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인 학내 분위기가 김교감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지금의 승진구조가 계속된다면 교단의 민주화는 없다”

지난달 24일 김천호 교육감의 옥천여중 방문 과정에서 촉발된 과잉영접 논란이 확산되면서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들도 대응책 마련에 바쁘게 움직였다. 오황균 지부장이 옥천으로 내려가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나 진상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진상파악이 끝나가고 교육청과 공식적인 협의를 벌이기전인 지난 6일 당사자인 김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져 지역 교육계가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 지부장은 “전교조의 공식적인 의사도 표명하기 전에 김 교감이 자살해 사건의 실체가 묻히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교조는 지난 9일 옥천여중 사태에 대한 지부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시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행정을 개선해 줄 것을 교육청에 요구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김천호 교육감과 면담을 하고 나온 오 지부장은 “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한 만남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피곤함이 역력한 오 지부장은 “가시적이고 책임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 김 교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으로 조사됐나.
“그릇된 관행과 비민주적인 학내 분위기가 김 교감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고 믿고 있다. 옥천신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이후에 진행된 부분에 대해 교육청과 교장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진상을 파악한 결과 사실확인이란 구실로 김 교감에게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고 글을 올린 배경을 추궁했을때 고인의 자존심은 상처받을 대로 받아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수습과정에서 논란이 된 강압과 경위서 작성 압력 등에 대한 사실은 확인이 됐나.
“학내 수습과정의 문제는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과 대부분 일치한다. 과잉영접에 대한 글이 올라온 뒤 교장이 교감에게 사과만 했다면 일이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만희 선생이 올린 글의 일부가 교감의 요구로 삭제되면서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어 갔지만 토요일에 교장이 교감을 불러 재차 사실 확인을 요구한 것이 사건에 다시 불을 지핀 결과가 됐다. 교장이 교감과 교무부장 등을 불러 놓고 김 교감에게 경위서를 작성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 학교에서의 노제 진행을 놓고 유족과 교육청간에 일부 마찰이 있었던 걸로 안다. 노제가 교무실에서 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당시 학교에서는 유족과 합의하에 운동장에 제단을 마련하고 장례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장례식 당일 아침에 유족들이 학교에 안가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당시 유족들은 학교 관계자가 찾아와 학생들의 촛불시위와 장례식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유포된다면 고인에게도 누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유족측에서 마음을 바꿔 다시 학교에서 노제를 지내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옥천교육청 관계자가 이를 말렸다. 노제는 학교의 의사보다는 교육청의 지시에 의해 변경된 것이다. 그래서 운동장에 마련된 제단도 아닌 몇 명의 교사만 참석한 교무실에서 노제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이다.”

- 전교조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과잉영접 논란의 이면에는 교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 구조적인 문제란 무엇인가.
“승진구조 문제다. 교무부장은 1등 수를 받아야 교감 자격연수를 받을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장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인정을 못받는다면 교감을 나갈수 조차 없다. 교무부장이나 교감은 간 쓸게를 다 빼놓고 교장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의 승진구조가 지속된다면 교단의 민주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럼 교단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교조가 주장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전교조에서는 교장선출 보직제를 주장하고 있다. 대학의 총장이나 학장처럼 구성원들에 의해 선출된다면 교장이 잘못을 해놓고 인정을 안하거나 책임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교육청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관리감독하고 지시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데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서비스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사태로 찾아가는 교육감실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걸로 안다. 전교조에서는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육현장의 애로를 듣겠다고 시작된 찾아가는 교육감실의 당초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방왔다가 가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작은 공사를 해도 교육감을 모시고 하고 있다. 심지어는 준공일과 교육감의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날짜까지 변경해 가면서 까지 교육감을 모시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초의 뜻이 퇴색되고 비판을 받는 것이다. 옥천여중의 경우에서도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만약 수업중에 교육감이 온다고 학생들이 동원된 것을 교육감이 알았다면 교장이나 교사들을 질책했어야 마땅한게 아닌가.”

- 교육감이 교육가족들에게 서한문을 보내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길 바라나.
“교육감의 서한문은 의례적인 말에 불과하다. 교육청의 책임있는 조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성명서에서 요구한 4가지 사항을 이행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면서 도교육청은 진상조사나 감사반조차 현지에 내려보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가시적이고 책임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은 분명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교조의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남 보성초의 사건도 진실이 왜곡되고 음해를 받아 전교조가 벼랑끝에 몰렸었다. 본질이 왜곡되고 진실이 호도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충북지부로서는 이번 사건을 그릇된 교육풍토와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충북지부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용기있게 글을 올린 조합원이 죄인으로 몰리는 일이 없도록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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