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수건 없다 질타, 인터넷 글 배후로 까지 지목
전교조, 교육감 공개사과·책임자 처벌 요구

옥천 모 중학교 김 모 교감의 투신 자살이 교육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학교를 방문한 김천호 교육감의 영접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외부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상부의 질책과 외압에 시달린 것이 김 교감의 자살 동기로 전해지면서 고질적인 권위적 행태와 문제 해결 방식 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교감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진 것은 지난 6일 새벽.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김천호 교육감이 전국소년체전 개막식에 연주단으로 선정된 관악부를 격려하기 위해 학교를 찾으면서 비롯됐다.

불과 수시간 전에 교육감 방문을 통보 받은 학교는 부랴부랴 영접을 준비, 일부 학급은 수업중에 느닷없이 불려나가 청소를 해야 했고 관학부는 교육감 환영 연주를 위해 집합됐다.

김 교육감의 방문 시각이 6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으며 학생들의 수업권은 이미 5교시부터 박탈된 것이다.

10여분 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교육감이 돌아간 뒤 김 교감은 12살 연하인 교장으로부터 화장실 세면대에 수건을 걸어놓지 않아 교육감이 손을 씻은 뒤 자신의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며 질책, 다음날 병가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달 30일 J모교사가 관내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교육감 대왕님 학교에 납시다’라는 글을 통해 고발했으며 오마이뉴스에 게재됐다.
과잉영접 논란과 함께 김 교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파장은 교육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전해져 7일부터 전교조충북지부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있다.

교육계 권위적 관행이 문제
더욱이 큰 문제는 과잉영접 주장과 관련해 김 교감이 배후로 지목돼 상부로부터 갖은 외압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인터넷에 과잉영접 고발 글이 게재된 뒤 교육청 등으로부터 학내 문제 가 외부에 알려지게 된 데에 대한 진상을 조사한다며 압박을 가해 왔으며 김 교감이 몹시 불안해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감은 결국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잉 영접 등 교육계의 권위적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학교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어 일부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 구조나 의견 수렴이 무시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학교장의 말이 곧 법으로 간주될 정도로 학교장의 권위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정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김 교감이 화장실 세면대에 수건이 걸려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살 연하인 교장에게 질타를 받은 것도 이런 학교장 중심의 권위적인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계의 권위적 관행은 학교 현장 뿐 아니라 교육청과 일선 학교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교사는 “상급 교육청의 관리가 학교를 방문하면 학생들은 수업을 제쳐 두고라도 청소에 내몰리기 일쑤고 심지어 교사들을 동원해 인사법을 ‘특별교육’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도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에 교육감이 방문하자 교육감 전용 신발장을 설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권위적 관행은 문제 발생시 해결 방법도 문제다.
문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해당 교사나 직원은 그 배후로 지목되며 갖은 외압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교육감 과잉영접 사실이 알려지자 김 교감이 배후로 지목돼 상부(?)에 불려가 이런저런 외압에 시달린 것도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교육감 학교 방문 지침 등 과잉영접 논란을 없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찾아가는 교육감실 정책의 문제가 심각하다. 학교 방문시 일체의 환영행사나 청소 등을 금지 한다던가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는 등의 지침이라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학교 당국 변명만
과잉영접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정년을 눈 앞에 둔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로 인해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감과 해당 학교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해당 학교는 관악부가 수업중에 모이게 된 것은 교육감 방문이 소년체전 연주단으로 참가하는 관악부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어서 불가피 했고 환영연주가 아니라 시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화장실 사건과 관련해서는 ‘교육감이 출입한 화장실에 수건이 걸려있지 않아 민망스러웠다’는 등의 발언은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천호 교육감도 ‘부덕의 소치로 겸허히 반성하며 이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슬기와 지혜를 모으자’는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으며 구체적인 사태 해결과 근본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교조충북지부는 교육감의 공개사과와 유족과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 과잉영접 등에 대한 근본 개선 대책과 김 교감 사망과 관련한 책임자와 학교당국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관계자는 “과잉영접의 피해자는 김 교감이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인터넷에 올린 글의 배후로 김 교감을 지목하고 갖은 압력을 가했다. 교육계만이 무소불위 권위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의 뿌리깊은 권위주의 해소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감 사망 양비론 시각 경계해야
김 교감의 사망을 두고 일부 교육계와 언론을 통해 양비론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계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도 교육계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될 수 있었던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김 교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 별의별 일이 발생한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하결하느냐다. 충분히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이슈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인터넷에 과잉영접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글이 없었다면 김 교감이 이 같은 선택을 했겠는갚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태는 단순한 돌발 상황이 아닌 교육계의 뿌리 깊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양비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소속 한 여교사는 “몇 년전 머리에 브릿지(부분 염색)를 했는데 교사 체면 운운하며 교장에게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하물며 정년을 앞둔 교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다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사태를 겪으면서도 교육당국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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