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한국 축구 감독 ‘거스 히딩크’에 대해 쓴다는 것은 아까운 지면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그 기적 같은 성과를 이뤄낸 그의 지도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컨페더레이션 컵 대회에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에 잇다라 5대 0으로 패하자 히딩크 대신 ‘오대영’이라는 별칭까지 붙여가며 그를 비난하던 언론도 “언제 그랬느냐”며 히딩크의 지도력을 극찬하기에 바빠, 히딩크와 한국축구얘기를 빼면 볼 것이 없는 이때 ‘독립언론 충청리뷰마저 그 냄비 끓듯하는 추세에 얹혀 가는가’는 비난이 켕기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로서 한국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적셔준 이 기적의 드라마 열풍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감각에서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자위를 하며 감히 어설픈 히딩크론을 들고 나섰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4강까지 올려놓는 기적을 이룬 것은 한국축구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의 문제로 기술력 부족을 최우선으로 꼽았지 체력을 문제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취약점으로 체력 부족을 들었다. 기술은 그 정도면 수준급 이지만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으며 체력이 우선되지 않는 현대 축구는 이길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방식대로 끝까지 끌고 간 결과다.
훈련 결과가 상당기간 성적으로 가시화 되지 않아 ‘오대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신하고 버틴 꿋꿋함과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축구는 감독 한 명의 역량에 힘입어 ‘아시아 상위’에 불과했던 팀에서 세계 4강의 이루었다.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워 준 각별한 사례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이나 각 분야 리더들은 히딩크의 리더쉽을 연구하고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얼마 전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에서 ‘준비경영’을 설파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회장은 “5년, 10년후 삼성이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를 찾아라”며 지금 잘 나간다고 안주하지 말고 위기 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잘 나갈 때에 위기에 대비하여 준비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1조 6천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은 훨씬 높아졌고 세계 3대 메이커로 위상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회장이 ‘위기 의식’을 고취시키며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를 연구하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히딩크는 6월의 월드컵에 맞추어 팀의 경기력 극대화를 통한 경기에서의 승리를 목표에 두고 자신의 리더쉽을 발휘해 한국축구를 정상에 올렸다. 기업 CEO인 이회장은 5년, 10년 후에도 여전히 잘 나갈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역량 극대화를 촉구하며 미래경영으로 이끌고 있다. 리더는 목표와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준비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준비된 대통령’의 실패를 보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를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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