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충청인과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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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충청인과 김주연
  • 임병무 고문
  • 승인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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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은 둥글다. 모습도 둥글고 마음도 둥글다. 그런 원융(圓融)의 철학은 어디서 나왔을까. 하늘이 열리고 땅 위에 비단 강, 금강(錦江)이 흐를 때부터 충청인은 ‘강강수월러와 같은 동그라미 식 공동체 속에 생활을 함께 하였다.

돌로 연모를 만들어 쓰던 석기시대에 사냥용 장거리포 미사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사냥 돌(missile stone)이라 한다. 차돌 같은 단단한 돌을 재료로 하여 동그랗게 다듬었다. 이런 돌을 칡넝쿨에다 여러 갈래로 서너 개씩 묶어 짐승을 향해 던지면 그 줄에 감기어 짐승이 생포된다. 그렇게 잡은 짐승을 동그란 돌칼(자르개) 등 주방기구로 요리를 해 먹었는데 그 흔적이 금강 가에 있는 공주 석장리요, 청원 두루봉 유적이다.

청원 두루봉의 ‘흥수 아이’는 충청인의 조상이 된다. 4만년전의 인골로 호모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사람)로 분류되는데 뇌 용적이 1200cc로 현대인 보다 약간 작고 얼굴은 짱구형이다. 그 머리통을 위에서 보면 마치 계란처럼 생겼다. ‘흥수 아이’는 충북대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데 한 쪽으로는 서 있는 모습을 조소로 복원하 였다.

한국인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둥글다. 이런 형상을 체질인류학에서는 문 페이스(Moon Face)라 한다. 만월형(滿月形)이라는 뜻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북방계열인 긴 얼굴과 달리 둥근 얼굴을 가졌다. ‘흥수 아이’의 둥근 얼굴 유전인자가 물경 4만년을 두고 흘러내린 것이다.

충청도 산하는 가까운 직선을 두고 곡선으로 이어진다. 소백산맥에서 분기하여 서해바다로 뻗어 가는 차령산맥과 노령산맥은 단 숨에 달리지 않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미호천, 금강도 달천이나 남한강도 급할 것 없다는 듯 여울여울에 물소리를 남겨놓고 떠난다. 북한강은 물살이 급한데 비해 남한강은 전형적인 사행천(蛇行川)이다.

급하지 않은 물굽이에 억겁을 두고 닳은 조약돌은 대개가 둥근 모습이다. 사람들 마음도 조약돌을 닮아 원만하다. ‘그래유’ ‘그렇지유 뭐’ 하는 긍정의 철학은 바로 조약돌에서 나온 것이다. 겉모습이 둥그니까 자연 마음마저도 둥글게 형성됐다.

그래서 충청도 사람들은 둥근 것을 가지고 노는데 이골이 났다. 나무꾼들은 심심 파적으로 장치기라는 놀이를 즐겼다. 공은 따로 만들지 않고 솔방울이나 나무토막을 썼으며 지게 작대기가 바로 스틱이 됐다. 장치기에는 ‘딴 장’과 ‘돌 장’이 있다.

‘딴 장’은 공중 볼 다툼이고 ‘돌 장’은 몸을 한바퀴 돌리는 티 샷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키나 골프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

스포츠 스타를 보자.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뿌려대는 박찬호나 한국인 최초의 US 오픈 우승자인 박세리는 공주출신이고 얼마 전에 은퇴했지만 연습생 신화를 일궈낸 한국야구의 간판스타 장종훈과 이번에 박세리에 이어 US오픈 정상에 등극한 김주연은 청주출신 아닌가.

세계 양궁여왕 김수녕은 수도 없이 둥근 과녁을 맞추며 양궁여왕으로 기록되었고 임동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때 국가 대표 축구선수 최순호도 금강 가 모래밭을 내닫던 소년이었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는 유도의 달인 전기영도 청주사람이다.

그들은 바로 금강 가에 살던 ‘흥수 아이’의 후예이고 ‘흥수 아이’가 둥근 사냥 돌을 던져 짐승을 잡듯 크고 작은 공으로 세계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냥 행동으로 그 원융의 철학을 실천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 언론인·향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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