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속리산에서 바뀐 것은 법주사 금동 미륵 불상밖에 없죠”
상인들, “하루 3만원 벌이도 힘들어"

   
▲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속리산 상가거리.
“30년동안 속리산에서 바뀐 것이라고는 법주사 금동미륵 불상밖에 없죠. 속리산은 이제 끝났어요” 구름이 잔뜩낀 21일, 50대 상인은 침체의 늪에 빠진 속리산 경기의 실상을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히며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속리산은 관광객이 줄어 ‘썰렁’한 공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상인들은 손님이 없다고 한숨짖고 있었다. 한때 관광객이 ‘200만명’을 넘었다는 속리산의 오늘을 스케치 했다.

속리산 입구의 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에는 토요일인데도 승객들이 없어 썰렁했다. 대형주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5대가 고작이었고 더 이상 들어오는 관광버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도 모여앉아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6대의 택시가 있지만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였고 간혹 지역 주민들이 이용해 그나마 생계를 꾸려가는 형편이다.

6년째 택시를 운전한다는 김모씨(55)는 “작년에 비하면 승객이 3분의 1은 줄어든 것 같다”면서 “요즘 같으면 하루 3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예전 같으면 초파일에는 보은 택시까지 들어와 영업을 해도 손님 태우기 바빳지만 올해는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공치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속리산은 토요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등산객들만 간혹 눈에 띄었을 뿐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씨(여·56)는 “관광객을 구경한지 오래됐다”며 “그나마 오는 관광객들도 집에서 밥이며 음식을 모두 싸와 가게에는 손님이 들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관광패턴이 변한 탓도 있지만 관광객이 줄어들어 이곳 상인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오전내 손님 한명 받지 못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정리하거나 나물을 손질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2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씨(53)는 “식당 문을 열어 놓아도 공치는 날이 많으니 요즘같으면 먹고 정말 힘들다”면서 “주방일을 도와줄 아줌마를 둘 형편도 안돼 일요일에만 잠깐 쓰지만 현상유지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속리산이 이 꼴이 됐는데도 군에서는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면서 “경기가 안좋더라도 지역 기관장들이 속리산을 살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심때가 됐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손님이 있는 식당도 1~2명이 고작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호객도 포기하고 가게 들마루에 나물을 펴놓고 손질하며 한숨만 짖고 있었다.

기념품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로변에 길게 늘어선 가게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다. 상인들끼리 잡담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여·62)는 “가게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는데 무슨 재미로 붙어앉아 있느냐”며 “손님이 없어 아침에는 산에 가서 나물이나 뜯다가 10시가 넘어 문을 연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기념품 판매점은 숙박업소에 비하면 그래도 사정이 낳은 편이다. 모텔이나 호텔 간판이 붙은 집들의 상당수는 손님이 없어 형편이 더욱 어렵다. 영업을 포기하고 문닫은 집도 많이 눈에 띄었다. 문은 연 숙박업소들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80년부터 25년째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모씨(65)는 “40개 객실중 어제 방 1개가 대실된 것이 고작이다”며 “뭔가 대책이 있어야 살지 이래서는 더 이상 여관도 못할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5년째 여관은 운영하는 이모씨(50)는 “일반 관광객보다는 수학여행오는 학생들을 한 철 받아 먹고산다”며 “예전에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교장한테 로비만 잘하면 그나마 수학여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교조 때문에 로비도 먹혀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속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70년이다. 지금의 상가와 숙박시설은 대부분 이때부터 건축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까지를 상인들은 전성기였다고 말한다. 이때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학생들로 넘쳐나기도 했었다.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 들기 시작한 것은 5년전부터다. 최근 2~3년전부터는 관광객이 급속도로 줄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사를 포기하고 문은 닫고 속리산을 떠나는 상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에게 속리산은 매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한번 다녀간 관광객들은 주차료와 입장료가 비싸고 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찾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에서 등반을 온 회사원 김모씨(38)는 “속리산은 아름답고 등반하기에 좋은 산이지만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관광코스도 단조로워 등산외에는 할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엄모씨(50)는 “속리산에 등산을 한번와도 주차료에 입장료까지 만원은 가져야 한다”며 “가까운 김천 직지사만 가도 주차가 공짜고 밥값도 싸고 맛있는데 누가 굳이 속리산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때 넘쳐나는 신도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법주사도 관람객이 줄어 울상이다. 올 초파일에는 경찰추산 신도수가 1500명 안팎에 불과해 참석했던 귀빈들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 공무원은 “금융권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법주사에서 올 초파일에 1억원의 시주 수입을 예상하고 9500만원을 들여 행사를 진행했지만 찾아온 신도가 적어 4000만원의 적자를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법주사의 한 차량 통제원 “법주사에 들어오는 관람객들중 무료로 입장하는 노인들은 늘어나지만 젊은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면서 “매표소에서도 돈통을 법주사에 가져다 주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속리산 관광활성화에 대한 해법이 없는 가운데 상인들의 한숨은 오늘도 깊어만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