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전교조 소식지 게재, '폄하성'인가 '소신발언'인가

서울에서 줄곧 생활해 오다가 지난해 제천지역으로 초임발령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천의 한 중학교 ㅈ교사(29ㆍ국어담당)가 한 교원단체의 소식지에 그동안 지역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소감과 교육문제 등을 거론한 칼럼이 지역사회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ㅈ교사는 칼럼에서 ‘더불어 일부 고등학교에 대한 시민들의 맹신에 가까운 집착력은 문구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싸구려 본드와 흡사했다. 그 본드는 우습게도 대(代)를 이어 계승되고, 눈앞에서 귀엽게 아른거리는 어린 중학생들의 발바닥과 입시라는 거대한 굴레를 찰싹 붙이는 악역을 하고 있었다. 아, 불쌍한 중학생들이여’라며 입시풍토와 일부 고등학교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을 비판했다.

또한 시내지도를 구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동사무소 직원과 다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시립도서관도 시험기간 동안 학생들이 부족한 열람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고 성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공부하는 성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자리가 없어서 솔솔 부는 봄바람에 취해 건물 뒷동산에서 산책중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일부 교사들은 "글을 쓴 의도는 알겠지만 표현방식이 상대방을 설득하기 보다는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여겨져 불쾌했다. 더구나 제목 자체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식으로 표현한 것은 지역에 대한 애정보다는 폄하의식이 자리잡았다고 볼 수있다.  본인 스스로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천전교조 소식지의 발행인은 취재진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사전에 편집진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소지도 있었지만 과감히 게재한 이유는 전교조가 제천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남들이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라도 해야 할 얘기라고 판단했다”라며 원문을 그대로 게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행인으로서 좀더 내용이나 문구를 다듬어 오해의 소지를 줄이지 못한 것 같다. 칼럼이란 것은 작성자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의견을 내는 것이며, 소식지는 자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간행물이기 때문에 가감 없이 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조합원들의 걱정이나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이해하며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칼럼내용 가운데 실명부분을 제외한 원문을 게재한다.

제천, 큰 기대는 하지 않으나 좀 변해라

제천○○학교 교사 ◇◇◇

충청북도 제천...

여기에 오기 전까지 나는 이런 동네의 이름을 어렴풋이 지나가는 말로 들은 적밖에 없었다. 대학시절, 제천이 고향이라는 친구를 유심히 보지도 않았고, “아, 그런 곳이 있구나.” 하고 넘겨버리는 정말 이름 모를 시골로 치부했었다. 제천으로 발령이 난 순간 동시에 생겨난 호기심.

동네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시(市)라고 하기엔 솔직히 작은 그런 소도시임을 알았고, 우리 나라의 지방 도시들이 거의 그렇듯 학교간의 수준 차이가 심한 비평준화 지역임을 알았다. 더불어 일부 고등학교에 대한 시민들의 맹신에 가까운 집착력은 문구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싸구려 본드와 흡사했다.

그 본드는 우습게도 대(代)를 이어 계승되고, 눈앞에서 귀엽게 아른거리는 어린 중학생들의 발바닥과 입시라는 거대한 굴레를 찰싹 붙이는 악역을 하고 있었다. 아, 불쌍한 중학생들이여......

제천이란 동네를 더 알아보기로 했다. 작년에 겨우 구해온 제천 시내 도로 지도를 분실한 한심한 자신을 자책하며, 올 해 다시 그 지도를 구하려고 동사무소에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사무소 직원과 소리소리 지르며 대판 싸웠다는 것.

작년엔 동사무소에 비치해 두었고, 올 해부터 무료로 비치하는 일이 없어졌단다. 며칠 전 한 선생님이 받아온 것을 내가 보았는데도... 어디서 만들어낸 거짓말인가. 또 놀란다. 이런 졸속 행정과 시민에 대한 저질의 서비스가 존재하다니...

그래, 도서관에 가보자. 제천시립도서관... 난 또 놀란다. 이것도 열람실인가! 겨우 50~60석만 확보된 작은 열람실. 기절할 것 같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대답이 가관이다. “요즘엔 도서관마다 열람실을 줄이는 추세에요.” 궁색한 대답은 짜증을 만들어 낸다. 시험 기간이어서 그런지 열람실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모두 차지했다. 공부하는 성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자리가 없어서 솔솔 부는 봄바람에 취해 건물 뒷동산에서 산책 중인가.

충청북도 제천... 시골의 작은 소도시... 대도시를 꿈꾸진 않더라도 변화의 바람은 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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