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요리사 이상대소장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식습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제주 그랜드호텔에 근무할 당시 대통령 별장(공관)이 바로 옆에 있어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 때마다 이른바 출장요리를 전담했기 때문이다. 제주에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대통령을 모셨고, 박정희대통령은 서울 가든호텔에서 보조로 일할 때 옆에서 지켜 봤다.
그에 따르면 전두환대통령은 육류와 술을 특히 좋아했다. 또한 고단백 정력식품으로 통하는 전복 참복 바닷가재를 내려올 때마다 찾는 바람에 A급 물건을 준비하느라 관계자들이 항상 긴장했다는 것. 반면에 노태우대통령은 특별한 음식보다는 보통(?)의 식단을 즐겼다. 김영삼 김대중대통령은 바닷가 출신답게 해산물을 유별나게 선호했는데 김영삼대통령은 그중에서도 생선회를 많이 찾았고 조깅을 하고 나서는 꼭 해산물로 만든 죽을 원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대중대통령은 젓갈류를 특히 좋아했는데 이 음식이 다소 자극적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식사량이 역대 대통령중에서 가장 많았다고 기억한다. 특히 김대중대통령은 점심 후에 1시간 정도는 꼭 수면을 취했고, 고구마를 좋아해 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자주 찐 고구마를 찾았다. 북한 김용순이 제주에 왔을 땐 우리나라에서 최고 횟감으로 치는 다금바리를 즐긴 반면 소련 고르바초프는 제주의 토속음식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음식에 사용되는 그릇에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전두환대통령은 색상이 화려하고 밝은 것, 특히 청록색 무늬가 들어간 것을 선호했다. 때문에 경호나 비서진에서 전대통령의 음식에 사용할 그릇을 직접 가지고 다녔다고 기억한다. 이순자여사의 경우 그릇이 맘에 들면 종종 가져가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노태우대통령은 전임자가 사용하던 그릇을 그대로 재활용(?)했다고 이소장은 말했다. 김영삼 김대중대통령은 백자 종류를 특별히 좋아했다.
이소장은 역대 대통령의 돈 씀씀이와 성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기준을 말한다. “일이 끝나고 나면 전두환대통령의 경우 수행원들이 즉석에서 007가방을 열어 빳빳한 새돈을 수고비로 줬다. 보통 100만원 이상이었다. 노태우대통령 때는 이 봉사료의 규모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고 김영삼 김대중대통령 시대에선 그나마 사라졌다. 경호의 강도를 보더라도 군부출신 대통령일수록 상대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민주화 될수록 대통령의 경호가 느슨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악수를 할 때 전두환대통령은 상대가 느낄 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지만 김대중대통령은 손을 내미는 정도였다. 그러나 부부애는 김대중대통령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이소장이 말한 역대 대통령의 돈 씀씀이는 청남대 별장의 사례와 유사하다. 전두환대통령은 청남대에 내려 오면 으레 충북의 수급기관장들을 불러 통상 300~500만원의 격려금을 줬고, 노태우대통령은 그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김영삼 김대중 시절엔 이런 격려금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관계자들의 대통령 모시기도 별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 별장에 내려 온 역대 대통령의 밤 생활(?)에 대해 이소장은 “지금 말하기는 부적절하다. 다만 특정 대통령의 경우 주변의 시선을 피해 은밀히 주방을 통해 불러들였다”며 묘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