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한봉수 탄신 기념행사 놓고도 은근히 자리 다툼

   
지난 4월 청원군 문의면 문화재 단지에 청원군 출신 애국지사 7인의 동상이 건립된 것과 관련해 ‘청주·청원이 통합되지 않으니 애국지사 동상도 2개씩’이라는 뼈있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1997년부터 청주 상당공원에 있는 의병장 한봉수 동상 앞에서 열리는 탄신 기념행사와 관련해서는 청원군이 행사를 문의문화재단지로 유치하기 위해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군이 사업비 3억3600만원을 들여 지난 4월 문의문화재단지에 건립한 애국지사 동상은 의암 손병희, 단재 신채호, 청암 한봉수, 예관 신규식, 은재 신석구, 청암 권병덕, 동오 신홍식 등 모두 7점으로, 실물 크기에다 말하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재현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민족대표 33인에 포함된 손병희, 신석구, 권병덕, 신홍식 등 4분의 동상은 우암산 초입에 있는 삼일공원에 이미 조성된 상태다. 또 단재 신채호선생의 동상은 지역에서 단재기념사업이 태동하던 1996년에 조각가 안규철씨에 의해 제작돼 청주예술의전당 앞마당에 봉안됐다.

이밖에 청원군 북일면 출신의 의병장 한봉수 동상은 1997년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각계의 성금 1억6500만원을 모아 청주 상당공원에 건립돼 청원군이 문화재단지에 동상을 세운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원군은 5월25일 오전 11시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한봉수 의병장 탄신 122주기 기념행사와 관련해 기념사업회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행사장소를 문의문화재단지로 옮겨줄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군은 구한말에 의병활동을 벌이고 청주지역 3·1운동에도 가담한 한봉수 의병장의 고향인 청원군 내수읍 학평리 일대를 유적지로 조성하기 위해 연차사업으로 국비 등 모두 17억원을 들여 영당과 기념관 등을 조성할 계획에 있는 등 지역출신 애국지사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군민통합의 구심점을 형성하려 노력중이다.

이처럼 청주시에 동상이 조성된 애국지사들의 실질적인 출생지가 대부분 청원지역임에도 동상 건립에 있어 청원군이 선수를 빼앗긴 것은 1945년 해방이전까지 두 시·군이 오랜 역사에 걸쳐 청주군으로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애국지사의 출생지를 규정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주라는 지명은 940년 고려 태조가 서원을 청주로 개명하면서 탄생해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1946년 청주읍이 청주부로 승격되면서 비로소 기존의 청주군을 청원군으로 고쳐 부르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각종 문헌을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1946년 이전에 청원군에서 출생한 애국지사들의 고향이 ‘청주’로 기재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의문화재단지를 다녀온 시민 이 모씨는 “어차피 뿌리가 같은 두 시·군이 애국지사의 동상을 2개씩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통합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며 “선조들의 뜻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혈세를 낭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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