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충북도의회가 지난 9일 개원됐다. 도민을 대표하여 집행부를 견제하고 보다 나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한 막중한 책임을 안고 닻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개원부터 의장 선출문제와 상임위배정 문제를 둘러싼 의원간 갈등으로 출발이 그리 순조롭지 못한 형편이다. 전체 27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22석을 차지함으로써 일사분란한 의사결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당내 갈등을 빚어 도의회로 전이 시켰다.
한나라당 소속인 유주열의장은 이제 어찌되었든 의장 선출 과정에서 표출된 한나라당 갈등을 봉합하고 당의 간섭을 유효적절하게 통제하면서 도민의 의회로 태어나게 할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는 권영관의원이 의장 후보로 결정되었는데 결과는 엉뚱하게 나와 유의장이 당선됐다. 아름답지 못한 경선 불복 아닌가.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일주일 정도 지나 당선축하연을 위한 당선자 모임에서 당(한나라당)은 의장 문제를 거론하며 다선위주로 해줄 것을 표명했다. 이때 초선의원을 비롯한 일부의원들이 검증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의 일방적 간섭은 받아들일수 없다는 것이었고 토론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따라 6월28일 각 지구당 위원장이 모두 참석한 한나라당 천안연수원에서 있은 당선자 대회에서 표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이후 한 재선의원으로부터 ‘의견들이 결집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전화가 와 ‘한표가 나오더라도 가겠다’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의원들과 접촉하지는 않았다.”
유의장은 이와 관련 경선 불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해명은 피해갔다. 다만 자신은 일관되게 당에서 간섭할 문제가 아니고 의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때도 당이나 도지부에서는 중앙당의 관행과 당 화합차원에서 다선위주로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것은 당헌, 당규에 나와있지도 않고 초선의원이라지만 지역 경선과 선거를 통해 당선되어 들어왔는데 무조건 따르라는데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닌가. 사회적으로나 의정경력으로나 권영관의원은 선배인데 서운할 것이다. 그렇지만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은 요청하겠다.”

-의장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의원 서로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짧은 기간내에 검증도 없이 교황선출 방식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시민 사회단체의 요구도 있는 만큼 후보 등록을 거쳐 자기의 소신을 발표할 수 있는 방안의 개선을 연구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데다 도지사도 한나라당 소속이다. 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회의 고유 기능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 견제에 있다. 집행부가 하는 일을 술렁술렁 어물쩍 넘겨주면 결국 도민들의 손해로 나타나게 된다. 의원들이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하여 집행부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사정없이 질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유의장은 지난 6대 때는 무소속으로 도의회에 입성했다. 따라서 광역의회에서 ‘당의 역할‘, 특히 다수당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법했다. 그래서 지난 6대 의회에서 자민련이 절대 다수당이었지만 ‘정부의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에 대한 소극적인 정책에 반발하여 집단 탈당한 사례를 들어 다수당 한나라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유의장은 “도민들에게 정책적인 피해가 돌아온다면 강하게 어필할 것이다”며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도민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함께 유의장은 도의회에 대한 정당의 간섭 문제에 대해 “당에서 크게 개입하는 게 없었다”고 전제한 뒤 “도의회에 대한 정당의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도의원으로서 도민 복지향상을 위한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그 다음에 소속 당원으로서 도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운영 방향의 큰 그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의회는 현안이 발생하면 정보를 입수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한 것이 아니라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나 나서게 되면서 의회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정보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각 상임위의 전문위원들이 뒷받침되어 상임위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임위 중심의 의회 운영을 할 생각이다.”
유의장은 전직 중간 하위직 공무원으로서 특별하게 화려한 정치적 경력없이 재선 뒤에 곧 도의회 의장을 거머쥐었다. 이제 그는 도의회 의장으로서 정치적 행보도 크게 넓혀지게 됐다. 이와 관련 유의장은 “지금은 도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여기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봉사의 폭을 넓혀 가겠고 그렇게 하다보면 더 큰 할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평소 그의 소신인 ‘盡人事待天命’에 어울리는 성실성이 엿보였다.
유의장은 지난 90년 음성군청에 근무할 당시 4·3 재보선을 앞두고 당시 도지사를 그만두고 보선에 출마한 민태구씨에 낙점되어 공무원을 퇴직한 후 정치판에 나서게 된 특이한 정치 진출 케이스다. 민태구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보좌관 생활을 하다 민의원이 정치를 접으면서 자신이 직접 도의원에 출마, 지난 98년 고향 음성에서 당선됐다. 지난 6대 하반기 때는 기획행정상임위원장을 역임했다. 추진력과 날카로운 판단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의장이 출발의 흠을 어떻게 봉합하며 7대 도의회를 이끌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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