사격이었다
사실 오송분기역 결정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한나라당은 ‘꽃놀이패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론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은 있었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2004년 9월23일 당내 문건에서 오송분기역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도당은 이를 무기로 ‘열린우리당도 당론으로 결정하면 될일을 못하고 있다’, ‘충북의 의석을 열린우리당에게 몰아줬는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시시때때로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이다.

오송분기역이 결정되면 당론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만약 불행한 결과가 나오면 도내 지역구의원들에게 강도 높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것이 지역 정계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주요 인사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나 지역 방문 시 한나라당의 뜻이 오송에 있음을 누차 확인해 오송분기역 결정이 당론수준의 결정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한구 전 정책위 의장이 2004년 10월27일 청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충북의 발전전략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송으로 당론을 확정했다”고 말한 것이나 충북을 방문한 박근혜대표가 2005년 1월26일 오송분기역 유치위 관계자들과 만나 ‘오송분기역 지지’를 확인해 준 것이 그 예다.
박근혜대표는 이후 목포를 방문해서도 호남고속철의 구간이 ‘오송에서 목포’라고 언급했고 2005년 5월12일 재보선 당선지역인 충남 아산을 방문했을 때도 오송분기역 당론을 재확인했다.

의원총회 거쳐야만 당론인가
오송분기역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 때까지만 해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한나라당의 오송분기역 당론’은 막상 분기역이 확정되자 환호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론도 아니다’라는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사실 호남고속철 분기역을 오송으로 규정한 한나라당 수도이전대책위 명의의 문건 ‘강한 지방, 작은 중앙’은 9월23일 발표와 함께 2차례나 의원총회에 상정됐지만, 의원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한 당내 논란으로 의원총회에서 문건 전체에 대한 통과가 잇따라 부결되면서 결국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 듯이 당내 주요인사들이 잇따라 오송분기역 당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당론수준의 결정이었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송태영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공식 루트를 통해 발표된 모든 입장은 당론으로 볼 수 있다”며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론이 아니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송태영사무처장은 또 “9월22일 문건을 검토할 때까지도 호남고속철의 구간이 천안(오송)-목포로 명기돼 있었다”며 “이날 당지도부를 강력하게 설득해 구간을 오송-목포로 바꾸는 극적인 일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송 사무처장이 당지도부를 설득한 논리는 지난 대선에서 충북에서 패한 대통령이 없었으며, 충북을 교두보로 삼아야만 충남도 진출할 수 있다는 ‘충북 캐스팅보트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영남 단체장 방문은 확인 사살
한나라당 도당의 주장은 오송을 당론으로 정했고, 평가에 참여한 15개 시·도의 단체장 가운데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이 오송분기역 결정에 쐐기골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평가단 합숙 과정에서 충남과 호남지역 평가단이 숙소를 이탈했는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단체장이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니 사실상 한나라당이 오송분기역을 결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도당은 송광호위원장을 비롯해 심규철 전 의원, 김정복 도의원 등 당 관계자 10여명이 6월9일과 6월20일 각각 수도권과 영남지역 단체장 6명을 찾아가 오송분기역 지지를 당부했으며, 이에 적극적인 화답이 이뤄졌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우 “경제성을 고려할 때 오송분기역이 타당하다”고 말했으며, 박맹우 울산시장은 아예 “오송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평가단을 구성하겠다”는 노골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도당의 지역방문은 도당의 주장대로 일찌감치 당론이 확정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벤트 성격이 짙다는 주장도 있다. 당론으로 확정된 마당에 충남과 호남을 자극해 가며 지역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태영사무처장은 “수도권과 영남방문은 약속을 받기 위한 자리였다”며 “일종의 확인사살로 보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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