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JP가 청주를 방문해 자민련 소속의 자치단체장들과 D음식점에서 만찬을 같이 했다. 이 자리엔 충북의 자민련 소속 의원까지 모두 참석, 눈길을 끌었다. JP의 충북 방문은 올초 신년 하례회 참석 이후 처음이다. 그러잖아도 민주-자민련의 공조가 와해되면서 JP의 충청권 챙기기가 본격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됐고, 또한 9일 대구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시점의 충북 방문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지방언론은 JP의 방문을 단순보도로 처리했다. 이날 만찬 자리가 갑자기 마련된데다 급히 연락을 받고 찾아 온 일부 기자들마저 만찬 자리에 배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원종 지사
나중에 들린 얘기는 이날 만찬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모처럼 JP와 자민련 단체장, 그리고 의원들이 유대감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원종지사를 비롯해 자민련 소속인 권희필 제천시장, 김경회 진천군수, 정상헌 음성군수, 박완진 영동군수, 김문배 괴산군수 등이 모두 참석했다.




김경회 진천군수
오랫만에 유대감 공유

이날 만찬장의 백미는 단연 ‘의형제 발언’이지사가 JP를 향해 “우리(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 여섯명은 의형제로 똘똘 뭉쳤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말을 들은 JP는 “당신네끼리만 의형제를 맺으면 어떡하느냐. 이 사람들(국회의원)과도 같이 해야지”라며 크게 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참석자 모두가 이지사의 의형제 발언에 뜻을 같이 하며 몇차례 건배를 합창했다는 것. 이지사의 발언은 여권공조 파기 이후 심기가 불편해진 JP의 심중을 헤아린 것이다. 자민련 일각에선 이날 발언을 ‘충성맹세’로 이해하려는 분위기다. 대전 충남의 경우 이미 지난달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이 단체로 상경, 주군(主君)인 JP에 대한 변함없는 부역(賦役)을 맹세함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의기소침하는 JP의 기(氣)를 살리려는 처사였다.
공조파기 이후 자민련은 충북에서 여론상 많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는데, 당에서조차 충남, 대전쪽의 분위기와 비교하며 이 점을 크게 걱정했다. 이는 곧바로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고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일부는 주변으로부터 탈당을 강력 권유받을 정도였다. 결국 8일 만찬장의 대화는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하는 JP와 이런 JP의 의중을 꿰뚫은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계산된(?) 배려일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향후 충북에서의 자민련 위상과 관련, 나름대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충북에서 당의 입지가 다소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다. 어찌보면 구심체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공조가 깨진후로는 많은 격려가 쏟아진 반면 당내 일각에선 상당한 피해의식 내지 위기감이 팽배했었는데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이런 결속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당의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김문배 괴산군수
위기상황에서 고무적인 현상

그러나 자민련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이날 만찬장 분위기를 전해들은 타당 관계자들은 매우 냉소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조 결렬로 설자리를 잃은 자민련의 갈지가 걸음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3류급 충성맹세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희극적이다. 향후 정치판도, 특히 자민련의 전도가 불투명한 만큼 이들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지조(?)가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깎아 내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앞으로 JP가 주축이 되는 신당이 출범할 경우 현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들은 자신들의 당적과 관련 오히려 심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잔류하든지 아니면 탈당하든지 신당을 빌미로 한 명분제시가 훨씬 자연스러울 것으로 내다 본다.


만찬장에선 어떤 얘기가 오갔나
8일 JP가 참석한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청주 만찬장에선 최근 자민련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당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바로 이날 새벽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단행되면서 정부로부터 자치단체장 관내 대기 지침이 떨어지자 JP와 자민련 소속 국회의원들이 급히 청주로 내려 와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도내 자치단체장의 좌장격인 이원종지사가 JP에게 “우리 여섯명(자신을 포함한 자민련 소속 시장,군수를 지칭)은 똘똘 뭉쳐서 의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하자 JP가 즉각 “당신들만 하지 말고 이 사람들(김종호 정우택 송광호의원 지칭)까지 포함시켜 아홉명이 의형제를 맺어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한 참석자가 “그럼 김종호의원을 상보(尙父)어른으로 모시고 의형제처럼 의리를 지키며 지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보는 옛 임금이 특별한 대우로 신하에 주는 칭호의 하나로, 여기선 ‘맡형’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고무된 JP는 “좋다, 그럼 의형제끼리 술좀 마셔라”고 권하며 금일봉까지 전달했다. 이후 몇차례의 건배가 돌았고, 곧바로 JP의 당부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JP는 “우리가 어떻게 이뤄낸 정권교체였는데 민주당이 그럴 수 있느냐. 자민련은 건재하고 절대 이대로는 물러나지 않는다. 조만간 다시 큰 일을 할 것이다”는 말로 참석자들을 다독거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기 참석한 모두가 반드시 당선될 수 있도록 서로 도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만찬장 발언은 그동안의 지역 여론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충북에선 최근 자민련의 지지도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과 광역의원들의 고민이 많았던게 사실. 때문에 일반인들의 시각에선 자민련의 부활을 예고한 만찬장의 분위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다소 버겁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어차피 올 연말쯤이면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것이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일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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