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출신 보좌관에, 진보정당 활동한 비서진
도당 사무처 공모 관련, 정치적 입지, 활동 영역 넓혀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등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민선 1,2,3기 충주시장을 내리 역임하고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시종(충주)의원 주변의 진보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이시종의원이 1995년 민선 1기 충주시장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을 택한 이래 무소속을 거쳐 한나라당 당적으로 3기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구 여권에 꾸준히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의원은 ‘3선 이상 시장을 연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2003년 12월 충주시장직을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으며, 당선과 함께 보좌진을 구성하는데 있어 학생운동권 출신과 진보정당 출신을 각각 보좌관과 비서로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 여권을 중심으로 여러 번 당적을 옮긴 이시종의원이 자신의 보수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의정활동에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 일부러 주변에 진보인맥을 포진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이와는 달리 지방자치와 관련한 시민단체 활동이나 리서칟기획사 근무 경험 등을 고려해 필요한 재목을 골랐을 뿐 이념적 잣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최근 도당 사무처장 등을 공모하는 과정 속에서 이의원이 관료 출신의 다른 의원들이 개혁인사로 분류되는 김형근사무처장의 인선에 대해 반대입장에 선 것과 달리, 임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장 출신 백상진보좌관
이시종의원이 보좌진을 발표하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현재 정책보좌관을 맡고 있는 백상진(39) 전 청주대 총학생회장이다.

이는 백보좌관이 공안정국으로 일컬어지던 1988~1989년에 걸쳐 청주대 총학생장을 역임하던 중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돼 1년6개월을 복역하고, 지금은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으로 선정된 이른바 ‘자주대오’ 사건의 주동자로 1991년 또 다시 구속돼 1년6개월을 선고받는 등 1980년대 후반, 지역 학생운동을 상징하는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 보좌관은 학연이나 지연 등에 있어서도 충주와 전혀 인연이 없어 보좌관 발탁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일부러 진보인맥을 채용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백 보좌관은 이에 대해 “이의원과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고,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TV토론 준비를 돕게 되면서 보좌관 채용으로 이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와 기획사 관계자였던 P 모씨와 우연히 동행이 이뤄져 이시종후보를 만났다가 아예 눌러앉아 선거기획 업무를 돕게 됐다는 것이다.

백 보좌관은 이 과정에서 대학 졸업 이후 충북연대 등 지방자치 관련 시민운동 단체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했고 이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보좌관은 충북연대 산하 지역정책연구팀에서 6년 동안 일하며 시·군 예산이나 조례 등과 관련한 각종 연구자료집과 ‘월간 충북자캄 등을 발행했으며, 2000년부터 약 2년여 동안 선거판 등에서 이름을 날린 모 기획사에 근무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진보정당 경력의 김응주 현 도당 공보실장
백상진보좌관과 함께 눈길을 끄는 또 한 사람의 인물은 지금은 공모를 통해 도당 공보실장이 된 김응주(42) 전(前) 6급 비서다. 김응주 공보실장은 충주 출신으로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6살에야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딴 뒤 충주대 행정학과를 다니다 그만 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 공보실장은 특히 1992년 12월 실시된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른바 민중후보로 무소속 출마한 백기완후보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등 1990년대 초반 민중정당 진영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이나 군소 정당으로 남아있는 사회당, 사민당 등과 궤를 같이 하는 1990년대 초의 진보정당 운동은 1980년대 말에 활동했던 한겨레민주당과 민중당의 뒤를 이어 진보정당 추진위를 결성하는 등 원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됐다. 김 공보실장은 이후 좌파 가운데 일종인 IS계열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시 이시종의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력의 김 공보실장이 이의원 캠프에 합류한 것은 2002년 6월 실시된 3기 민선 충주시장 선거가 계기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현역 시장이던 이의원 캠프에 기획팀장으로 참여했던 김 공보실장은 선거가 끝난 뒤 생업으로 복귀했다가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시장직을 사퇴한 뒤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시종후보 진영의 기획담당으로 일하면서 두 번째 인연을 맺는다.

김 공보실장은 선거 뒤 6급 비서로 이시종의원실에 남았다가 6월10일자로 공모를 통해 도당 공보실장을 맡게 된다.

김 공보실장은 “당시 이 시장의 당적변경 등이 흠집이 될 수도 있지만 공직활동을 통해 보여준 청렴도나 도덕성이 당시 신당(열린우리당) 추진세력들이 내세우는 정치개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도당사무처 인선은 우연한 결과(?)
어찌 됐든 김 공보실장도 충주에서 광고기획사와 ARS를 이용한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한 바 있어 이시종의원이 두 사람을 가까이 둔 것은 정치적 성향 보다 사실상 실무능력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도당 사무처장과 공보실장에 대한 공모결과는 또 다른 추측을 낳게 만들고 있다. 백상진 보좌관과 함께 충북연대에서 활동했던 김형근 전 열린우리당 국민통합실천위 국장이 도당 사무처장으로 임용됐고, 김응주 전 비서도 공보실장으로 동시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사무처장 공모 등을 통한 당의 혁신을 선언하고도 대상자 선정에 지지부진했던 상황 속에서 이른바 고위 관료 출신의 다른 지역구 의원들이 ‘공직자 출신의 사무처장이 필요하다’며 김형근 사무처장 임명에 반대한 것에 반해 이 의원은 암묵적으로 동의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이의원 스스로 보수적 색채를 걷어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시종의원의 정치적 입지와 활동영역이 확대된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의원은 3대에 걸친 민선 시장 경력과 국회의원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황에 따라 도지사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정치적 행보 한걸음 한걸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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