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이하 4명 진입… 학부모대표 진옥경후보 당선
선거운동 제약으로 몰표 부작용 심각… 선거법 개정 여론

지난 11일 충북도 교육위원 선거에서 7명의 제3기 교육위원이 탄생했다. 당선자 가운데 2명만이 재선일 뿐 나머지 5명은 초선위원으로 제3기 교육위원회의 새 바람을 예고했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 당선자들 가운데는 제2기 최연소 위원이었던 이기수후보(60)보다도 젊은 당선자가 3명이 포함돼 제3기 교육위원회의 평균연령을 크게 낮추게 됐다. 이들 가운데는 교육계 비경력 출신인 진옥경(44·충북대 강사)·성영용(55·제천새교육공동체회장)당선자가 포함돼 새 바람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고규강당선자(56·한국멀티미디어연구소장)가 60대 이하였고 최고령자는 송대헌당선자(63)였다. 송당선자는 지난 4월 교육감보궐선거 낙선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교육위원에 무난하게 당선돼, 내년도 교육감 본선거에 재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교육위원 3선에 성공한 이기수·이상일당선자가 제3기 의장직을 놓고 물밑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교수인 이기수당선자(청주대)는 현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고 충주 이상일당선자는 비청주권 당선자들의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 당선자 가운데 시선을 집중시킨 장본인은 홍일점 후보였던 진옥경씨였다. 학부모 대표를 표방하고 전교조가 지지를 선언했지만 보수적인 지역 투표성향 때문에 당락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개표결과 청주시에서 이창연후보(236표)에 이어 2위(189표)를 차지했고 청원, 보은, 옥천, 영동에서도 고른 득표를 보여 무난하게 당선권(총 338표)에 진입했다. 교육계 경력을 가진 다른 후보에 비해 선거운동에 제약도 많았지만 전교조충북지부와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여론몰이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청주시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이창연후보는 4개 군지역에서 60표를 얻는데 그쳐 당선권인 4위와 불과 2표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청주시교육장인 이후보는 현직을 내세워 발빠르게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집중견제를 당하는 역풍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최고득표(385표)로 당선된 김남훈후보는 출신지역인 보은선거구에서 유효표의 56%인 117표를 획득, 청주권에서 부진한 득표(121표, 6위)에도 불구하고 1위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이같은 지역몰표 현상은 충북 제2선거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고득표(464표)의 주인공인 성영용후보는 출신지인 제천에서 330표를 획득, 유효표의 84.3%를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당선자인 고규강후보는 출신지인 음성에서 165표(61%)를 휩쓸었고 이상일후보는 충주에서 344표(5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극심한 지역몰표 현상은 단양, 진천, 괴산과 같이 선거인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당선자를 내기 힘든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후보자와 선거인단의 접촉이 제한적인 현행 교육위원선거 방식을 대폭 손질하지 않는 한 지역몰표 현상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후보자 합동유세가 유일하게 선거인단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지만 정작 참석률은 15%대에 머무는 수준이다. 청주, 충주, 음성, 영동등 4개 지역에서 합동유세를 가졌으나 선거인단 4588명 가운데 참석자는 총 700∼800명선으로 추정됐다. 도내 11개 시·군을 2개 선거구로 묶다보니 합동유세장을 찾아가는데만 1시간이상 소요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주말이 아닌 평일에 유세일정을 잡은 것도 참석률을 떨어트린 요인으로 지적됐다.
후보자들의 선거공약도 원론적인 수준의 교육시책을 그대로 베낀듯한 인상이 강했다.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시한 후보자는 진옥경 당선자가 유일했다. 진당선자는 학교폭력·성폭력 전담교사 배치, 기초학력 책임지도제, 학생동아리 활동 지원, 방학중 교사근무조 폐지, 학급별 냉온수기 설치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학부모 대표의 입장에서 학교 불법찬조금 근절,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 교복·앨범비등 절감방안 마련, 학부모 감사청구제·학부모 전담민원창구제 도입등을 약속했다. 특히 말많고 탈많았던 도교육청의 서해수련원 건립사업을 전면 재검토해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밖에 다른 당선자들은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공통적으로 내걸었고 이기수당선자는 교무 보조인력 배치를 공약했다. 도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인 김남훈당선자는 성과·실적 중심의 기존 행정감사 관행에 마침표를 찍고 학교장 중심의 학교경영을 약속해 관심을 모았다.

“뜻이 다르면 대화통해 설득하겠다”
진옥경 교육위원당선자 일문일답

진옥경후보의 당선은 시민후보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98년에 이어 올해 6·13지방선거에서도 시민후보 전략이 성과를 거두지못해 제도권 장벽에 대한 낭패감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진후보가 보수적인 교육계 선거전에서 선전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진당선자는 오는 9월 1일 제3기 충북도교육위원회 개원을 앞두고 업무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비경력직 한계 불구하고 안정권의 득표로 당선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육위원회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한 언론보도를 통해 기존 교육위원의 인적구성, 소극적 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많은 학운위원들의 인식했던 것 같다. 특히 학부모위원들의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이라는 기대감으로 표를 모아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개별적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선거기간동안 어떻게 활동을 했는가.
“불량선거법 때문에 이렇다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시민사회단체를 찾아다니며 출마소견을 밝히고 협조를 부탁했다. 일부 단체에서는 학운위원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 형식으로 학부모대표의 교육위원 진출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유도해 주었고 기자회견을 통해 간접적인 지지표명을 하기도 했다”
-현행 교육위원선거법의 개선점은.
“현재 교육부의 개정법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운동의 양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소견발표 기회도 지역별로 세분화해 많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존의 권위적·보수적인 교육위원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고 본다. 출마전에 청탁거부에 대한 서약을 했고 잘못이 있으면 스스로 사퇴할 것을 약속했다. 사심없이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 다른 위원님들과 뜻이 다르면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참교육학부모회 추천후보 가운데 다른 지역에 당선된 교육위원들과 정보와 경험을 공유해 시행착오를 막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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