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의 시위대에 방패로 찍고 곤봉 휘둘러... 경찰이 오히려 폭력시위 유도하려 했던 것 아니냐 ?

20일 하이닉스 · 매그나칩 불법파견인정,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중부권 노동자대회가 하이닉스 청주공장 앞에서 오후 2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오후 1시30분 경 집회장에 들어서는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며 격렬한 몸싸움이 계속되면서 처음부터 대회 자체가 순탄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었다. 이에 격분한 노동자들은 맨몸으로 경찰과 또다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같이 대회 자체가 경찰에 의해 계속 방해받자 노동자들은 경찰의 철수를 요구하며 사전대회를 미뤄 당초 예정보다 50여분 늦어진 2시50분 경 집회가 시작됐다.

민주노총 대전·충북·충남·강원·서울·경기 등 6개 지역본부와 금속산업연맹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캄코, 유성기업, 대한이연, 시멘스VDO, 한라지회 등 민노총 충북본부 소속 11개 사업장을 비롯해 30여개 사업장에서 1600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했다.

특히 지난 17일 경찰과 격렬한 시위를 벌인 울산 플랜트 노조원 50여명과 한국네슬레 등 20개 사업장 노조간부 400여명도 파업에 동참해 하이닉스 ․ 매그나칩의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민노총 충북본부는 이날 동맹파업에도 사태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내달 중순께 무기한 지역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원청회사인 하이닉스 ․ 매그나칩이 실질 사용자인 만큼 사내하청노조와의 대화와 교섭에 나서 해고된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또 "하이닉스 ․ 매그나칩은 사내하청노조와의 대화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집회 중간에 현재 수배 중인 하이닉스 ․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신재교 지회장이 사수대의 호위속에 무대에 올라 투쟁사를 통해 "하나 된 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 악질 반인권 살인 자본의 탄압과 착취에 맞서 1400만 노동자가 하나 되어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완전 철폐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노조원 거센 항의에 ‘시민참관단 7명’ 철수, 사측 노동자 대표단 면담요구 거부
경찰은 이날 집회에 충북을 비롯해 서울, 경기지역 등에서 29개 중대 3300여명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현장에는 충북경찰청에서 제작한 '폴리스라인지키기 운동' 유인물을 나눠주는 전·의경 어머니들로 구성된 청주 서부경찰서 집시법자문위 소속 시민참관단 7명이 노란 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을 참관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한 노동자가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의 절규에 공권력을 빙자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노동자들이 수없이 다치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폭력시위 여부를 참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하자 이내 철수하고 말았다. 또 공장 벽에 컨테이너 박스 수십개로 노동자들의 사내 진입을 막아섰고 폴리스 라인 400여미터를 설치하였으나 폴리스라인은 형식에 불과 이내 상실되고 말았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하여 하이닉스 ․ 매그나칩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또한 면담 요구과정에서 노동자와 경찰간에 수차례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하청 업체 근로자와는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례도 없는 일"이라며 "현행법을 벗어난 어떤 정치적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정규직 탄압하는 정부 규탄, 노조 탄압 중단과 단체교섭 보장 요구
한편,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은 23일 오전 11시 도당사에서 `하이닉스 ․ 매그나칩 사태 해결을 위한 민노당 충청권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충북도당 관계자는 "`하이닉스 ․ 매그너칩의 불법 파견 근로' 중단과 하청업체 노조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성실한 대화와 교섭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노당 충남도당, 대전광역시당과 함께 공동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이닉스 ․ 매그나칩반도체 사태는 구 하청업체 노조원들이 "㈜하이닉스 ․ 매그나칩반도체 두 원청업체는 불법 파견 근로를 즉각 중단하라"며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구 하청 업체들은 같은 달 25일 직장폐쇄와 함께 폐업에 들어갔으며 ㈜하이닉스반도체․매그나칩반도체는 이들 업체와의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날로써 하이닉스 ․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직장폐쇄 147일째를 맞고 있으며 거리 천막농성에 돌입한지 123일째를 맞고 있다. 또한 '불법 파견 재진정 공정실사’를 촉구하며 2명의 조합원이 대전 노동청앞에서 천막 단식농성에 들어간지 9일째 접어들고 있다. 그중 1명은 단식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현 정부와 더러운 자본은 갈수록 핍박한 삶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울산과 청주는 군부독재하의 계엄상태를 방불케 하는 공권력을 빙자한 경찰의 무자비한 강경폭력을 자행하며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2004년 12월 31일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며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답게 살겠다는 절규마저도 짓밟는 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비정규직 철폐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될 때까지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강철같은 연대투쟁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문을 낭독한 뒤 오후 4시 40분경 실천투쟁을 위해 거리 행진에 나섰다.

오히려 경찰 과잉대응 취재기자 4~5명 폭행 물의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고 무척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대회가 끝날 때 까지 노동자들은 맨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맨몸의 시위대뿐만 아니라 기자들까지 방패로 내리찍고 곤봉을 휘둘러 대조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기자들의 폭행을 제지하던 연대회의 관계자를 또다시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실 집회시작부터 현장 곳곳에서는 경찰과 기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자주 발생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고위층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하이닉스 · 매그나칩 공장에 진입하려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을 취재하던 충북일보 지모기자를 비롯 CJB청주방송 김모 기자와 이를 보조하던 이모씨 등 4~5명이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맞아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오히려 폭력시위를 유도하기 위해 과잉 강경대응 하는 것 아니냐” 는 의구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기자들은 현장에서 강하게 항의하며 경찰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의 기자폭행 사태에 대해 경찰측 관계자는 진상조사를 벌인뒤 각 언론사를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폭력 진압에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사람 죽겠다’ 시민들 합세 움직임에 경찰 당황

이날 경찰은 가두행진 도중 대열 후미 방송 차량을 에워싸며 행진을 가로막고 대치 상황을 조성하는 등 대회 참가 노동자들을 자극하였으나 거리행진 내내 노동자들은 경찰과의 충돌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1일 폭력시위 여부로 문제가 됐던 하이웨이 주유소에는 이미 경찰버스로 에워싼 채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는 상태였다. 시위대가 공단오거리를 지나 사창 4거리로 행진하는 중간중간에도 서울에서 원정 온 악명높은 1001 1002 기동대는 행진대오를 위협적으로 좁혀 들어오며 노동자에게 욕설하며 방패로 폭행하는 등 계속적으로 시위대를 도발했다.

5시 40분경 시위대가 사창 사거리에 이르러 정리집회를 하기 위해 경찰에게 공간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잠시 뒤 1001 1002부대를 앞세운 경찰은 사다리를 집회대오를 향해 집어던지는 것을 신호로, 일제히 뛰어나오면서 방패로 찍고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폭력에 시위대는 충북대병원 방향 도로로 밀리기 시작했다.

1000여명의 노동자들은 경찰의 갑작스런 강경 진압에 당황하며 내려찍는 방패와 휘두르는 곤봉에 맞고 쓰러지고 피하느라 서로 뒤엉켜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현재 파악된 부상자는 대한이연노조 심모 조합원, 캄코노조 강모 조합원, 우진교통노조 김모 조합원 등으로 이중 심모 조합원은 오른쪽 눈 밑에서 귀부분까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긴급히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투경찰에 의해 머리를 잡혀 경찰대오 안으로 끌려 들어간 김모 조합원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차별 전신 구타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바라보던 시민들이 “맨몸의 시위대를 경찰들이 너무 무자비하게 폭행 한다“ 며 경찰의 폭력성을 나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거리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등 시민들이 합세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경찰 지휘관이 황급히 나서서 진압병력은 뒤로 물러날 것을 소리치며 현장을 직접 통제한 뒤에야 비로소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은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5-6명이 경찰이 휘두른 곤봉과 방패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이날 집회는 당초 체육관 앞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자칫 폭력시위로 번질 것을 우려한 주최측의 판단에 따라 사창사거리에서 정리 집회를 끝으로 이날 중부권 노동자 대회는 마무리 됐다.

이경수 충남본부장은 정리집회를 통해 "오늘 우리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나섰으나 자본의 더러운 방패가 된 경찰에 의해 우리의 투쟁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싸우지 않으면 노동자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깨지고 더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힘차게 싸워 승리하는 그 날까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투쟁사에 나선 이상무 경기본부장도 "현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착취하기 위해 우리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갈라놓았지만 '우리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을 알기에 지역과 업종을 너머 여기까지 달려 왔다"고 말했다. 또 "강고한 연대 속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희망은 현실화될 수 있고 그러한 투쟁만이 세상을 바꾸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총단결해 끝끝내 승리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진 해산 했다.

언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문제의 본질적 접근 아쉬워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하이닉스 ․ 매그나칩 비정규노동자 사태해결을 위해 6월1일경 대전노동청앞에서 금속산업 연맹 .금속노조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공정한 ‘불법파견 조사’를 촉구할 계획에 있으며 6월초에는 3박4일 동안 상경노숙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상경노숙투쟁 이후에는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노동3권 쟁취를 위해 3단계 총력투쟁에 들어간다고 연맹은 밝혔다. 또한 6월 중순 경 "비정규직 철폐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승리"를 위한 지역 동맹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폭력 행사 여부를 계속 지켜봐왔던 충북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노동자들의 폭력 시위는 크게 부각한 반면 경찰의 과잉폭력 행위는 아예 다루지 않거나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의 과잉폭력 대응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며 취재 기자까지 폭행한 것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시대의 거대 담론이자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문제의 본질적 접근보다는 양측의 폭력성에 대한 보도방식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폭넓은 이해와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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