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분기역, 정쟁 도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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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분기역, 정쟁 도구로 전락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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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정 앞두고 열린우리당 - 한나라당 입씨름 공방만
“전략기획단 구성” 발표에 “자치단체장 당적을 보라” 맞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을 위한 평가단 구성이 당초 논의됐던 ‘6개 시·도 추천 및 관련 학회 참여 방식’에서 충북이 원했던 ‘15개 시·도 추천 75명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오송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지역 정가는 오송문제를 둘러싼 공과를 언급하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어 바쁜 걸음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추진위는 5월27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국토연구원에서 제9차 회의를 열고 사퇴의사를 밝힌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5명씩 추천해 모두 75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충청권 3개 시·도 가운데 충북과 대전이 주장했던 구성방안으로, 회의 도중 충남 추진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추진위는 또 호남고속철의 최대 수요자인 호남권 민심을 고려해 국토균형발전 효과와 지역간 이동 및 접근성, 개선효과를 평가항목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6월말이면 분기역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여, 무려 12년을 끌어온 지역내 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운동이 좋은 결실을 맺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놓았던 정치권 갑자기 분주
사실 충북이 바라는 대로 평가단이 구성되기 전까지 분기역 유치에 대한 지역내 전망은 어두운 편에 가까웠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라는 정치적 해법을 들이대지 않을 경우 평가항목에서 밀린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던 것.

지난 총선에서 충북지역 8석을 석권한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에서는 ‘의원직 사퇴’ 등 초강경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이어지는 대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는가 하면, 행정도시와 관련해 보상이 시작되면 지역경기가 부상하기 때문에 ‘충청불패론’은 계속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어찌 됐든 두 가지 견해 모두 오송분기역 유치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한결 느긋한 입장이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충청권을 잃어 패했다는 분석 아래 ‘충북이라도 확실히 잡자’는 현실론에 입각해 일찌감치 오송역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아 당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난 1월 충청북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이를 확인했고, 이후 당내 인사들도 여러 차례 이를 확인해 당론수준의 결정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나라당은 오송역 당론 결정 이후 이를 대여 압박용 카드로 충분히 활용해 왔다. 여기에다 오송분기역이 결정되면 공치사를 하기에 떳떳하고 만약 불행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당을 몰아세울 히든카드를 손에 쥔 셈이기 때문에 총선 패배 이후 암울했던 1년을 돌아보면서도 가장 뿌듯해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오송역 청신호에 공치사에만 열올려
그러나 사정이 바뀌었다. 5월2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도내 국회의원 8명과 한범덕 충청북도 정무부지사, 오송분기역 유치추진위 대표단이 만나 이제는 시민단체와 충청북도, 국회, 지방의회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대의 틀을 만들자고 결의하면서 여당에게 주도권이 옮아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오송역 유치는 지역의 명운이 걸린 현안인 만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문제도 아니고, 도민의 역량을 공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어 6월 2일에도 도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송문제 등 지역현안에 대한 ‘올인’ 방침을 밝혔다.

여권이 가칭 범 도민 대표세력을 모아 전략기획단을 구성하려는 것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해 ‘공을 가로채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송광호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일요일인 5월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송광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송분기역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당론을 결정한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전략기획단을 구성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당론으로 결정하면 금방 결정날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하며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정치도의 상 문제가 있다”고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한나라 휴일 기자회견 ‘우리도 있다’
한나라당이 휴일을 마다 않고 성명전에 나선 배경은 후반전 주도권을 열린우리당에게 빼앗길 경우 절반의 성공도 건질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지만 평가방식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도 있다.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 단체장 가운데 9명이 한나라당 당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시·도에서 추천하는 인사들로 평가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라면 한나라당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송태영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설득할 수 있겠냐”며 “이제부터가 더 한나라당의 활약이 필요한 시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와 같은 성명전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전략기획단이라는 명칭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을 배제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과민반응을 보이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A씨는 “시간이 촉박한데 소모적인 정쟁을 유도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그 일을 하면 될 뿐”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지방선거는 1차 심판대
이처럼 두 당이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해 설전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은 양비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이 어긋난 뒤에는 도내 국회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 당적의 이원종 지사를 포함해 누구든지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내년 5월31일에 치르는 지방선거는 오송역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1차 심판대가 될 수밖에 없고 이어지는 대선 역시 충분히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도내 한 여당 관계자는 “내년 선거에서 오송역 유치와 관련이 있는 단체장, 지방의원들은 어느 누구도 안정권을 장담할 수 없다”며 “지역의 실익을 전혀 챙기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상실감으로 인해 표심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충청권의 민심이 여당에게 몰표를 준 것에 대해 후회하는 분위기”라고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워낙 변수가 많은 것이 선거인 만큼 매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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