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지역위원의 학내 비중 조정 필요

초`중`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내 구성원 중심의 실질적 자치 역량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 결정에 학부모, 교원, 지역 인사가 참여함으로써 학교 정책 결정의 민주성, 합리성, 효율성을 확보하고 학교 교육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단위 학교 차원의 교육자치기구다.

관련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은 학부모 40~50%, 교원 30~40%, 지역사회인사 10~30%의 비율로 구성되며, 실업계 고교에 한해 각각 30~40%, 20~30%, 30~50%씩 운영위원이 결정된다.

그러나, 지역위원은 수적으로 학부모, 교원위원에 비해 적고 학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3자의 입장임에도 학교운영위원회 내부에서의 위상은 학부모나 교원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지역위원의 학내 위상은 학교위원회 위원장 분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위원의 비율이 지역위원보다 10~40% 정도 많지만, 지역위원이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인 학교가 학부모위원이 학운위원장인 학교보다 더 많은 실정이다.

제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41개 학교 중 학부모위원이 위원장인 경우는 19명인 데 비해 지역위원이 위원장인 곳은 2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위원 출신 학운위원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지역위원 중 상당수가 지역에서 명성을 쌓은 유지급이어서 학부모위원보다 인지도가 높고, 학교 행정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학부모위원들과의 마찰을 피해보려는 일부 학교장의 입김도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A초등학교 학부모위원인 K씨는 “지역위원들은 이미 자녀들이 장성해 초등학교 운영에 대해 관심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인데, 학운위원장 선출 당시 교장 선생님께서 지역활동이 활발한 지역위원을 위원장 후보로 강력히 천거해 얼떨결에 그 분이 학운위원장으로 뽑히게 됐다”며 “이 때문에 학교운영 전반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문제점이 있을 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되레 학교 측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학교장 친위 조직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학운위원장은 학교급식을 비롯해 학생 복지, 학내 교육 등과 관련한 각종 물품의 납품 업체를 선정하고, 그 운영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하는 학운위의 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함에도 학교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지역위원이 학교장 추천으로 학운위원장을 맡다 보니 이 같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가 곤란해졌다는 게 학부모위원들의 불만인 것이다.

학운위원장을 맡고 있는 B중학교 학부모위원인 M씨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운영회의에서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해도 학운위원장이 이를 자꾸 제지를 하고 학교 측이 보고한 원안대로 추인하도록 유도하는 바람에 학부모위원 몇몇이 이에 강력히 항의한 적이 있다”며 “학운위원에 지역위원을 아예 없애거나 그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위원들이 학부모위원에 비해 학운위 회의에 불성실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학부모위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역위원의 대부분이 지역 유지로 많은 단체에 중복 가입해 있다보니 학운위 회의에 불참하거나 불성실하게 회의에 임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 실제로 제천지역에서 학운위원으로 활동 중인 사람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점쳐지는 인사들이 상당수에 달해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결국 풀뿌리 교육 자치의 기본 단위로서 학교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한 학교 행정을 이끌어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왜곡된 의사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위원의 비율을 늘리고 지역위원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는 등 인적 구성에 있어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위원은 학운위원장에 피선되지 않고, 자문이나 감사의 역할을 수행토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지역 유지들의 직함 관리용이나 일부 선출직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교육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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