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전국 서점가를 풍미(風靡)했던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를 보면 한 시인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이 감동을 자아냅니다.

소설은 가정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린 아내를 대신해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온갖 정성으로 보살피는 가진 것 없는 나약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헌신적으로 아들을 간호하면서 골수이식에 필요한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려고 하지만 불행히도 간암 말기판정을 받아 뜻을 못 이룹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병엔 아랑곳하지도 않고 아들을 위해 결국 각막(角膜)을 팔아 수술을 받게 하지만 고통 속에서 점점 기력을 잃어갑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아버지는 아들을 엄마가 있는 프랑스로 떠나보내고 자신은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은 IMF사태로 아버지들이 거리로 쫓겨나 고통받던 당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소설 제목인 ‘가시고기’는 몸길이 5∼6cm정도의 물고기입니다. 이 물고기는 암컷이 둥지에 알을 낳고 훌쩍 떠나버리면 수컷 혼자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들이 다 자랄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키웁니다.

수컷은 새끼들이 모두 자라 독립해 나가면 마침내 삶의 최후를 맞이합니다. 둥지 짓기부터 새끼들을 길러 떠나보내기까지 약 15일간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오직 혼신의 힘을 다한 수컷의 몸은 만신창이가 됩니다.

주둥이는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은 볼품없이 변해버린 채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던 둥지에 머리를 박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새끼들이 다시 제 집을 찾아 와서는 아비의 죽은 몸을 먹이로 삼는다는 사실입니다.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주는 것이 바로 가시고기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입니다. 가시고기는 지구상의 생물 중에서 부성애가 가장 강하다고 합니다.

지난 주 본란 ‘어버이날의 푸념’을 인터넷에서 본 여류 몇 분이 가슴 찡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한결같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가슴아픈 회한의 글로 이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습니다. 이 시대 아버지들은 외롭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험난한 세파를 헤쳐 가야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의 권위는 옛말이요, 그들이 짊어진 것은 냉혹한 현실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뿐 입니다. 오직 돈으로 평가되는 비정한 사회, 아버지들이 해야 하는 일은 돈을 잘 벌어 ‘부자 아빠’가 되는 것뿐입니다.

울고 싶어도 마땅히 울 곳조차 없는 아버지들은 날마다 왜소해져 갈 뿐이고 그들을 기다리는 건 해질녘 체념의 술잔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글이 서글픈 비가(悲歌)가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의 달’이 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아버지, 그들은 누구인가?", 모든 자식들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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