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취지 망각”“감정표현 안하는 양반기질 때문...” 반응 각각
증평에 사는 김은영씨(30·가명)는 얼마전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보름전 한국통신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인 ADSL을 설치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통신회사 여직원은 상냥한 목소리로 “ADSL은 잘 설치됐고 통신품질은 괜찮으냐”고 물어본 뒤 “한국통신 본사에서 혹 고객님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조사’를 실시할 지 모르니 그런 설문을 받으시면 ‘친절했다’ ‘만족했다’고 대답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간절히 요청한 것.
김씨는 “통신회사 직원들이 친절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뜬굼없는 요구에 그리 기분 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느낌이 이상했다”고 웃었다.
2년전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한국통신의 ADSL을 설치한 한모씨(45·신봉동)는 보름전 우편물을 받았다. 한국통신 ADSL사업부 지역담당 책임자가 보낸 서신이었다. ‘조만간 한국통신 본사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조사에 응하시게 되면 좋은 점에 대해선 과감하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고 나쁜 점이나 서운한 점에 대해선 너그럽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한씨는 “한국통신 본사가 실시한다는 설문조사는 아마 내부평가 차원에서 하는 모양”이라며 “그러니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일선의 처지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이런 서신을 꼭 보내야만 했을까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통신 충북본부가 본사의 고객설문조사를 앞두고 고객에게 전화또는 우편물을 통해 호의적으로 말해 줄 것을 ‘요청’한 행위를 놓고 설문조사의 정확성과 응답자의 자유의사를 왜곡, 또는 침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이는 한편 “오죽했으면 이러겠느냐”는 정상참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통신 충북본부측은 “11월말까지 본사에서 고객만족 설문조사를 실시, 지역본부별이나 국별로 기관평가를 한다니까 일선조직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 같다”면서도 “경험칙상 경상도나 전라도 주민들은 호-불호의 입장표명이 분명해 서비스가 좋았을 때엔 ‘아주 만족한다’거나 ‘최고’라고 극찬하는 데 비해 충청도 사람은 양반기질 때문인지 좋아도 확실하게 표현하지를 않아 늘상 충북본부로선 일한 만큼 제 평가를 못 받아 왔다”며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충북본부 관계자는 “이런 차원에서 주민들께 협조의 말씀을 드린 것일 터이니 너그럽게 헤아려 달라”고 끝내 본심을숨기지 않았다.
/ 곽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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