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이기동의원, 소신있는 도정질문 관가화제
승진인사 편중, 유신사무관 과다, 교육청 지방직

지난 9일 충북도의회 임시회(제 239회) 도정질문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질의에 나선 교육사회위원회 이기동의원이 집행부 입장에선 말 그대로 썰렁한 인사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이다. 이날 이의원이 인사문제를 놓고 집행부 관계자를 추궁한 내용은 대략 3가지, 주무부서에 승진인사가 편중되고 있다는 것과 유신사무관 과다에 따른 일반 공무원들의 상대적 발탈감, 그리고 교육청 인사에서의 지방직 홀대와 차별화 등이다. 이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청내에 회자됐지만 여러 변수(?) 때문에 지금까지 공론화되지 못했다.

원래 인사문제는 거론 자체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이날 제기된 내용들은 인사권자인 이원종지사나 현재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선 ‘금기’ 사항으로 치부할 정도로 꺼리던 사안이어서 파장이 컸다. 때문에 도정질문이 끝난 후 이의원은 많은 공무원들로부터 “잘 했다”는 격려까지 받았다. 물론 사안의 성격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격려와 덕담이었다. 이기동의원은 “당사자들의 능력이나 인품에 시비를 건 것은 결코 아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는 분들도 있다. 다만 냉정한 시각에서 그릇된 관행에 문제의식을 제기하고자 했을 뿐이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은 것을 보면 청내의 많은 공무원들이 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집행부의 시정노력이나 전향적 자세를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각 실·국·과엔 이른바 선임부서가 있다. 주로 해당 실·국·과의 기획업무 등을 전담하게 되는데 승진인사가 이들 부서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의원이 근거로써 확인시킨 것이다. 이의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5년 3월 3일까지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한 79명중 주무과에서 61%, 그 외 부서에서 39%를 차지했다는 것.

또한 6급에서 5급 승진한 53명 중에서도 주무과 40%, 그 외 60%로 나타나 주무과와 여타 부서의 비율을 감안하면 주무과가 승진인사를 독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5급에서 4급 승진의 경우 주무과 61%, 그 외 부서 39%로 집계돼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인사행정에 이런 난맥상이 있다보니 사업부서에서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일하던 공무원들이 승진을 앞두고서는 주무과로 가기 위해 혈안이 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그러나 주무과는 각 부서의 사업추진을 취합하여 상급자의 욕구에 맞도록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지금 분권과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방행정기관에서도 고객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지방자치의 관건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오히려 전문식견을 가진 의욕적인 공무원들이 페이퍼 웍에 매달리는 주무과를 선호하고 또 우선 배치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승진인사의 형평성을 꾀해 유능한 공무원들이 사업부서에 전진 배치돼 자치행정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사권자의 발상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사관학교 특채자, 이른바 유신사무관 출신은 지방지치 실시 이후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됐다. 사관학교 출신 특채제도는 1976년 박정희대통령의 ‘사관학교 출신장교 국가기관 활용에 대한 지시’에 의해 시행된 것으로, 1977년부터 사관학교 장교출신(주로 대위)을 간부 공무원으로 특채해 오다가 1988년 노태우대통령의 공약에 의해 폐지됐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 때문에 충북도의 인사운용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게 이의원의 주장이다. 현재 충북도의 사관학교 출신 고위간부는 11명으로, 도청의 고위간부와 일선 기초 자치단체의 부단체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충북은 타 시·도에 비해 이들의 비중이 높다.

11명이라는 숫자는 도내 전체 공무원의 0.097%로 2위 충남의 0.059%를 월등히 앞서는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선 인사권자인 이원종지사를 ‘합참의장’으로 빗대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모두 4급 이상 고위직을 차지하는데다 아직 정년을 많이 남기고 있어 일반 공무원들, 특히 고시출신자들의 승진 기회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기동의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충북도의 평균 승진소요 연수를 감안하면 사관학교 출신의 4급 5명이 현직급 승진일로부터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의 고경력자들이라서 조만간 3급 승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사관학교 출신들이 2급과 3급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여 일반 승진자들과 고시출신들은 상당기간 3급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남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11명의 사관학교 출신들이 있는데 대부분 고령이어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충북의 사정은 다르다. 아직 나이가 젊고 특정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상당기간 고위직을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공무원들의 경우 4급 이상으로 승진하면 대개 2~3년 길어야 4~5년이면 정년이나 명퇴를 맞게 되는데 이들은 지금까지 사례를 보더라도 5년 이상, 심지어 10여년을 한 직급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효율적인 인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의원은 그 대안의 하나로 현재 충북도의 출연이나 출자로 운영되는 지방공기업에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 공기업 책임자들은 정년을 마친 퇴직 공무원들이 관행처럼 맡아 왔다. 때문에 퇴직 공무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직의 인사숨통을 위해 사관학교 출신들을 도 출연 및 출자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관학교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추진력이나 순발력을 인정받고 있어 지방행정에 대한 순기능적 기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이의원의 주장이다.

이의원은 아울러 도 교육청 인사에서의 지방직 차별화도 거론해 김천호교육감으로부터 긍정적 검토를 약속받았다. 이 문제 역시 교육계의 오랜 불만 요소로, 예를 들어 기획관리실장은 국가 서기관으로 임명하면서 그 직속과장을 지방 서기관으로 하는가 하면, 부교육감도 이사관 내지 부이사관이 맡고 있는데 반해 중앙도서관과 학생종합수련원장은 지방 부이사관으로 임명하는 등 동급임에도 지방직이 하위직화됨으로써 교육계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동의원의 이날 도정질문은 충북대 총학생회장(1984년)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노조위원장(1993년) 출신다운 문제의식의 발로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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