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직과 농업직 사이에 직급 구분 모호가 원인

제천시가 민선3기를 맞아 농업 관련 행정 조직을 농업기술센터(과거 농촌지도소)로 일원화하면서 지도직과 농업직 공무원 사이에 반목 쌓이고, 일선 읍면과의 업무 부조화로 충돌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제천시는 엄태영 시장 취임 이후 외부 기관에 행정 진단을 의뢰해 시 본청은 물론 산하 기관과 읍면동사무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농업정책 관련 부서 중 산림녹지 부문을 제외한 농업축산과 등은 시 본청에서 분리해 직속기관인 농업개발과, 기술보급과 등과 함께 농업기술센터에 배치함으로써 농업 관련 행정의 일원화를 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 개편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지도와 농업행정의 효율화’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옛 농촌지도소 출신의 지도직 공무원과 제천시 본청 출신의 농업직 공무원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노출돼 업무 효율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또한 행정조직 개편과 함께 농업기술센터 직할 파견 사무소 형태로 읍면에 신설된 농업상담소도 농업기술센터 소속의 상담사들이 해당 읍면사무소 공무원과 원활하게 업무를 공조하지 못함으로써 농업 현장에 대한 즉각적이고도 효율적인 지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읍면동사무소 공무원들의 불만이다.

제천시 관내 면사무소 산업계 소속 한 공무원은 “과거에는 농정 관련 실무를 산업계 공무원들이 담당했지만, 조직 개편 이후에는 농업기술센터 소속 농업상담사가 격일제로 면사무소에 파견돼 농업지도와 친환경 재배 등 관련 업무를 맡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산업계 공무원이 농정 관련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 개 읍면을 격일로 출근하는 농업상담사가 마을을 일일이 방문해 실질적인 농촌 지도활동을 펼치기가 매우 어렵고, 그렇다고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지휘를 받는 농업상담사나 읍면장이나 서로 간에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도 못 되다보니 농업 현장에서의 행정 지원 체계에 많은 허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업기술센터가 조직 안팎으로부터 불협화음에 시달리고 있는 데는 인적 구성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직급 체계의 차이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시 본청 출신으로 농업축산과에 배치된 농업직 공무원들의 경우 행정 직급별로 서열 구분이 뚜렷한 데 비해,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비롯해 과거 농촌지도소 출신 지도직 공무원들은 지도관과 지도사 등 두 가지 직책만 있을 뿐 별도로 직급이 세분화하지 않아 새로 합류한 농업직과의 융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센터가 시장 직속이기는 하지만, 과거 농촌지도소 시절부터 내려온 독자적 행정 관행에 길들여지다 보니 시 본청이나 읍면사무소 공무원과의 유기적 협력 체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이에서는 제천시의 농정 관련 조직 개편에 회의감을 표시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농정 조직 전반에 대한 중간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하나둘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기술센터 내부 공무원 사이의 업무 분장과 서열을 분명히 하고 보다 효율적인 농업 행정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