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벌어진 남북교전을 둘러싸고 언론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 이른바 보수언론들이 때를 만난 듯 ‘확전불사론’까지 들먹이며 안보상업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교전발생 다음날인 30일 조선일보는 ‘북의 의도적 도발과 얼빠진 대응’이란 사설에서 북의 선제공격이 김정일의 재가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해버렸다. 또한 다른 지면에는 ‘합참지휘부 지하벙커 집결… 비상체제 가동’이란 제목을 뽑아 마치 전쟁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급박감을 나타났다.
또한 MBC와 한겨레신문등이 꽃게잡이 어선의 월선사실을 보도하자 동아일보는 4일자 사설 ‘남측책임론 무책임하다’에서 “전사자들의 장례식에서 흘렸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이같은 주장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나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확인취재도 없이 ‘남측책임론의 저의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언론들은 금강산 관광을 즉각 중단하고 햇볕정책을 포기하라는 주문을 쏟아냈다.
문제는 보수언론의 주장이 안고 있는 위험성과 비현실성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금강산 관광과 대북지원을 중단한다면 북한이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확약하겠는가? 아마도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수언론 내부에서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강경주장은 남북관계를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의 대결구도로 되돌리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60만 무장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남북이 대결구도로 치닫게 된다면 그만큼 전쟁위험성은 높아진다.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한 사이에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불안한 평화’나마 깨지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이성적인 판단준거를 제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막말로 전쟁이 나면 언론이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 아무리 보수노선을 표방한, 보수독자를 상대로한 언론이라지만 남북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통일지상주의로 국민들을 안보불감증에 빠지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북의 예기치않은 군사적 충돌을 빌미삼아 안보불안증 내지는 전쟁불사론을 들먹인다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신문에서는 서해교전이 벌어진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축구구경하러 일본에 갔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햇볕정책의 전도사인 김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기에 딱 좋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 보자. 과연 김대통령이 축구를 즐기기위해 일본에 갔겠는가? 공동개최국의 대통령으로 폐막식에 참석한 것이고 이미 한일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아논 상태였다.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군부대 작전상황실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면 아마도 월드컵 개최 대성공이라는 성과는 빛을 잃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그 보수언론들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해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 확산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과연 이것이 국가의 장래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길인지, 과거 언론사주가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꿈같은 시절의 향수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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