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총선 충주 이택희후보 청년부장으로 선거주도

러시아 유전의혹의 핵심인물인 전대월씨(43)가 정치권에 첫 발을 디딘 곳이 충주 제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 85년 제12대 총선에서 충주제천단양선거구에 출마한 신민당 이택희 후보 선거캠프의 청년부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3세라는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입당원서를 받아온 운동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등 핵심역활을 했다는 것.

당시 제천지역 선거운동원이었던 J씨(45)는 "깔끔하게 생긴 외모에 처세가 좋아서 첫 눈에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인상을 준 사람이었다. 그때 자신이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고 떠벌려서 우리는 굉장한 인물로 착각했었다. 당시 입당원서 1장을 받아주면 1000원씩 줬고 전씨가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 선거 끝나고 들리는 얘기가 서울대 출신도 거짓말이고 사기성이 농후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12대 신민당 돌풍으로 당선된 이택희 의원은 87년 장세동 안기부장으로부터 5억원을 받고 이택돈의원과 함께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하기 위한 '용팔이 사건'을 사주해 89년 사법처리 당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96년에는 자신이 속한 아산 이씨 종친회 소유의 3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가로채려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구속되는등 부정부패 전형을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이택희 전 의원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전대월씨는 89년 박재규 의원(당시 통일민주당) 고발 사건으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 박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던 전씨는 소방방제협회 로비자금 2억원을 받았다며 검찰에 고소해 결국 박 의원은 구속되고 정치생명이 끝났다.

하지만 93년 김영삼 정권출범 직후 전씨는 박 의원에 대한 고소가 같은 지역구(창원 진해) 경쟁자였던 배명국 전 의원(민정당)의 '정적 죽이기' 시나리오에 따라 저질렀다고 양심고백하고 나섰다. YS정권에서 상도동계가 실세로 떠오르면서 4년전 정치의혹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

전대월씨는 정치공작에 따라 자신의 '주군'을 고발한 대가로 배 전 의원측으로부터 8500만원의 현금과 건설 하청공사를 받았다는 것. 89년 당시 박 의원은 자신을 고발한 전씨에 대해 "전대월이는 농촌경제신문기자였는데 선거때 내 지역구에 내려와 취재를 하기도 했다.그후 비서로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해서 기자출신이고 도움이 될 것 같아 채용했다.그러나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한겨레신문 뉴욕타임스 일본신문 기자를 했다는 등 뜬구름같은 이야기를 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전과조회를 해봤더니 공문서위조 사기등 전과 3범이었다.그래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자기가 사업을 한다며 먼저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자신이 79년부터 1년간 정보기관의 프락치로 서울대에서 학원사찰을 담당했고 이때부터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가짜 학생증을 소지하고 다녔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정치활동을 하면서 서울대 출신으로 가장한 배경에는 실제로 서울대 안에서 프락치 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같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전씨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출마한 여권 실세 이광재 의원의 선거캠프에 8000만원의 선거자금을 대주는등 접근했다. 결국 이 의원과 인연을 무기로 러시아 유전사업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펼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전씨의 과거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또는 묵인한 채 관계를 지속해 온 이광재 의원은 '사기꾼을 키워준' 책임을 면키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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