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三星)의 창업주 고 이병철회장은 국내 제일의 재벌 꿈은 이루었지만 살아 생전 이루지 못한 여한이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누르고 ‘1등신문’이 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미풍(味豊)이 미원(味元)을 꺾고 조미료 업계의 최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회장은 다른 업종에서는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신문과 조미료만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 기회 있을 때마다 동아의 공격대상이었던 이회장은 절치부심, 그에 대응하고자 1965년 중앙일보를 창간합니다.

하지만 당시 동아일보는 신문업계 부동의 선두주자로 그 영향력이 단연 첫 번 째였습니다. 이회장은 ‘타도동아’를 타깃으로 공략을 하지만 동아의 국민적 신뢰도가 워낙 높던 터라 그를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시절 조미료업계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원이었습니다. 당시 주부들은 가게에서 조미료를 살 때 “조미료 주세요”가 아니라 “미원 주세요”라고 했을 만큼 미원은 조미료의 국민적대명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미원은 이회장의 ‘1등주의’에 치명타를 입혔고 이회장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회장은 두 가지 한을 풀지 못하고 1987년 7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회장의 경영 철학은 ‘1등주의’와 ‘인재제일주의’였습니다. 모든 사업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자 이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수한 인재를 모으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그들을 최고로 대우했습니다. 오늘의 초일류기업 삼성은 바로 이회장의 그와 같은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요즘 그 삼성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건희회장의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 파동에 이어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삼성이 청와대 대법원 국정원 여야정당 노총 시민사회단체 등 파워조직의 영향력 및 신뢰도평가에서 두 분야 모두 최상위를 차지하자 ‘삼성공화국론’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여론의 핵심은 국가에 대한 기여도와 함께 삼성경계론 입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매머드기업입니다. 총자산 200조원, 종업원 16만명, 국가총생산의 17%, 국가수출액의 22%(527억달러), 주식시장 시가총액 23%(91조원), 국가세수8%, 한해 순이익 10조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는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를 한눈에 보여 줍니다.

삼성의 국가 기여도가 어느 정도이고 “삼성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소리도 과장이 된 것이 아님을 저간의 경제 지표는 일목요연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경계론과 함께 영향력이 너무 커져 나라가 ‘삼성공화국’이 돼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삼성이 우리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의 경제가 특정기업에 좌지우지되고 또 그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대로만 기업환경을 조성해갈 경우 왜곡과 폐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비판론인 것입니다.

지금 삼성은 그런 우려와 비판을 불식해 국민기업으로 사랑 받는 일이 눈앞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 해답은 상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무노조경영과 경영권세습이라는 한국적 고질을 극복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삼성은 초일류기업, 세계적 기업으로 더욱 빛이 날 것입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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