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P에서는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한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8명의 전우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후방에서는 ‘아파트광풍’으로 난리입니다.

올 초부터 서울 강남에서부터 시작된 아파트 값 상승세는 봄 불처럼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면서 전국에 ‘부동산 대란(大亂)’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무슨무슨 대책이다, 조사다, 온갖 약방문을 잇달아 내 놓으며 물을 끼얹고 있지만 상승세는 보라는 듯 치솟기만 합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부동산 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을 하지만 백약(百藥)이 무효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으니 미상불 난리가 다른 게 아닙니다.

그러잖아도 내 집 한 칸 갖지 못해 가슴 졸이며 살고있는 서민들은 이래저래 절망감만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말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100.6%입니다.

수치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세대가 집을 갖고 있고도 남는 셈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불행하게도 국민의 절반인 50.3%가 무주택자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전국 1673만 세대 중 절반이 넘는 841만 세대가 제 집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을 가진 832만세대 중 3분의1인 276만 세대는 평균 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그 중에는 한사람이 수십 채의 집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토지나 아파트가 부자들의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엊그제 행자부 발표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6살, 8살짜리 꼬마가 수 만평 임야를 사들이고 한 사람이 아파트 20채, 50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말입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동원해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돈 놓고 돈 먹는 부동산투기장이 되어 있습니다. 누구든 아파트를 사 놓기만 하면 그것이 돈 덩이가 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커지고 집 없는 사람은 더욱 더 집을 사기가 어려워져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 없는 설움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리어카에 이삿짐을 싣고 어린 자식을 앞 세워 산동네를 헤매보지 않고 인생의 쓴맛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 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나라에 집 없는 이가 절반이 넘고 집 값이 “날 잡아봐요” 하고 날마다 치솟는데 어찌 서민들이 마음 편히 살수가 있고 나라가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온 종일 하늘을 날던 새들도 날이 저물면 둥지로 찾아들고 산야를 헤매던 뭇 짐승도 제 소굴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하물며 인간이 제 집이 없어 시름으로 밤잠을 설친다면 과연 이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합니다. 부동산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세금이나 올리고 엄포나 놓는 어설픈 미봉책으로는 건드려 키우는 결과만 초래합니다. 지금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국가가 직접 민간아파트에 버금가는 질 좋은 공영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해서 값싸게 임대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유럽 선진국들처럼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대통령이 무슨 수로 아파트 값을 떨어뜨릴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통일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먼저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제 집에서 다리를 뻗고 편안히 잠을 자게 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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