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열 댓 가정의 어머니와 자녀들과 함께 영동을 다녀왔다.
영동행 버스에서는 나들이에 나선 설레임이 발산되기도 전에, 노근리에 얽힌 6·25의 비화를 담은 영국 BBC의 다큐멘타리를 보았다. 피난민 행렬에 적군이 섞여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군들이 ‘전원사살’ 명령을 내려 2300명이나 되는 무고한 양민이 죽어갔다는 노근리 사건 현장을 방문하였다.
피난민들이 숨어있었다던 쌍굴 밑으로는 지금도 실개천이 흐르고, 야트막한 야산에는 물레난초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아름다운 노근리, 이제는 생존자가 열 여덟 분밖에 남지 않았다는데... 그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고, 그 눈물을 닦아 드릴 수 있을까? 이 뻐근해지는 아픔은 또 몇 세대가 지나야 응어리가 풀릴 수 있을까?
우리 일행은 발길을 돌려 다음 코스인 국악박물관을 향했다. 전시해 놓은 몇 가지 악기나 문헌 정도 구경하고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담당하시는 분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는지. “우리의 것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피아노 가르치는 것만큼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국악도 뭔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악 작곡자가 양성되어야 보급도 많이 될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견해도 갖게 되었다. 2층에 위치한 악기체험장에서는 우리 악기의 멋스러움에 취해 어깨춤을 추기도 하고, 머리장단을 맞추어가며 꽹과리, 징, 북, 장구도 쳤다. 진행자가 한 악기에 한 가락씩 가르쳐가며, 이윽고 40여명이 두들겨대며 이룬 타악기의 합주곡은 과연 굉장한 울림이었다. 우리의 것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뿌듯함을 마음에 담고 옥계폭포로 향했다. 옛날 악성이신 박연선생이 영감을 얻었다던 폭포라고 한다.
폭포물이 떨어지는 아래서 아이들은 금새 친해져서 티 없이 놀고, 어머니들도 서로 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려오는 길에는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지만 몇몇 사람들은 깔고 앉았던 매트를 펼쳐들고 비를 피하며 내려왔다. 이 모습을 보며 ‘이 분들은 인생의 비오는 날에도 이를 극복할 지혜가 넘치는 사람들일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YWCA 프로그램과 함께 한 여행의 주인공들은 ‘한부모 가정’의 가족들이다. 주어진 상황에 이유없이 서럽고, 남모를 눈물을 한동이 씩은 흘렸을, 뼈아픈 이별을 경험한, 여성가장들과 어린 자녀들의 오붓한 시간을 나누는 장이었다.
국무총리로 지명된 장 상 총리도 홀어머니 밑에서 언니와 함께 어렵게 자란 분이라고 들었다. 한부모 가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정심 또는 경계심 때문에 자녀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분들에게 우리는 다정한 이웃으로 남아있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따뜻한 나들이를 다녀오며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해 본다. 한부모 가족들이 자주 모이시도록 모임을 만드시는 것을 도와드릴까? 더 이상 운명이라는 것이 한부모 가정을 괴롭힐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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