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6개월째 장기화, 서울 상경투쟁 사법처리 악화일로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지자체 시민단체 협상중재해 극적 타결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사분규가 6개월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신재교)는 대전지방노동청앞 단식농성에 이어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전국 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집회가 청주 하이닉스반도체앞에서 예정돼있어 공안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하청노조는 원청업체와 노사협의할 대상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도청앞 시위로 몸살을 앓고있는 충북도는 민노총충북본부측과 물밑접촉을 갖는등 움직이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측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체수습하기 보다는, 노사정 협상에 의한 정치적 해법에 기대고 있어 논의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5월말 비정규직인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장기파업 사태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까지 참여한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해결돼 새로운 협상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건설플랜트 노사 당사자와 관련 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노사정 공동협의회’가 5월말 단체협약에 준하는 타협을 극적으로 이뤄낸 것. 2005년 지역 노동계의 최대 이슈가 된 하이닉스 하청노조 노사분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놓고 노사정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한 목소리로 정부안을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은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사업장에서의 원-하청 거래관계 개선, 사용자의 경영마인드 전환, 노동조합의 산별 전환 등 제도와 철학의 동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벼랑끝 노사분규, 극단적 선택막아야=
특히 울산건설플랜트노조와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가 대표적인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으로 꼽혔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파업과 농성·시위를 벌여왔지만, 단 한 차례의 교섭도 하지 못했다. 서울 상경투쟁에서 청와대까지 3보1배를 시도하다 500여명의 조합원이 모두 연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노조원 수십명을 구속·수배하고 200여명에 소환장을 발부하는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막다른 벼랑끝 대치가 계속되자 시민사회단체의 주선으로 건설플랜트 노사 당사자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참여한 다자간 협상이 추진됐다. 이들은 ‘노사정 공동협의회’를 구성해 5월 27일 단체협약에 준하는 타협을 극적으로 이뤄냈다.

최근 하이닉스 하청노조의 분규상황도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의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 정문앞 집회에 대한 노동계와 경찰간의 폭력공방전이 벌어진 가운데 최근 경찰은 관련자 구속 및 지명수배 등 본격적인 사법처리에 나섰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 조원기 부장이 구속됐고 하청노조 신재교 지회장과 이태수 사수대장 등 3명이 지명수배된 상태다.

또한 청주지법의 하이닉스 출입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가 최근 기각되면서 하청노조는 정문앞 집회전략을 수정했다. 충북도청 서문앞에서 퍼포먼스성 1인시위를 벌이며 충북도의 중재노력을 촉구했다. 또한 8일에는 서울 국회앞 집회에 이어 하이닉스 &매그나칩 본사 노숙 농성에 돌입해 본격적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사분규가 장기화되고 악화일로로 치닫자 지난 9일에는 충북지역 종교.문화예술.학계 인사 83명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9일 오전 도청에서 공동선언을 통해 "노사의 실질대화를 위해 이원종 충북지사가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이닉스측은 6개월째 교섭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이닉스, ‘줄 것없는 대화 부담스럽다’
도내 23개시민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하이닉스측의 대화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5월에는 경찰의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노사간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충북도지사가 갈등중재에 나서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하청노조의 집회와 시민사회단체, 지역인사들의 중재요구가 계속되면서 사태수습을 바라는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사기업 영역의 중재시도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그 ‘역풍’에 대한 우려감도 갖고 있다는 것. 따라서 하이닉스측과 사전조율을 통해 협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노사협상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대화하기도 부담스럽고 이미 도급업체와 계약이 해지된 근로자들을 노조로 인정하기고 곤란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실상 노사정이 정치적 쟁점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노동계의 큰 사안이다.

하이닉스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10%에도 못미치는 사업장이다. 청주공단내 대기업 가운데 비정규직이 40%가 넘게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는데 하이닉스를 비정규직 투쟁의 타켓 사업장을 삼은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다자간 협상’에 대해서는 “내 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대화에 참여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이닉스 하청노조원들은 6개월간 지급되는 실업급여마저 중단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장기간 노사분규에 견뎌온 배경에는 다른 사업장 노조의 후원금과 지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청노조 임헌진 사무장은 “노조설립이후 조합비를 1개월치 밖에 내지 못했다.

지난 6개월간 파업투쟁은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이 7~8천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해줘 지탱할 수 있었다. 집회시위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동안 50~70만원씩 받아온 실업급여가 끊기게 되면 조합원 가정살림에 큰 부담이 갈 것이다. 상경투쟁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향후 3단계에 걸친 극한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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