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상 총리서리 문제가 연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여성계로선 곤혹스러움 그 자체이다. 어제는 월드컵에서 확인된 여성들의 에너지로 행복했는데, 오늘은 장상 때문에 머리가 아픈 실정이다. 갑자기 전혀 다른 이슈에 봉착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한다는게 그리 만만치 않다. 과연 장상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7월 11일, 총리서리에 장상씨가 지명된 소식을 접한 여성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었다. 헌정사상 첫 여성국무총리 탄생이 갖는 파격적 조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역할 모델 (role model)이 된다는 상징적 의미외에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에 덜 휘둘리고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내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무엇보다도 산적한 민생현안 해결에 있어 성평등적 관점을 반영하여 호주제 폐지등 각종 여성계의 현안을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심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사이에 터져나온 그에 대한 각종 논란으로 인한 야당의 공세와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방, 대체로 부정적인 국민의 여론에 직면해 장상의 총리행은 마냥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논쟁의 찬반 이전에 그 과정에서 빗나간 문제점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총리서리로 지명된 장상이라는 인물이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시 여성총리에게 국방등 국정운영을 맡길 수 있는가?’의 발언을 한 한나라당 김무성의원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논조는 남성이 아닌 ‘여성’이 총리가 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뿌리깊은 여성비하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연 지금의 분위기가 여성총리에 대한 성차별과 여론재판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이가? 당사자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혹이 있는 총리후보를 다루는 언론과 사회의 태도와 접근방식이 과거 황산성과 손숙장관 사례에서 보았던 선정주의적 경향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선 이 문제를 필요이상으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장상서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인사청문회속에서 진지하게 다뤄짐으로써 본인이 국민에게 해명하고 사과해야할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과정을 통해 적합성 여부를 판단받으면 될 일이다. 선거,대북문제등 어수선한 국정을 추스르고 산적한 민생현안에 앞장서야 할 시점에서 정치권은 핵심을 벗어난 논쟁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국민에게 정치혐오증을 갖게해선 안될 것이다.
“ 병역회피, 이중국적, 친일파와의 직간접 연관등등, 소위 지도층에 편입된 우리 사회의 모든 인사들을 까 발겨 보면 안 걸리는 사람들이 없다. 그나마 장상은 인품이나 능력면에서 우수한 축에 속하므로 한계를 지적하는 속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 “ 이중국적, 아파트 개조, 부동산투기 등등 상당수가 과장됐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친일 역사관과 병역회피 의혹을 애매하게 처리하면 민족정기의 회복이나 사회적윤리의 원칙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부적합하다.” 각자의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계의 공통된 입장은 “우리는 장총리 서리가 ‘여성이기 때문엷 편들기를 할 생각도 없지만,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흔들림을 당하는 것’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성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성적편견없이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나아가 첫 여성총리라는 역사적 상징성 또한 살려지길 희망한다”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성명서 결론으로 축약될 것이다. 정치 및 공공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지도자가 소위 친일-사대주의-특권층으로 분류되는 지배계급에서가 아니라 다수 서민의 생활처지와 정서를 반영하는 건강한 민중계층에서 출현될 수 있는 시기를 간절히 열망하면서도 현 시기 첫 여성총리라는 역사적 상징성이 살려지길 희망한다는 여성계의 소망이 국민들에게는 또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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