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단양 방문 날, 도내 국회의원 부적절 처신 구설수

지난 21일 노무현대통령이 권양숙여사와 함께 충북을 방문했다. 이날 노대통령 부부가 헬기편으로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 마을을 찾아 농촌체험 활동을 벌인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무려 3시간 반이나 머물며 떡메치기, 두부만들기, 감자구워먹기 등을 직접 시연하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은 당연히 좋은 뉴스거리였고, 지방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그런데 이 행사가 끝난 후 도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당하고 있다. 9명의 충북 국회의원중 단 한명도 이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당위원장인 홍재형의원과 이시종(충주) 변재일(청원) 오제세의원(청주 상당갑)은 이 시간에 단체로 골프를 쳤던 것. 이런 사실은 이틀 후 유일하게 중부매일에만 보도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보도된 기사내용은 오송분기역과 기업도시·정부기관 유치문제 등 절체절명의 지역현안이 산적한데도 도내 국회의원들이 이를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의원들의 단체 골프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음을 질타했다.
통상 대통령의 지방행은 해당 지역의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띤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 정권처럼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책을 일거에 결정하고 뒤바꾸는 시절은 지났어도 대통령의 의중과 움직임은 여전히 국가 정책 결정에 결정적 요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충북으로선 저절로 굴러 떨어진 21일의 행사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해당 국회의원들이 이를 간과하고 골프장으로 간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것 하나로도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지금이 어느땐데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나. 아무리 약속된 골프라도 상황을 파악하고 취소했어야 마땅했다. 충북의 각종 현안과 관련, 지금 돌아 가는 분위기를 보면 일부러 대통령을 만나려고 해도 부족한 판인데 그런 좋은 계기를 외면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재형 도당위원장 만큼은 단양 현장에서 동행했어야 한다. 이곳이 지역구인 서재관의원마저 없었다니 내가 대통령이라도 얼마나 한심했겠냐”고 비난했다. 이날 충북에선 이원종지사와 이건표 단양군수 등이 노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날 골프는 청주 C고 출신 인맥이 주선해 이들 국회의원과 기업인 등 2팀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초엔 C고 출신인 홍재형의원과 이시종 변재일 노영민의원이 초청됐는데, 노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빠졌고 대신 오제세의원이 대타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홍의원의 경우는 국회 국방위 의원들과 자이툰 부대가 주둔중인 이라크 아르빌을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합류했다는 것.

그러나 중부매일 기사엔 오의원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은 노영민의원과 오의원이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음으로써 한동안 의원들간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오의원측에선 “나는 모르는 사항이다”며 일체 언급을 피했다. 홍의원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약속된 것으로 안다.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친선 차원이었다. 귀국하자마자 골프장으로 향했기 때문에 노대통령의 충북방문 사실은 잘 몰랐을 것이다.오해를 받게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재경인사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충북 방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됐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설령 미리 몰랐다고 하더라도 당일 도지사까지 대통령을 수행했는데 분명히 말이 전해졌을 것이다. 충북으로선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인데 이를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한다. 굳이 정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건 기본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물론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기밀사항이다. 이번에도 청와대측에서 먼저 동행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성격의 지방행차라면 당연히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에게 사전 숙지된다. 지난 선거에서 도내 국회의원들이 전석을 싹쓸이하고도 지금까지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는데 그 현실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물론 이번 일을 쉽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잘못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골프모임 과연 누가 주선했나
21일 골프모임을 청주 C고인맥들이 주선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며 발뺌했다. 전후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선 이날 의원들이 나타난 경기도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이하 안양C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골퍼들 사이에서 부킹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골프장으로 통한다.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회사인데 회원수도 전국 골프장중 최소로 꼽힐 정도로 정예화(?)를 자랑한다. 삼성이나 정·관계 고위층이 아니면 쉽게 라운딩을 즐길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21일 골프모임과 관련해 삼성쪽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한 재경인사는 “내가 알기로는 삼성 계열사에 충북출신이나 청주 C고 출신이 더러 있다. 그날 경제계 인사가 반드시 포함된 것으로 들었는데 글쎄, 일단 이들한테 의심이 가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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