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현 편집인

도내 청주 충주권의 국회의원들이 골프 한번 잘못 쳤다가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야 원래 욕을 먹으면서 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만큼은 사정이 좀 다른 것같다.

대통령이 충북을 방문한다고 해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쪼르르 몰려갈 필요는 없다. 아울러 요즘엔 골프치는 것을 무슨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도 없다. ‘너무 재미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는 골프는 이미 누구나, 그리고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됐다. 간혹 무게있는 공인들이 골프한번 잘못 쳤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극히 특별한 경우에 국한됐다.

하지만 지난 21일 노무현대통령 내외의 단양 방문 때 도내 국회의원들이 한명도 동행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처신이다. 비록 공식 주문이 없었더라도 누군가 한명은 현장에 나타났어야 정상이다. 지금처럼 모두가 여당이 아닌 야당 의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기본이다. 적어도 한국적 정서에선 그렇다. 이에 대한 시중의 여론이 지금 예사롭지 않다.

어떤 이유와 변명을 들이댄다고 해도 충북과 관련된 각종 국가적 현안이 삐그덕 거리는 현실에서 이날 국회의원들이 한가롭게 골프를 즐긴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얼마나 중요한 골프였는지는 몰라도 진정 자신들을 뽑아 준 도민들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취소했거나 다른 대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만약 이날, 역시 골프를 좋아하는 이원종지사가 단양에 나타나지 않고 골프를 즐겼다면…이것이 어디 가능한 얘기인가. 같은 선출직으로 국가의 녹을 먹기는 마찬가지인데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지역에 꼭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적인 영역은 뒤로 미뤄야 공인으로서 인정받는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점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우려하는 대로 오송분기역이 물건너가고 기업도시나 정부기관 유치에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러고서도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나.

야당의 일개 대변인한테 떡주물림을 당하는게 요즘의 대통령 끗발이지만, 그래도 모처럼 자기들 지역구를 찾은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홀대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두렵기(?)까지 하다. 이날 대통령의 단양행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반대파의 주장처럼 쇼적 의미가 강했다고 해도, 그 쇼를 자신을 뽑아 준 지역과 도민한테 유리하게 활용할 생각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특히 홍재형의원에게 질문한다. 홍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같은 원로인 이용희의원과 함께 도민들에게 아주 기발한 모습을 보였다. 대세를 타던 문희상의원을 놓고 서로 충북의 적자임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인 것도 부족해 둘다 그의 기자회견장에 배석하는 프로근성을 보였다.

아무리 정치라지만 나이가 새파란 후배를 앞에 두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들이 도민들에겐 어떻게 비춰졌는지 한번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그런 쪽팔림(!)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입신에 올인하는 프로근성이었다면 지난 21일에도 당연히 단양으로 달려가 충북을 위해 머리를 조아렸어야 진실함을 인정받는다.

이날 골프모임은 두가지 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미 충분히 의원 개개인에게 노대통령의 충북방문이 알려진 상태였고, 게다가 주변으로부터 몸조심을 주문받았는데도 강행됐다는 점이다. 당연히 이런 부담감을 무릅쓰면서까지 꼭 골프를 쳤어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그 전후배경과 그날 동반자에 대해선 앞으로 언론이 반드시 밝혀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